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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이나 마음대로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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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여운 여인]

사회는 '피임을 하라' 하지 않고 '섹스를 하지 말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섹스는 한다' 그리고 '피임은 모른다'.


여자의 성이 억압되고 있는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낙태 국가라는 사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여자가 성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현실에서는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미혼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피임도 할 줄 모르냐며 비난한다. 다른 일은 현명하게 처신할 줄 아는 여자가 자기 몸 하나 제대로 보호할 줄 모른다고 한심스러워 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피임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다.

아직까지도 여자에게 혼전 섹스는 당당한 일이 못된다. 그래서 부모는 물론이고 친구에게조차 섹스에 대해 의논할 수가 없다. 학교의 성교육을 통해 피임의 필요성은 알았다해도 섹스에 대한 수치심까지는 없애지 못했다.

"어떻게 피임해야 하죠?"

만약 성 상담 교사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극히 도덕적인 태도로 되물을 것이다.

"섹스를 하려고 그러니?"

솔직히 피임을 한다는 것은 섹스를 하겠다는 말이 아닌가?

"결혼도 하기 전에 섹스부터 서둘러 하는 것은 좋지 않단다. 먼저 서로에 대해 좀더 알아보는 것이 좋지 않겠니? 벌써 섹스를 해봐야……."

이런저런 말들로 한참을 섹스하지 말라는 설교를 할 것이다. 분명히 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섹스를 해야하는 당사자는 그것과 관계없이 섹스를 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 더구나 피임에 대한 상담을 하기까지 여자가 얼마나 큰 용기를 내야했는지 알 것이다. 어렵게 친구에게 물어봐도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넌 아직 피임도 모르니?"

사실 그 친구도 피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오히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되묻는다.

"너 그 사람이랑 잘 거야?"

성을 억압하는 풍토가 섹스를 음흉한 눈으로 바라보게 하고 장난기로 얼버무리게 한다. 이런 태도는 여자들의 건전한 성생활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여자 자신을 보호하는 피임까지 어렵게 만든다. 섹스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성 경험이 있는 여자로 비치고 섹스를 밝히는 여자로 낙인찍히는데 어떻게 감히 피임을 말할 수 있겠는가?

남자가 성 관계를 가질 때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리 콘돔을 준비하지는 않는다. 설령 준비했다해도 마치 섹스를 의도한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섣불리 꺼내지도 못한다. 그래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미리 피임을 준비하고 섹스하는 경우가 드물다. 애무로 사랑을 표현하다 섹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임을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다행히 콘돔이 준비되어 있다해도 발기된 성기를 드러내놓고 여자 앞에서 끼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남자의 성기를 애무해본 경험이 있는 여자라면 대신 콘돔을 끼워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남자 자신이 콘돔을 끼우겠지만 대부분 발기된 성기를 여자 앞에 드러내는 것을 쑥스러워한다.

결국 피임을 남자의 질외 사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 방법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 입장에서는 피임을 남자에게만 의존한다는 것이 여자 입장에서는 불안하기도 하다.

"우리 할까?"

오랜 만남을 통해 그런대로 섹스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해도 콘돔을 준비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몇 번씩 약국 근처를 맴돌다가 콘돔은 사지도 못하고 그냥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콘돔끼고 해."

첫 섹스에서 과연 피임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여자가 얼마나 될까? 사실 여자는 콘돔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기가 힘들다. 피임도 못한 채 임신을 염려하면서 남자와 섹스를 해야하는 여자의 심정은 어떨까?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다고 여자를 비난하기 이전에 과연 피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인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콘돔 하나도 당당하게 구입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누구를 탓하겠는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야할 피임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순결'만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섹스를 수치스러운 일로 왜곡시켰기 때문이다. 건강한 성인 남녀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섹스다. 그런데 무조건 하면 안 된다고 강요하면서 성욕을 억제하려는데 문제가 있다. 단순히 피임법만 가르친다고 해서 피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섹스를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으면 피임도 마음놓고 할 수 있게 된다.
아더
부부관계연구소 이사장 / 펜트하우스 고문
탄트라 명상연구회 <仙한 사람> 회장
저서 <이혼했으면 성공하라>, <우리 색다르게 해볼까>, <그래도 나는 사랑을 믿는다>
http://blog.naver.com/arde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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