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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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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누구에게나 정말 장면 장면이 사진처럼 저장되어 기억하고 있는 어떤 날의 일상이 있다. 정작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을 잊고 살면서, 내가 왜 이렇게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날들이 사람마다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살면서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임팩트는 강하고, 보통은 처음 무언가를 했던 날을 또렷이 기억하곤 한다. 입사 첫날, 첫 수업, 첫 키스, 첫 섹스 등등. 하지만 그날은 그런 임팩트 있는 날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느꼈던 시각, 청각, 후각과 촉각이 너무나 정확하게 내 몸에 기억되어 있다.
 
왜 하필 그 날일까. 세월이 많이 지나고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며,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할 때 나는 그날을 자주 떠올린다. 그 날의 분위기와 나눴던 대화들까지.
 
내 거의 유일한 장점은 낙천적인 성격이었다. 살면서 정말 뭐 이딴 일을 다 겪을까 하는 경험들 속에서도 나는 웃었다. 일본에 오기 전, 주차해 놨던 내 차를 버스가 와서 박아 버렸을 때도 나는 허허허허 뭐 이딴 일이 시벌 허허허허 하면서 웃었고, 그 보다 더 황당한 일을 겪어도 -흔히 말해 남자들이 X됐다 라고 표현하는 일들에도 – 나는 그것을 친구들 끼리의 술자리에서 안주감으로 이용했다.
 
그런데, 그 때 당시에는 난 참 견디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일들인데, 그 때는 처음 겪는 종류의 시련 혹은 난관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름 일본의 그 지역 내에서 성적으로 방구 좀 뀌는 애들이 모여 있는 학교에서 그들을 따라잡기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대학에 들어갈 때만 해도, 나는 아직 젖살도 안 빠진 내 동기들을 보며 귀엽다는 생각을 했었다. 대충 계산해 보니까 내가 군대에서 짬밥 먹을 때 중학교 벤또 까 먹던 애들이었고, 게다가 나는 대학생활 유 경험자 였다. 그러니까, 회사로 따지자면 경력직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부를 해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격차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때 당시 나에게 일본어 과외를 받는 학생 중에서는 여중생이 한 명 있었는데, 전편에서 말한 데로 일본에서 재혼한 한국 여자분이 자신의 딸을 일본에 데려온 케이스였다. 나는 그 아이에게 일본어를 비롯한 기본적인 수학 영어 등을 가르쳤는데, 그 아줌마가 내가 자기 딸에게 손을 댔다는 더러운 소문을 내고 다녔다. 도대체 왜, 수업 시간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마디도 안 했던 내가 그 소문의 주인공이 되었는지, 그리고 도대체 그 아줌마는 무엇을 얻기 위해서 굳이 본인의 딸을 더럽혀 가면서 까지 그런 가십거리를 만드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센다이의 한국인 커뮤니티에서는 그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가끔 일어난다.
 
내가 그런 일련의 일들로 힘들어 하고 있을 때, 한국 음식점 아르바이트 사장님(전편참조)이 나를 부르더니 담배를 내밀었다.
 
“괜찮아요.”
“뭘 괜찮아. 일본은 어른이랑도 다 맞담배 핀다. “
“전 한국 사람 이잖아요.”
“그럼 사장의 권한으로 명령한다. 한 대 같이 펴라.”
“거절하면요?”
“거절을 거절한다.”
 
나는 사장님의 카리스마에 마지못해 엄마 뻘 되는 그 분 앞에서 쭈뼛쭈뼛 담배에 불을 붙였다. 늘 무뚝뚝하고, 취하면 나를 불러 이상한 질문을 했던 그 사장님이, 어떻게 알고는 나에게 그렇게 말을 했다.
 
“원래 일본에 오래 살면 별에 별 미친년들이 다 있다. 니가 싹싹하고 친절해도 끼부린다고 소문나고 무뚝뚝해도 깡패 같다고 소문 나는 게 이 동네여. 그런 좆 같은 소문을 퍼트리는 년보다 믿는 년들이 더 병신이지. 아무도 그 소문 안 믿으니까 걱정 말고 어깨 펴라.”
 
나는 ‘어? 오늘은 저에 대해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라는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경 안 써요.”
“뭘 안 써. 얼굴에 나 지금 존나 짜증난다 라고 써 있구만.”
“양파 썰다가 그랬어요.”
“저거 적양파라서 냄새 안나거든?”
“적양파도 나거든요. “
“아무튼.”
 
사장님은 내 말을 끊으며, 손님이 없는 홀 테이블에 앉아 앞에 있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그 분의 개인사를 들은 적은 거의 없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자의 포스가 풍겼다.
 
“내가 왜 널 뽑았겠냐?”
“일 시키려고요.”
“……내 말은, 너처럼 손님들에게 잘 웃지도 않고, 겁나 잘생겨서 손님을 끌어올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닌 애를 왜 뽑았겠어.”
 
글쎄요. 치명적인 매력? 이라는 드립은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는 나는 되물었다.
 
“ 그럼 왜 뽑으셨는데요?”
“그러게.”
“……”
“아무튼, 타지 생활 하면 기본적으로 거지 같은 일들을 다 감수하고 살아야 되는 거야. 그러니까 평상시 처럼 해. 덩치도 산만한 놈이 쭈글탱이 처럼 구겨져 있지 말고. 안쓰러워서 그런다 이놈아.”
“알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조금 일찍 퇴근하면 안될까요? 데이트가 있어서.”
“지랄한다.”
 
결국 나는 툴툴 거리며 주방으로 돌아가 썰고 있던 양파를 마저 썰었고, 정말 사장님은 에누리 따윈 없이 딱 정시에 나를 퇴근 시켰다.
 
마리와 약속한 대로, 나는 그녀가 사는 동네로 찾아갔다. 마쯔리 중이라는 것을 광고라도 하듯이, 동네는 정말 축제 분위기 였다. 여기저기 연등이 걸려 있고, 조용한 동네인 줄 알았던 그 곳에 포장마차가 들어섰으며, 하천에는 많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나는 평상시에 텅텅 비어 있던 주차장에 겨우 난 한 자리를 찾아 주차를 하고 마리에게 메일을 보냈다. [지금 주차 끝내고 역 입구에 서 있어] 라고 보낸다는 것을 [주사를 끝내고 역 앞에 서 있어] 라고 오타를 낸 것을, SEND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인지하고는 아오 젠장! 이라고 소리쳤지만, 다행히도 마리는 OK!라고 답장을 보내 주었다.
 
조금은 서늘한 봄바람이, 정확히 말하면 저녁 바람이 기분 좋게 불던 날이었다. 길가에 들어선 노점상들에서 풍기는 맛있는 음식 냄새와, 뭐가 신이 났는지 왁자지껄 떠드는 10대 남자 아이들 무리들, 그리고 손을 잡고 돌아다니고 있는, 누가 봐도 막 연애를 시작한 풋풋함이 느껴지는 젊은 커플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에,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하고 쳤다.
 
“오빠!”
 
내가 뒤를 돌았을 때, 수줍게 웃고 있는 마리가 서 있었다. 머리를 묶어 올려 하얀 목선을 드러낸 그녀는, 하얀 색 천에 붉고 큰 꽃이 수놓아져 있는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붉은 오비(기모노의 허리띠)는 그녀의 얇은 허리를 강조라도 하듯 타이트 하게 조여져 있었다. 의외의 복장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음…어…음…안녕?”
 
이라고 얼떨떨하고 덜 떨어진 리액션으로 그녀를 맞았다.
 
“나 이상해?”
“어? 뭐? 아니. 그게……”
 
소매가 넓은 기모노 자락으로 나온 하얗고 가는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그녀는 웃었다.
 
“아냐. 이쁘다 엄청.”
“감정이 실린 칭찬 맞아?”
“맞아. 정말이야.”
 
나는 허둥지둥 말하고 있었지만, 내 말은 진심이었다. 난 오히려 정말 크게 감동을 했더나 감탄을 했을 때 할 말을 잃고 표현할 타이밍을 놓치는 버릇이 있었다. 기모노를 입은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인형같이 예뻤다.
 
“성인식 했을 때 입었던 건데, 마쯔리에도 입는 사람들이 많길래 나도 입어 봤어. “
 
그녀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그대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아요 라는 가사가 떠올랐지만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그 불순한 가사를 털어버렸다. 일본에서의 성인식은 그냥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하는 행사이다. 그대여 뭘 망설이나요~ 이딴 게 아니란 말이다. 내가 자꾸만 떠오르는 성인식 안무를 머릿속에서 지워내고 있을 때 그녀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근데 주사는 엉덩이에 맞았어? 아님 팔에 맞았어?”
“……그거 오타야.”
 
내 말에 그녀는 쿡쿡 거리면서 웃었다. 뭔가, 스포츠 센터에서 봤었던, 회원들을 대하는 그 미소와 조금은 다른 것 같아서 마음이 살랑거렸다.
 
“가자. 뭐 먹고 싶어?”
“응? 글쎄. 포장마차 같은 것들이 많으니까. 다 맛있어 보인다.”
“맞다! 한국은 늘 포장마차가 길 거리에 있던데……마쯔리가 자주 있나 봐?”
 
응 그거 불법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귀여운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나는 기모노를 입어서 총총거리는 걸음을 하는 그녀의 발에 속도를 맞춰 걸었다. 갑자기 뭘 보았는지, 그녀는 무언가를 가리키며 웃었다.
 
“오빠 저거 봐!”
 
그녀가 손을 뻗은 곳에는, 길거리에 붙어 있는 차량용 거울이 있었다. 좌회전 하는 차량이 대항차를 확인하라고 붙여 놓은 그 거울 안에는, 나란히 서있는 우리 둘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었다.
 
“저게 왜?”
“디즈니랜드 인형탈 쓴 사람이랑 사진 찍는 거 같아.”
“……”
 
정말이지 엄청난 덩치 차이였다. 키가 큰 나와, 157 정도 되는, 그것도 한 명은 곰 같고 한 명은 마른, 그 모습은 정말 인형을 절도해서 가져가는 변태 도둑의 모습이었다.
 
한참이나 그것을 보고 웃는 마리를 데리고, 나는 길가에 있는 야키토리(닭꼬치) 노점상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간이 의자도 몇 개 있었고, 조금 불편한 옷을 입은 마리는 조심스럽게 그 곳에 앉았다. 나는 야키토리 모듬과 시원한 생맥주를 주문했고, 마리는 자신은 술을 못 마신다며 콜라를 주문했다.
 
“근데 오빠 차 가져오지 않았어?”
“응. 한 잔은 괜찮아.”
“안돼.”
“아니 난 진짜 괜찮……”
“안돼. 위험해.”
 
소스를 뿌려 먹기 좋게 익은, 심지어 파에도 양념이 잘 베어서 한 입 물면 육즙이 팍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 닭꼬치를 두고 맥주를 못 마시다니. 차라리 피자랑 맹물을 마시라고 하지…하면서도 나는 풀 죽은 목소리로 ‘콜라 두 잔이요.’ 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난 안 물어본 게 있어.”
“뭔데?”
 
금방 나온 닭꼬치를 먹기 좋게 젓가락으로 하나씩 빼 주면서,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오빠는 같이 마쯔리 구경할 여자친구 없이 왜 혼자 왔나요?”
“……뭐야 그게.”
“오빠도 이렇게 남자친구 있냐는 질문을 돌려서 했잖아.”
 
그녀의 말에 나는 어이 없다는 듯이 웃어 버렸다.
 
“있다면요?”
“에이. 없으면서.”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나를 보며 마리는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기모노에 피어 있는 꽃도 나를 보며 웃는 거 같았다.
 
“제가 이래 보여도 말이죠……없습니다.”
“예상 대로 군요?”
“좋으시겠어요.”
 
우리는 실없는 농담과 섞어 가며, 그 날 차에서 다 하지 못했던 대화들을 마저 나눴다. 서로가 살아왔던 이야기를, 마치 발언권을 부여하는 사회자가 있는 토론회처럼, 사이 좋게 자신의 말을 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했다.
 
마리는 중학교 때 호주로 발레 유학을 했다. 그녀는 그래서 어릴 적 친구가 거의 없으며, 일본에 돌아오고 나서 사귄 친구만 있다고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가 아닌 발레 학교를 갔다가 유학을 마치고 왔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최근에 그런 특수한 환경에 있던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주기 위한 학교가 있어서, 입학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는 중이었다.
 
나는 어디서부터 내 이야기를 해야 될 지 몰라, 한국에서 대학교를 자퇴하고 군대를 갔다온 이야기를 했다. 군대에서 훈련 받던 이야기, 낫 하나로 산 하나를 제초했던 이야기, 밥 먹을 때 테이블 위에 팔 올리고 먹었다고 욕먹었던 이야기 등등. 한국에서는 흔하지만 그녀에게는 흔치 않은 이야기인지, 마리는 반짝 거리는 눈으로 내 군대 이야기를 경청하며 공감해 주었다. 신이나서 더 이야기 했다가는 북파 공작원으로 대원들을 이끌고 임무 수행을 했다는 날 뻥을 칠 것만 같아서, 나는 적당히 끊고 돈을 벌어 일본유학을 왔다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간단한 식사를 하고, 마쯔리가 한창인 거리를 같이 이야기 하며 걸었다. 그 때만 파는 특제 벚꽃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기도 하고, 하천에 떠오른 달빛 그림자를 구경하기도 했다. 작은 손잡이가 달린 망으로 금붕어를 뜨는 것을 시도하다가 둘다 실패를 해 버려서 투덜대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하천 길을 따라 걷다가, 조금 땀이 나기 시작해서 하천이 보이는 다리의 난간에 기대어 쉬었다.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마리가 입을 열었다.
 
“오늘 마쯔리 재미 없었어?”
“응? 아니야. 재미있었는데? 왜?”
“그냥 오빠 표정이 뭔가 어두워 보여.”
“그럴리가.”
 
내 말에 마리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나는 뭔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처럼, 나를 빤히 바라보는 마리의 눈을 피해 하천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닌 것 같은데에~”
“정말인데……그렇게 보여?”
“응. 말 할 수 없는 것들이야?”
“아니……그런 건 아니고……라기 보다, 이미 내가 뭔가 고민이 있다는 듯한 말이잖아.
“아니면 아니라고 해도 돼.”
 
싱긋 웃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차마 감출 수 없었던 내 안의 스트레스가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지 않은 타지 생활에서 나는 왜 벌써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고, 이런 일과 마주쳐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우울해졌고 아주 많이 그녀에게 미안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것들은 시련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들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냥 조금, 아주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어.”
“그럼 더 이상 묻지 않을게. 나중이라도 말하고 싶어 지면 말해줘. 알았지?”
“응.”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제서야 마리의 눈을 바라보았다. 강가에서 부는 스산한 바람이, 그녀의 기모노 자락을 살랑거리면서 흔들었다.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애써 웃으며 그녀를 응시했다. 내 키에 절반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은 그녀가, 갑자기 팔을 벌려 나를 안아주었다.
 
“아……음……그게……”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내 허리를 감싼 그녀의 팔 감촉에 할 말을 잃고는 몸이 굳었다. 내 차안에서 느꼈던, 그녀의 샴푸 냄새가 내 코에 확 하고 들어와 정신이 혼미했다. 마리는 그 작은 손으로, 내 등을 아주 천천히 토닥여 줬다.
 
“오늘 힘든 건 그냥 오늘 까지만. “
 
정확히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내 안에 있던 무거움과 답답함이 물살에 확 하고 떠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나는 나보다 한참 어린 그녀에게서, 나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짐을 덜어내는 법’을 배운 것일까? 그래. 생각해보면, 그녀는 내가 겪고 있는 유학생활을 나보다 훨씬 어렸을 때에 경험했지.
 
“그러니까. 내일도 분명 힘든 것은 있을 거니까. 쌓아두지 말고 비워두자. 그리고 내일 다시 쌓자. “
 
그제서야,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등에 내 손을 올렸다. 너무 작아서 품 안에 닿으면 부서질 것 같은 그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저 멀리서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비(불꽃놀이) 시작 하나 봐! 보러 가자! “
 
그녀는 내 옷자락을 잡고는 나를 끌고 강가 쪽으로 뛰 듯이 걷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또 한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솟아 올랐고, 그 때문에 어두워진 밤하늘이 환해지며 웃고 있는 마리의 얼굴도 잠시 밝아졌다가 어둠으로 묻혔다. 다시 불꽃이 오르면서 밝아지고, 그리고 터지고 난 그 순간의 암전으로 어두워지기를 반복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난 내가 마리를 좋아하게 되었음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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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186넓은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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