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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마루 섹스썰 [6탄]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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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터 문]
 
아픈 상처를 딛고 새로운 사람과의 사랑. 그것은 나의 젊고 열정적인 삶의 신호탄이었다. 그 애와의 사랑은 마치 처음 하는 풋풋한 사랑처럼 마냥 설레고 좋기만 했다. 봄 햇살 같았던 그 애와의 기분 좋은 만남은 아쉽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모임에서 사귀고 공표하면 적군들이 항상 몰리고 난 뜻하지 않은 방어전을 치러야만 했다. 그만큼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그 애. 난 충분히 이해했고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사귀는 내내 뒷말들이 많았다.
 
여자애가 빚이 있는데 내가 다 갚아 주는 조건으로 사귀는 거라더라, 정략결혼을 한다더라, 내가 무슨 병에 걸렸는데 여자애도 전염되어서 죽을 각오로 둘이 만나는 거더라 등등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이 퍼졌다. 어린 나이에 자영업을 했던 터라 웬만한 험담이나 유언비어에도 그냥 넘기는 나였지만 그때만큼은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결국, 모임도 잘 안 나가게 되고 그 애와의 만남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서서히 잊혀 갔다.
 
만남도 헤어짐도 자연스럽게 대했다는 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우리 둘은 서로한테 상처를 받은 건 아니기 때문에 웃으며 헤어질 수 있었다. 물론 그 모임은 탈퇴했고 그 후로 OO클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신 더 큰 재미가 있는 OO월드에 가입해서 미니홈피를 만들었다. 이건 재미를 넘어서 사람을 중독시켰다. 일촌 파도타기! 나의 감성과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프로필 메시지! 그런 감정을 글로만이 아닌 캐릭터로 나타낼 수 있는 미니룸! 등등 신세계였다.
 
일이 끝나기 무섭게 PC방으로 향하는 날은 계속되었고 점점 갖춰지는 나의 미니홈피를 보며 일촌 신청도 하고, 일촌 신청도 받고, 때로는 거절도 하고 정말 재미있는 공간이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난 또 PC방 죽돌이가 되어 가는데 동네 친구가 술 한잔하자고 했다. 조그마한 호프집에 들어갔는데 우리 또래로 보이는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다. 웃을 땐 ET랑 똑같이 생겼는데 잘 빠진 각선미, 훤칠한 키, 긴 생머리. 음... 분명 매력적이다. 문제는 친구였다. 참고로 이 친구는 잘생긴 것도 잘생긴 거지만 정말 깔끔하게 생겼다. 남자인 내가 봐도 빠져들 만큼 키도 크고 몸매 좋고, 아무튼 여자들이 좋아하게 생겼다. 처음 방문한 거라 쉽게 말은 못 꺼내겠고 친구는 안절부절 했다.
 
“야! 너 쟤 맘에 드냐? ET인데?”
 
“씨X ET고 지랄이고 남자는 꽂히는데 이유가 없는 거다. 내가 좋으면 그걸로 끝이야.”
 
“어휴, 알았다. 이 그린벨트 마빡 새끼야.”
 
“야! 너 나 좀 도와줘라.”
 
“뭔데?”
 
“나 혼자는 좀 그렇고 내일부터는 여기에 매일 올 거거든? 너도 같이 좀 와 주라. 술값은 내가 낼게!”
 
“그건 당연한 거 아니냐? 아 이 찐따같은 새끼. 진짜…”
 
“야! 친구가 연애 좀 해보겠다는데”
 
“쳐 웃긴. 알았다. 대신 난 그냥 가만히 있는다?”
 
“아 놔, 그럼 안 되지~~ 적당히 맞장구도 쳐주고, 내 자랑도 좀 해주고~~”
 
“발정 났냐? 이 셰퍼트 닮은 그린벨트 마빡 새끼야!”
 
친구는 계산하면서도 그녀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기 위해 훤한 마빡을 들이밀었다. 아! 대머리는 아니다. 이마가 굉장히 넓다. 객기로 말했겠지 하는 내 생각은 완전히 깨졌다. 그 친구는 진짜 한 달 내내 호프집을 갔고 그녀와 친구 그리고 나는 동갑내기 삼총사가 됐다. 그간 마신 맥주만 해도 혼자만 거의 5만cc 였을 것이다.
 
ET, 찐따, 븅딱. 세계 최고의 또라이 세 명은 막강한 집단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되는 존재들이다. 그렇게 친구와 그녀는 본격적인 썸을 타며 알콩달콩 지내며 사랑을 주고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피곤에 쪄들어 우루死 백 마리를 어깨에 얹고 자려는 내게 전화가 왔다. 친구다. 다짜고짜 나오란다. 이 정도면 정신병자 아님 돌아이다.
 
“아~ 왜~~~”
 
“OO극장으로 나와. 술 마시게.”
 
“느그둘 사이에 끼기 싫으니까 둘이 마셔라.”
 
“야! 빨리 나와! 너 안 오면 진짜 후회한다?!”
 
“아! 진짜 짜증나게… 끊어!”
 
휴대전화 폴더를 접으려는 순간 “얘 친구도 있어...”라는 친구의 말.
 
“알았어. 바로 뛰어갈게”
 
난 바로 옷을 입고 칼루이스로 빙의되어 총알같이 택시를 타고 갔다. 웬 Bar로 오라고 해서 무슨 일 인가 싶었다. 입구에 들어서서 문을 연 순간 생머리의 여자 두 명과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들의 뒷모습은
 
“저기요~ 시간...” “네?” 하고 돌아서는 순간 “몇 시인가요?”라고 할 정도의 앞모습일 것이다. 친구는 끼리끼리 만난다는 편견은 이미 각인된 임팩트가 아니던가... 친구 옆에 앉아 어색한 인사를 하는데 응? 그녀의 친구 평범했다. 예쁘지도 않고 못생기지도 않고 평범했다. 물론 친구의 그녀보다는 훨씬 예쁘다. 오래간만에 마시는 양주라서 그런가? 잘 안 받았다.
 
“야! 나가서 소주나 한잔하자.”
 
넷은 밖으로 나와 걸어가는데 친구와 그녀는 손깍지를 끼고 있었다. 난 그냥 생각 없이 슬쩍 그녀의 친구를 봤다. 그녀의 친구가 말했다.
 
“야, 쟤네 손잡고 가는데 우리도 손잡고 갈까?”
 
“음... 그래 가자.”
 
처음 잡아 본 그 애의 손은 너무나 차가웠다. 별명이 인간 난로인 나는 무엇인가 찡했다.
 
‘아... 얘...무슨 사연이 있는 애구나...’
 
손만 잡았을 뿐인데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그냥 든 생각이 아니었다. 당시 불토라는 단어는 없었던 시절이었지만 토요일 새벽 시내는 가히 젊은이들의 거리였다. 가는 곳마다 시끄럽고 나도 젊은 나이였지만 상대방의 말소리도 안 들릴 만큼 시끄러운 곳은 싫었다. 지금도 그렇다. 우린 다시 조용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우리만의 얘기와 궁금한 것 등등 많은 얘기와 오가는 술잔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서히 동이 틀 무렵 친구와 그녀는 따로 할 얘기가 있다며 빠졌다. 할 얘기가 아니라 할 행위겠지.
 
“오냐~ 가라~ 콘돔은 필수다. 안에다 싸지르지 말고, 앞으로 하지 말고 뒤로해라! 넌 셰퍼트니까!”
 
“저 씹쌔…”
 
이제 우리 둘만 남았다.
 
“야! 뭐하냐? 집에나 가자. 좀 졸리다.”
 
“너 졸려? 한잔 더 하자. 내가 살게.”
 
“그래? 그럼...”
 
우린 말없이 손을 잡고 걷고 또 걸었다. 잠도 깰 겸 술도 깰 겸...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린 OO동까지 왔고 그 근처에서 한잔 더 하기로 했다. 궁금했다. 이제껏 수많은 얘기를 했음에도 난 그 애가 너무도 궁금했다.
 
“너... .손이 너무 차갑다. 수족냉증이야?”
 
“아... 아니 얼마 전부터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 찌릿하고 차갑고 그러네.”
 
핑계라는 걸 바로 직감했다. 그러나 막 꼬치꼬치 캐물을 수는 없었다. 왠지 아픈 비밀이 있는 거 같았다. 이 애에 대한 예의는 지키고 싶었다. 어느새 아침이 밝았고 우린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나는 바로 잠들었고 일요일 늦은 아침에 눈을 뜬 나는 늘 그랬듯 PC방으로 갔다. OO월드에 로그인을 했는데 일촌 신청과 쪽지가 와 있었다. 그 애였다. 친구 미니홈피에서 내 이름을 보고 일촌 신청을 한 거였다.
 
‘네 덕분에 재미있었다. 다음에 또 보자. 우리 일촌 할래?’
 
수락을 클릭하고 고마움의 답장을 보냈다. 왠지 모를 기대감과 불안함이 언습했다.
 
 
글쓴이ㅣ베니마루
원문보기▶ https://goo.gl/ET9Dw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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