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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에서 만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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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샬레이걸] 
 
작년 겨울의 일이네요. 연초부터 여기저기서 일이 터져 설 떡국을 먹는 둥 마는 둥 정신없는 새해맞이를 하던 와중에 간신히 찾아온 주말. 친하게 지내던 대리님 한 분과 같이 스키장에 가기로 했습니다. 나이 차이가 좀 있지만 죽이 잘 맞아 평소에도 가끔 같이 놀러 다니던 사이였죠. 꼬불거리고 미끄러운 길을 지나 탁 트인 슬로프를 보자 쌓였던 스트레스는 순식간에 훅... 은 무슨. 둘 다 휴무인 걸 모르는 채로 출근한 상사의 메시지 세례에 한 시간여를 시달리고 나서야 스키장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주말이 지나면 제설차 앞의 눈처럼 밀려온 업무가 쌓여 있겠지만 그래도 놀러 왔으니 놀아야죠.
 
“자. 제대로 놀아 보자. 난 중급자 슬로프를 맡을 테니 넌 초급자 슬로프를 맡거라.”
 
“네?”
 
뭔 소린가 하고 쳐다보니 대리님이 씨익 웃더군요.
 
“야! 인마! 사내새끼들 둘이 놀러 왔으면 역사를 쓰고 가야지. 가서 일단 미녀들부터 스캔하고 오라고.”
 
아... 이 양반이 그럼 그렇지. 잘생기고 대학 시절 밴드 메인 보컬을 할 정도로 잘 노는 대리님이 그때까지 솔로였던 이유는 단 하나. 너무 노는 걸 좋아해서였습니다. 오죽하면 자기가 술 못 마시는 것 때문에 더 재미있게 못 논다고 한탄하는 사람이었죠.
 
뭐 어쨌거나 몸은 풀어야 하니 대리님의 작전 지시(?)에 따라 각자 자신이 맡은 슬로프로 향했습니다. 몇 분 뒤 리프트 앞에서 다시 만난 저희는 수색 작전의 성과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거긴 좀 어떻디?”
 
“대리님. 작전을 좀 수정하셔야겠는데요?”
 
헬멧 아니면 고글로 얼굴의 반 이상을 가리고 있는 와중에 미녀를 알아볼 수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같은 문제점을 발견했는지 역시 표정이 좋지 않더군요.
 
“보드 탈 때는 타고 이따 정설 시간에 찾아보시죠? 그때 되면 사람들 다 식당가 쪽으로 모이잖아요.”
 
“와... 역시 넌 배울게 많은 놈이야.”
 
“전 여기서 여자 꼬신다는 생각도 안 해봤는데요?”
 
“생각도 안 하고 왔는데 그렇게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걸 보면 난 놈이라는 거지. 일을 좀 그렇게 해 봐라 응?”
 
왜 결론이 그렇게 나는 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의미한 탐색 작업 대신 지옥 같은 전투 보딩이 시작되었습니다. 보드복 목 틈으로 훈김이 훅훅 솟을 정도로 놀다 보니 어느덧 정설 시간. 땀에 흠뻑 젖은 채로 화장실에 들른 저는 현실과 마주했습니다.
 
꽁꽁 얼어서 빨개진 볼과 파르스름한 입술. 이런 몰골로 무슨이라고 생각하며 옆을 본 저는 비비크림을 열심히 바르는 익숙한 남자를 발견했습니다. 아... 대단한 사람. 그렇게 또 다른(?) 전투 준비를 완료한 대리님은 오감을 최대한 끌어올린 채 인파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저요? 저는 얼굴로 누군가를 유혹할 수준도 아닐뿐더러 한나절 동안 눈밭에서 구르고 난 이후엔 더더욱 아니었거든요. 열심히 일하는 대리님 눈에 안 띌 만한 곳에서 따듯한 커피와 츄러스를 몰래 먹고 있었죠. 정설 시간이 끝나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 무리 저편에서 대리님이 싱글거리며 돌아왔습니다.
 
“소득은 좀 있었나?”
 
“아니요. 제 스타일이 없더라고요. 대리님은요?”
 
“이 형만 믿거라.”
 
싱글벙글 다시 슬로프로 올라가는 대리님 뒤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휴대전화를 열심히 두들기는 걸 보니 참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지더군요. 네. 저는 그냥 보드나 타면서 잘 놀았습니다. 각자 잘하는 걸 하면 되는 거잖아요? 어느덧 해가 저물고, 눈에 젖은 건지 땀에 젖은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가 되자 드디어 대리님의 전화가 오더군요.
 
“가자. 술도 좀 사고 해야지.”
 
“어 진짜 같이 놀 분 찾으신 거예요?”
 
“그럼 가짜로 찾냐? 근데 다 너보다 누나들인데 괜찮냐?”
 
“저는 대리님처럼 음흉하지 않아서 괜찮습니다만.”
 
“아 맞다. 너 연상 취향이었지.”
 
뭔 말을 하겠습니까. 장비에 묻은 눈을 대충 털고 차에 올라 예약해 두었던 펜션으로 향했습니다. 씻고 나와서 보니 방향제를 뿌리고 있는 익숙한 남정네가 보입니다. 정말이지 대단한 사람이에요. 자기 방에는 안 뿌리면서.
 
“가서 술이랑 안주 좀 사 와. 아저씨한테 바베큐장 불 좀 피워 달라 하고. 난 숙녀분들 픽업하러 다녀오마.”
 
안주랄 게 뭐 있나요. 대충 과자랑 과일 몇 개 주스 두어 병을 집어 돌아오니 썰렁했던 바베큐장에 천막이 쳐져 있습니다. 뭐라 뭐라 설명하시는 펜션 주인아저씨와 이글거리며 타는 참숯. 생각보다 금세 따뜻해지더군요.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는 사이 위풍당당하게 대리님과 숙녀들(?)을 태운 차가 도착합니다.
 
“안녕하세요.”
 
다들 아실만한 분위기의 어색한 인사와 자기소개 타임. 그러거나 말거나 제일 막내는 어디서든지 고기를 구워야 하는 법이죠. 석쇠 위 얹어 놓은 고기를 뒤집으며 분위기를 살폈습니다. 키가 작은 귀염상인 한 분과 살짝 성격 있어 보이는 선생님 타입의 한 분. 술잔을 잡자마자 분위기를 주도하는 대리님 덕에 생각보다 웃음이 넘치는 훈훈한 광경이 금세 연출됐습니다. 역시 잘생긴 사람은 뭘 해도 되는 법이죠. 저요? 저는 고기를 잘 굽습니다 네. 상추도 잘 갖다 주고요.
 
30살이 된 걸 자축하는 기념으로 친구끼리 놀러 왔다는 그녀들. 추운 날씨에 온종일 놀았으니 허기진 건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인지 준비했던 고기는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남은 술들을 처리하러 방에 들어가 시작된 2차. 여자분들이 가져온 보드카 덕에 저는 또다시 바텐더가 되어야 했죠. 그래봐야 스크루 드라이버지만요.
 
배도 불렀겠다 술도 살짝 들어갔겠다, 사랑을 찾기엔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있을까요. 대리님은 이제 대놓고 귀염상의 그녀에게 들이대고 있었고 받아주는 쪽 역시 싫지 않은 듯 서서히 둘의 앉은 자리가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짝이 지어지듯 선생님 분위기의 그녀 역시 흘끔흘끔 저를 쳐다봅니다. 네. 도와주진 못할망정 찬물을 뿌리진 말아야죠. 시기적절하게 꺼내놓는 새로운 술과 안주에 대리님과 귀염녀의 진도는 수능 끝난 겨울방학의 고1처럼 쭉쭉 앞으로 치고 나가고 있었습니다.
 
“좀 자재를 이렇게 잘 준비해보지 그러냐?”
 
“거 술 드시면서 일 얘기하지 마시죠?”
 
남은 술이 거의 떨어져 갈 무렵, 귀염녀가 피곤하다면서 소파에 가서 앉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모든 우주가 하나 되어 행성이 정렬되듯, 수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대리님의 눈이 저에게 향하고, 선생님은 바람 좀 쐬러 가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서며 제 다리를 톡 건드립니다. 하... 저도 그렇게 눈치 없는 거 아닌데. 담배나 한 대 피우겠다며 대리님 외투에서 차 키를 꺼낸 저 역시 선생님과 함께 펜션을 나왔습니다. 나오면 뭐 있나요? 춥지. 오들오들 떠는 그녀에게 괜스레 물었습니다.
 
“술도 마시고 해서 귀염 누나랑 누나 여기서 자고 가야 될 거 같은데, 씻을 거 챙겨오는 게 낫지 않아요?”
 
“아 그러네, 근데 술 마셨는데 괜찮겠어?”
 
“별로 안 마셨어요. 이것저것 하느라.”
 
“어이구 우리 동생이 고생했네.”
 
눈웃음을 살짝 지으며 그녀가 제 엉덩이를 톡톡 두들깁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그녀의 펜션에 도착할 무렵, 그녀가 립스틱을 꺼내 입술을 다시 바릅니다.
 
“어 누나 저 지금 술 마셔서 그렇게 유혹하면 위험한데?”
 
잠깐 멈칫하던 그녀가 키득거리네요.
 
“이렇게 하면 유혹하는 거야? 너 넘어와?”
 
“누나 한정으로 넘어갈지도 모르죠?”
 
주차된 차 안에서 흐르는 긴장감. 천천히 그녀는 입술을 바르더니 위아래 입술을 서로 문지릅니다. 오렌지색 가로등 빛에 반쯤 가려진 덕에 그녀 얼굴에서 보이는 곳이라고는 입술뿐. 입술이 살며시 벌어지며 새하얀 치아가 보이는 것과 동시에 저는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였습니다. 갓 바른 립스틱의 촉촉함 아래로 느껴지는 폭신한 그녀 입술에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그녀의 혀가 먼저 제 쪽으로 넘어옵니다. 혀끝을 세워 입천장을 긁는 그녀의 움직임에 짜릿함이 허리를 타고 올라옵니다. 손이 그녀의 옷깃 사이로 들어가려는 찰나, 저 멀리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쳐왔습니다.
 
“누나, 사람 온다. 들어가자.”
 
후다닥 차를 빠져나와 펜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다시 그녀의 입술을 덮쳤습니다.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벽에 밀어붙인 저는 방금 당했던 걸 갚아주겠다는 것처럼 그녀 입술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거칠게 밀고 들어온 혀를 능숙하게 휘감아오는 그녀의 혀. 아, 저보다 내공이 훨씬 뛰어나더군요. 그렇게 숨이 가빠 올 정도로 격렬한 키스가 끝나고, 저와 그냐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옷을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습니다.
 
외투의 지퍼를 내리고, 등 뒤의 후크를 톡 풀어내고, 보드라운 티셔츠를 말아 올리자 예쁜 가슴이 나타납니다. 한 손에 살짝 넘치는 크기의 예쁜 가슴. 유난히 작은 젖꼭지가 귀여워 손가락 하나를 올리자 그녀가 살짝 바르르 떱니다.
 
“차가워.”
 
“아 미안. 손이 얼었네.”
 
“아냐, 근데 느낌 이상해.”
 
놀란 젖꼭지를 달래기 위해 입을 가져다 따뜻한 입김을 불어 줍니다. 허리에 가 있던 반대쪽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간 그녀의 몸이 느껴집니다. 천천히 혀끝으로 유륜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장난치자 바르르 떨던 그녀가 제 머리를 잡고 끌어올립니다. 목을 끌어안은 채 다시 덮쳐오는 입술. 가슴이 민감한 것 같은 그녀를 위해 그녀가 혀를 움직이는 동안 두 손 바삐 그녀의 예쁜 가슴을 부드럽게 터치했습니다. 단단하게 선 젖꼭지를 가지고 놀던 저는 그녀의 키스가 끝나는 걸 기다렸다 그녀를 돌려세웠습니다.
 
“여기서? 잠깐만, 안에 들어가서 하자 응?”
 
“괜찮아요. 괜찮아.”
 
그녀를 달래며 바지를 무릎까지 내린 뒤 신발장에 기대게 합니다. 바지 때문에 다리가 잘 벌어지지 않지만 끈적하게 젖어있는 그녀의 계곡을 핥는 데는 별문제가 없더군요.
 
“아! 으... 하지 마… 더러워...”
 
“아니야 맛있는 거예요. 괜찮아요.”
 
하지 말라는 말과는 다르게 점점 굽어지는 그녀의 허리. 활짝 벌어진 엉덩이 아래 쪼그리고 앉아 한참 동안을 그녀의 다리를 매만지며 계곡 사이에서 솟는 애액을 핥습니다. 쪼그려 앉은 다리가 저려 올 때쯤 그녀가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움찔거리는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제 바지를 내리려 하자 그녀가 애원합니다.
 
“나 못 서 있겠어. 들어가서 하자 응?”
 
신발을 집어던지다시피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내린 그녀를 들어 올리는데... 좀 무겁더군요.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침대로 그녀를 옮긴 저는 아랫도리만 벗고 그녀 위로 뛰어들었습니다. 매끈한 다리를 비벼 가며 발목에 걸친 옷들을 벗어낸 그녀도 두 다리 벌려 저를 맞이했지요. 날씨는 차고 바람은 거세게 창문을 흔들었지만 그녀 안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습니다. 그렇게 격정적인 섹스를 마치고 깜빡 잠이 든 저희는 새벽에 일어나 한 번 더 서로를 탐하고 함께 몸을 씻었습니다.
 
씻고 나오니 마침 와 있는 대리님의 문자. ‘일어났냐?’ 돌아갈 버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그녀들을 터미널로 데려다준 저희는 다시 스키장으로 돌아왔지요. 아, 물론 그녀와 귀염녀의 의미 가득 담긴 찡긋거리는 눈짓을 답례로 받아들고요.
 
“보드 한판 또 타고 가셔야죠?”
 
“어... 너 타라. 난 못 타겠다.”
 
저는 밤새 3년쯤은 더 늙어 보이는 대리님을 놀리며 슬로프로 올라갔고, 오후가 살짝 지나서야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 겨울이 대리님과 함께 스키장에 간 마지막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친구가 생긴 대리님은 제대로 꽉 잡혀 살게 되어 버렸으니까요. 특히 저와 어딜 놀러 간다는 소릴 들으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덕에 회식자리가 아니면 술도 같이 먹기 힘든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누구와 사귀게 되었는지 아시겠죠? 아마 잘생긴 줄만 알았더니 그쪽으로도 남달랐단 모양이네요.
 
그리고 내일. 대리님이 결혼을 합니다.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해주러 가야죠. 물론 형수님은 모르게 조용히 봉투만 놓고 밥이나 먹고 올 테지만요.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과연, 그녀도 내일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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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츄 2017-02-13 14:32:33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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