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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남자 - 숙부인 콤플렉스 극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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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지금이야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내가 대학 신입생이던 10년 전만 해도 여자들 운신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몰래 홀짝인 담배 한 개피도 뒷말쯤 되기엔 충분했었고, 뭐 고작 담배 정도에 그러했으니 섹스야 말할 것도 없었다. 그만 애인과 사고를 치고만 아이들 최대의 관심거리는 처녀막 재생수술이어서, 심지어 무슨 과의 누군가는 사귀던 남자와 헤어질 때 '수술비 내놔, 개자식아' 라고 외쳤다는 우스개 소리가 돌았을 정도다.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를 보고 그런 일들을 문득 회상했던 것은, 이미숙이 분한 조씨 부인 캐릭터에게서 그 시절의 한 친구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그 애는 당시의 스무 살 짜리로서는 정말 보기 드물게, 섹스에 대해 뚜렷한 주관이 있었으며, 첫 섹스를 후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just sex partner' 란 표현을 과감하게 사용했었다. 그때는 <섹스 앤 시티>나 <옥탑방 고양이>같은 소재의 드라마가 한국의 tv에 버젓이 방영될 거라고는 꿈도 못 꾸던 시대였다. 나 역시도 12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심지어 머리카락을 잘리기도 했었던 것이다!
 
말대로라면 단순한 섹스 파트너만도 서넛이 되었던 그 친구는, 내가 책도 좀 읽는 양 하고 자유로운 척 하면서도, 결국엔 하이틴 로맨스에나 나오는 첫 경험을 위하여 그 '처녀막'이라는 것을 무슨 대단한 재산이나 되는 양 꼬불쳐 놓고 아끼려 드는 게 좀, 같잖았던 모양이었다. (하이틴 로맨스 식 첫 경험의 필수 조건은 첫째도 여자의 버지니티, 둘째도 셋째도 버지니티다. -살아있는 것들 중 오직 인간과 두더지만이, 이 '처음'이라는 관념을 '처녀막'이라는 물질로 구체화 시킬 수 있는 생물학적 조건을 갖추고 있음은 참으로 놀랍고, 또 웃기는 일이다-)
 
어쨌건 그녀는 내가 그 유치한 판타지의 실현을 위해 몸 사리기와 발 빼기 같은 행태를 드러낼 때마다 유치하다느니, 촌스럽다느니, 언행일치가 안 된다느니 등의 비난으로 자신의 실망감을 강력하게 피력하였다. 그러다 간혹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이를 만나게 되었을 때(적어도 그것을 털어놓는 또래 여자애들은 흔치 않았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누리는 그들만의 유대감이란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끈끈한 것이었는데, 그 용감한 전사들의 뒤켠에서 몸 사리기나 하는 치사한 가부장적 굴레의 여인네로 전락하고 마는 나의 소외감 역시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 유대감, 동지의식, 때로는 공범의식(관습에 연연치 않는다면서도, 묘한 죄의식이 있었다. 아마도 이런 일을 결코 용납할 수 없을 부모의 존재가 어떤 근엄한 도덕적 심벌로 우리들 위에 드리워져 있던 탓이었으리라).
 
<스캔들>의 조씨 부인은 남편이 '막 피어난 꽃봉오리' 같다며 탐내는 소실(소옥)의 소위 그 '버지니티'를 상실하게 만들 계략을 짜놓고는, 덫에 걸려든 수옥에게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는'다는 비밀을 일러준다. '어디, 알만한 사대부 집 여인들 중 정인 하나 없는 사람이 있는 줄 아는가.' 이 너그러운 유대감은 수옥에게 일종의 가입환영 서비스 포인트인 셈이다. 이것을 은혜로 알고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수옥은 조씨 부인이 다스리는 세계에 무난하게 편입된다. 하지만 이 세계의 질서를 거부하는 숙부인에 대해서는? 언제나 태연하고 호기롭던 조씨 부인 답지 않은, '사내 맛을 못 봐서 그렇지, 절개는 무슨,' 하는 증오에 찬 중얼거림과 함께 응징의 막이 오르는 것이다.
 
그랬다. 자욱한 불안투성이 미래 속에서 부유하던, 섹스 뿐 아니라 그 어떤 것에 대하여도 확신을 가지지 못했던 20대의 우리들은, 그 같은 유대감-동지의식을 미치도록 필요로 하면서도 한편으로, 그 필요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는 듯 보이던 또래 동성들(남자선배나 동기들로부터 '남자들은 결국 저런 여자를 좋아하기 마련이라구' 라는 칭송을 듣는, 정절녀 숙부인 같은 여자애들 말이다)에게서 한없는 혼란을 느꼈다. 정숙함으로 여자의 등급을 나누는 남자들의 질서 속에서, 그런 여자들의 존재는 당연히 그렇지 못한 자신의 존재를 끝없이 강등시키는 것이었다. 그것은 몹시도 씁쓸한, 그리고 음침한 질투를 동반하는 것이었고, 겉으로는 비웃으면서도 속으로는 그 가부장적 룰에 전적으로 휘둘리면서, 되찾을 수 없는 '처녀성'(혹은 순진성?)을 찝찝해 하고, 또한 그런 만큼 그 '유대감'이 더욱 보편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제2의 소옥이, 제3의 소옥이의 탄생을 격려하는 조씨 부인으로 거듭났던 것이다.
 
질투란, 오직 사랑에서만 기인된 질투란,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몇 달쯤 앓고 나면 잊어 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심지어는 '똑같은 것들끼리 잘 논다' 하고 비웃기조차 한다. 하지만 정말로 독하고 질기고 고통스러운 질투는, 잃어버린 것, 다시 되찾을 수 없는 것에 대한 후회와 집착이다. 이젠 잃어버린, 죽어도 다시 되찾을 수 없는 그것을, 태연자약하게 소유하고 있는 어떤 인간을 향하여 품는 미칠 듯한 증오의 감정. 다시 말해, 콤플렉스- 열망하지만 가질 수 없는 어떤 것을 아주 당연한 듯이 소유하고 있는 상대는, 어떤 말로 공격하고 찍어 눌러도 태연자약 하다. 그것은 우리들을 미치게 하고, 결국엔 음험해지게까지 한다.
 
한때 나도 그랬을지 모르고, 또한 살아가다 보면, 의외로 이 조씨 부인처럼 숙부인 콤플렉스에 빠져있는 여성들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도 결국엔 처녀성에 값을 매기고 순진 찾고 정숙 찾는 남자들을 보면 흥분을 감추지 못해 증오에 찬 리플로 답하고, 혼전순결을 지키는 등의 보수적 윤리를 고수하는 여성들을 보면 자신의 성을 가장 비싼 값으로 흥정하는 계산적인 부르주아 여성으로 일괄 매도하거나, 혹은 '촌닭' 정도로 무시해 버리는 등의 일들.
 
사실 이건 콤플렉스다. 강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남자들의 질서와 가부장 윤리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쓰레기 같은 수준 이하의 게시물 하나에 벌컥 콤플렉스를 드러내며 남자들 전부에 대한 적개심을 쏟아내고 마는 것이다. 콤플렉스는 숨겨진 상처이고 숨겨진 상처는 부패하여 악취를 풍기며 인간을 음침하게 만든다. 치졸하게 한다. 남자들 세상의 질서? 정숙함의 가치? 아무 것도 아니라면 흥분할 필요도 씁쓸할 필요도 없다. 그냥, 개풀 뜯어먹는 소리일 뿐이다.
조씨 부인은 여장부답게, 먼저 숙부인에게 박수부터 쳐주어야 했다.(사랑 때문에 속으로 울더라도 말이다) 골 빈 녀석이 만들었더라면 무슨 가부장의 화신처럼 그려졌을 숙부인을, 그래도 이재용 감독은 제법 화끈한 여자로 그려주었다. 적어도 그녀의 절개는 관습과 질서에 순종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봉사와 경건한 삶을 실천하기 위해 의지로 선택한 것이다. 그런 그녀가 필사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순간에는, 관습도 계산도 몸 사리기도 없다. 그 사랑에 모든 것을 던지고 끝내 목숨까지 던진다. 그야말로 여장부 아닌가. 사랑하고 사랑 받을 자격이 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내겐 그런 콤플렉스 따위 없다는 걸 과시하기 위함도 아니고, 책략가가 되는 외에는 어떤 치유방법도 없었을 그 시절의 조씨 부인을 훈계하기 위함도 아니다. 누구보다도 그 씁쓸한 감정을, 음험한 질투를, 그로 인한 관습적인 삶에의 유혹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년간 사귀었던 남자와 자고 난 얼마 후 연락이 끊기자, 그 놈이 도와주기로 했던 스크랩북 과제물을 만들며 눈물을 뚝뚝 흘리던 룸메이트의 모습이 기억난다. 남자는 다 늑대라거나, 순결은 목숨이라는 부모나 선생 말들이 아른거렸고, 당시의 나는 그것을 진리로 확신했었다. 우리는 정말 어렸고, 그 시절 가부장의 벽은 낭떠러지처럼 무시무시해 보였다.
 
물론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아마 20대의 젊은이들은 이걸 보면 '콤플렉스? 사랑해서 같은 자는 건데 뭐 이리 복잡해' 할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조씨 부인과 같은 콤플렉스를, 그 씁쓸한 고통을 느끼는 이가 있다면, 먼저 세상의 모든 숙부인들에게 박수부터 쳐주라고 권하고 싶다. 난 그렇게 못사는데 남은 그렇게 사니 그 얼마나 대단한가. 물론, 숙부인 같은 진국은 드물다. 대부분 앙큼이거나 내숭, 약빠른 계산, 가끔은 '개뻥'이고 '사기'일 수조차 있다. 하지만 어떻든 뭐 어떠랴. 나는 나 생긴 대로 살고, 그는 그가 생긴 대로 사는 걸. 이제는 아무도 여자는 순결이 생명이라고 입 밖으로 내어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마음 속으로 딴 생각을 할 뿐이다. 타인의 마음 속까지 좌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최선은 상처받지 말 것, 개무시 해버리고 나답게 사는 것, 뿐이다. 물론 제도와 물리적인 힘으로 짜놓은 벽이라면 끝까지 깨부숴야 한다. 하지만 마음으로 쳐놓은 덫이라면 마음으로 훌쩍, 뛰어넘는 수밖에, 어디 딴 길이 있으랴.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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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쭈걸 2015-03-23 18:49:00
섹스를 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아직도니? ' 하며 가르치듯 얘기했지만 한편으론 첫경험의 기회가 있는 그애가 부럽기도 했던 그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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