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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동 그 남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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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
 
* 저는 다른 회원님들의 경험담 썰, 혹은 성적 판타지를 글로 써서 올리기도 합니다. 자신만의 썰이 있으신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익명 가능합니다. 경험담도 좋고 판타지도 좋습니다. 이번 글은 익명의 여성 회원께서 보내주신 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야! 빨리 안 일어나!”
 
아. 분명 꿈에서 랍스터, 파스타, 스시, 스테이크 등등을 잔뜩 쌓아 놓고 퍼먹던 꿈을 꾸고 있었는데, 이 귓가에 울리는 날카로운 음성이 나를 가장 행복한 순간에서 현실로 되돌려 놓았다. 얼마나 꿈에서 질펀하게 먹었는지 베개에는 침에 잔뜩 묻어 있었다.
 
“어휴! 이게 방이야 쓰레기장이야. 이 개가 물어갈 년아. 얼른 일어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시 잠들려 했건만, 엄마는 쿵쿵거리는 걸음으로 내 방에 들어와, 기어코 내 엉덩짝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아! 왜 때려!”
 
“시끄러. 얼른 일어나서 분리수거 좀 해.”
 
“무슨 분리수거야. 아 그냥 냅 둬 좀.”
 
큰 맘먹고 금요일에 연차를 내고, 아주 늘어지게 자려고 했었는데 엄마는 역시 내가 집에서 빈둥거리는 꼴을 못 보려나 보다. 아직 오전 11시 밖에 안되었는데! 오늘 오후 3시까지 취침 후 불금을 즐기려던 내 계획은 너무 일찍부터 틀어져 버렸다.
 
“어휴 저 정신 나간 년. 아주 다 벗고 자지 그러냐?”
 
“이게 뭐! 잠옷이 다 그렇지.”
 
“그게 빤쓰냐 바지냐. 시끄럽고 빨리 가서 분리수거해. 잔뜩 쌓여 있으니까.”
 
이래서 빨리 독립을 해야 하는데… 서른 된 딸이 집에 있으니 이건 뭐 완전 가정부가 따로 없다.
 
“내가 이래서 밤늦게까지 노는 거야. 집에 오면 자꾸 뭘 시키니까!”
 
나는 투덜거리며 헐렁한 티셔츠를 몸 위로 걸쳤다. 귀찮아서 민소매 티에 반바지만 입고 잤더니, 그대로 나가려니 젖꼭지 튀어나오는 게 걸리고, 브래지어를 입자니 귀찮다. 나는 엄마가 바리바리 알뜰하게 차곡차곡 쌓아 놓은 녀석들을 끌고, 거실 소파 한 쪽에 있는 누구의 것인지 알리 없는 캡 모자를 눌러 쓰고는 밖으로 나갔다. 스티로폼 박스들을 차곡차곡 쌓아 노끈으로 묶어 거기에 택배 박스들을 끼워 넣은 엄마의 알뜰함이란…
 
슬리퍼를 질질 끌며 밖으로 나가니 햇볕이 눈부셔 죽을 지경이었다.
 
‘아… 이러면 피부 상하는데… 선크림이라도 바르고 나올걸.’
 
금요일 오전의 분리수거장에는, 나처럼 등짝 맞고 나온 불쌍한 영혼들이 구시렁거리며 분리수거를 하고 있었다.
 
‘어머! 너희들도 다 연차 낸 거니? 아. 생각해보니 우리 아파트는 매주 금요일만 분리수거가 되는 거였지 참…’
 
거의 내 키만큼 쌓아 올려진 분리수거 쓰레기를 질질 끌다시피 해서 가져온 나는, 엄마가 야무지게 묶어 놓은 끈을 풀기 시작했다. 이 아줌마가 몇 번이나 묶어 놨는지 아예 매듭에 틈이 없어 풀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나는 노끈을 잡고 양 옆으로 힘껏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아오 이런 씨댕!’
 
얼마 전에 네일 받은 손톱이 상하는 게 싫어 꽉 쥐지는 못하겠고, 풀긴 해야겠고 하니까 아주 열이 뻗쳐 죽을 지경이었다. 한참 동안 낑낑거리며 노끈을 잡고 씨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쪽으로 큰 그림자가 생겼다.
 
“제가 해 드릴까요?”
 
응? 나는 고개를 위로 올려, 세수를 안 한 내 얼굴에 눈부심으로 인한 인상 찡그림을 가득 담아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그는 내 살벌한 표정을 보더니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나는 얼른 얼굴 차렷을 하고는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내게 말을 건 사람은 제법 훤칠한 키에, 과장 조금 보태서 나보다 더 하얀 얼굴을 가진, 기껏해야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누가 봐도 집 앞에 쓰레기 버리러 나온 내 복장과는 달리,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 단화를 신은 깔끔한 차림의 그가 어색하게 나를 보고 웃었다. ‘어후. 훈훈한 녀석. 되게 귀엽게 생겼네.’
 
“아… 네. 감사해요.”
 
나는 노련하게 애교 섞인 콧소리를 실으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훈훈이는 내가 낑낑거리던 노끈을 양옆으로 당겨 뚝! 하고 끊어 버렸다. 어머! 저놈 팔뚝에 힘줄 보소?
 
“어머~ 너무 고마워요.”
 
“아니에요. 저도 쓰레기 버리러 나왔다가… 하하.”
 
은근히 부끄러움을 타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 와중에 짧은 고무줄 반바지를 입은 내 다리를 힐끗하고 쳐다본다. ‘짜식. 지도 남자라고…… 아 씨바. 이럴 줄 알았으면 티셔츠 걸치지 말고 올걸. 다리털 제모도 좀 하고…’
 
“네 그럼 들어가세요~ 고마웠어요 홍홍~”
 
“네… 네!”
 
나는 사뿐사뿐, 뒤태가 살도록 엉덩이에 힘을 빡 하고 주며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헐렁거리는 티셔츠와 아빠가 등산 갈 때나 쓸 법한 캡 모자가 조금 창피하긴 했지만 왠지 그 귀요미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으흐흐. 우리 아파트에 저런 상큼한 녀석이 살고 있다니…’ 다음에 쓰레기 버릴 때는 조금 신경 쓰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귀염둥이를 다시 본 것은, 며칠이 지나고 난 퇴근길이었다. 평소 대쪽 같은 칼퇴를 자랑하던 나였지만, 그날은 조금 바쁜 일이 있어 8시쯤 퇴근을 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섰을 때에,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있는 그 귀염둥이를 또 마주치게 되었다.
 
하얀 말티즈 강아지에 목줄을 하고, 헐렁한 티셔츠에 트레이닝 복을 입은 귀요미는 길쭉하게 뻗은 다리를 자랑하며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얼른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며 다시금 사뿐사뿐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것을 느끼며, 그러나 먼저 아는 척은 하지 않으면서… 어? 근데 그 귀염둥이 훈남이 나를 그냥 지나쳐 버린다.
 
‘이게 아닌데? 나를 보면서 어? 안녕하세요? 해야 정상인데? 그럼 나는 깜짝 놀란 듯 그를 살며시 1초간 응시했다가 아아~어머~~안녕하세요~~~해 줘야 하는 건데…’
 
나는 슬쩍 뒤를 돌아 보았다. 그는 정말 내 존재는 눈치를 채지 못하고, 강아지 산책에 집중하고 있었다. 자존심이 있으니 먼저 말을 걸긴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트레이닝 복 바지의 힙이 완전 위로 성이 난 듯 올라가 있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어머… 혹시…”
 
내 목소리에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래. 기억나지? 누나야.’
 
“누구…세요?”
 
“…”
 
순간 할 말을 잃어 내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이 새퀴 눈이 나쁜가? 야맹증 있나?’ 자존심 상하지만 다시 그에게 말했다.
 
“얼마 전에 분리 수거할 때… 도와주셨잖아요?”
 
그는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가, 내 얼굴을 잠시 응시하더니 아~! 하는 탄성을 질렀다.
 
“죄송해요. 화장하셔서 못 알아봤나 봐요.”
 
……이런 쉽새가.
 
“어머~~ 별로 화장도 많이 안 했는데~~ 강아지 너무 귀엽네요! 이름이 뭐에요?”
 
“설기요.”
 
순간 성기…라고 한 줄 알고 내 귀를 잠시 의심했으나 입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그는 의아해 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부연 설명을 했다.
 
“아~ 백설기같이 생겨서요. 하하.”
 
“아아~ 백설기~ 어머~ 귀여워라!”
 
나는 쪼그려 앉아 성기인지 설기인지 하는 강아지를 살짝 쓰다듬었다. 그 강아지는 순간 으르릉…하는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 친다. ‘암놈인가?’
 
“퇴근하고 오시는 길이세요?”
 
“네~ 맞아요. 퇴근하신 거예요?”
 
“네? 아…저는 대학생이라서요.”
 
“아~ 그렇구나~ 어쩐지 어려 보인다 했어요.”
 
나는 조신하게 입을 가리고 눈웃음을 치며, 그의 얼굴을 힐끗하고 바라보았다. 하얀 피부에 아주 조금 처진 눈매. 왁스를 발라서 살짝 옆으로 넘긴 짧은 머리칼. 조각 미남이라기보다는 귀엽고 훈훈한 저 탱탱한 피부의 얼굴. 왠지 모르게 여자 경험이 없을 것만 같은 순수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뭔가 더럽히고 싶은 마음이랄까? 으흐흐.
 
“강아지 좋아하시나 봐요?”
 
그의 물음에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좋아하죠. 근데 아직 키워 보지는 못했어요.”
 
“왜요?”
 
왜긴 왜야. 키우기 싫은데 뻥친 거지 짜식아.
 
“엄마가 싫어하시거든요. 근데 요새는 생각이 많이 바뀌셔서 키울 마음이 생기신 거 같아서 강아지 분양하려고 알아보고 있었어요.”
 
“아~ 그래요? 저는 3마리 키워요.”
 
“어머~ 세 마리나요?”
 
나는 손뼉까지 치며 그의 말에 호응을 해 주었다. 그는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며 내게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우리 귀염둥이 신나쪙? 지긋이 아이컨택을 하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있는데, 눈치 없는 성기…아니 설기가 낑낑거리며 자꾸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
 
“아…그럼 저는 계속 산책하러 갈게요. 들어가세요.”
 
“네~ 그래요. 몇 동 사세요?”
 
“저요? 102동이에요.”
 
“아아~ 옆 동 이시구나~ 그럼 다음에 혹시 강아지 분양에 대해서 좀 가르쳐 주실래요?”
 
“분양이요?”
 
“키우려고 하긴 하는데…막상 어디서 어떻게 분양받아야 할지 몰라서요.”
 
그는 내 말에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제가 꼭 가르쳐 드릴게요. 들어가세요.”
 
훈훈한 녀석은 내게 꾸벅하고 절 듯 인사를 하더니, 그 망할 강아지를 데리고 총총히 멀어져 갔다. 나는 장성한 아들을 보는 엄마의 흐뭇한 미소로 멀어져 가는 그를 바라보았다. ‘이햐~ 우리 아파트에 저런 녀석이 있다니.’ 야근을 했던 피로가 싹 하고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몸을 돌려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신년 다이어트 결심 이후로 아주 굳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내가 저놈을 언젠가 먹고 말겠다-.’
 
 
글쓴이ㅣ186넓은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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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2018-12-28 17:34:34
잘 읽고 갑니다 ㅎ
hizaki 2017-04-26 21:02:02
흥미진지 해지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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