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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예술] 매저키스트의 욕망과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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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매저키스트와 사디스트는 행복한 커플이 될 수 있을까? 성적 욕구의 충족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은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주일에 여드레를 싸우고 매번 섹스를 통해 화해하는 - 속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 외에 어떠한 대안도 가지지 못하는 부부를 두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매저키스트와 사디스트의 커플도 행복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저키즘은 사디즘과 근본적으로 다른 심리이다. 이는 누가 매를 맞고 누가 채찍을 휘두를 것인가의 문제, 권력의 독점 또는 양도를 희망한다는 식의 차이가 아니다. 사디즘은 광기와 폭력으로 파괴하는 심리이다. 사디스트가 대상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대상을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과 다르지 않다. 친절한 사디스트는 위선자(어쩌면 위악자)이거나 제도에 의해 욕망을 거세당한 인간에 불과하다. 사디스트는 친절해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에게 대상의 심리는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돔 120일]에 등장하는 네 명의 주인공들은 어린 희생양으로부터 순종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디스트는 그저 일방적으로 소유하고 파괴할 뿐이다.

하지만 매저키즘은 상호성의 원리에 기대지 않을 수 없다. 매저키스트가 추구하는 상호교류는 시시때때로 변하는 난잡한 감정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종속감에 기반한다. 따라서 그들의 종속-욕구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문서화된) 계약관계는 필수적인 것이다. 매저키스트가 원하는 종속감은 순수하고 단순한 복종 그 자체가 아니라, 지극히 복잡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매저키스트의 욕망이 심화되는 과정을 도식화하자면, '종속당하고 싶다→ 이상적인 상대에게 종속당하고 싶다→ 이상적인 상대에게 원하는 방법으로 종속당하고 싶다'는 정도. 이 때, 매저키스트는 그가 원하는 '이상적인 상대'를 설득해야 할 것이며, 그 상대에게 본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다루어줄 것을 부탁해야 한다. 노예가 주인에게 어떤 것을 요구한다는 것은 아이러니, 그러므로 노예에게는 사전에 합의된 계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1891-1976) [신부의 납치] 1939

l 매저키즘이라는 용어는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Leopold von Sacher-Masoch, 1836-1895)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는 19세기 말 오스트리아의 작가였으며 자신의 피학성향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정당화했다. 자허-마조흐는 사드와 달리 살아서도 명성을 누린 작가였으며, 그의 독특한 성적 취향이 널리 유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대표작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파니 폰 피스토르(Fanny von Pistor)라는 여성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저술한 것이라고 전해지는데, 소설의 뒷부분에 부록으로 실려있는 '노예계약서'를 살펴보도록 하자.


파니 폰 피스토르(주인)와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노예) 계약서

스스로의 약속에 따라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는 폰 피스토르의 노예가 되어 6개월 간 여자 측의 모든 요구를 실행한다.

폰 피스토르는 어떠한 형태이든지(한 남성으로서 또는 한 사회인으로서) 남자 측의 명예를 손상시킬 수 있는 행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남자 측에 개인적인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루 중 6시간을 보장하며, 그의 편지나 글을 보지 않는다. 과실이나 태만, 불경한 일의 발생시 주인(파니 폰 피스토르)은 원하는 방식으로 노예(페오폴트 폰 자허-마조흐)를 벌할 수 있다. 약하여, 본 계약의 주체는 자신의 주인에게 완전한 봉사를 행하며 여자 측의 사소한 호의가 있을 시 이를 봉사에 대한 은혜와 대가로 받아들인다. 남자는 여자에게 사랑을 요구하지 못하며 연인이 될 자격을 가지지 않는다.

파니 폰 피스토르는 가능한 한 자주, 특히 잔인하게 대할 때에는 반드시 모피를 입는다.

[후에 삭제됨] 6개월의 기간이 만료된 후 두 당사자간의 그 기간 동안의 노예관계는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간주되며, 그에 대한 심각한 언급 또한 금지된다. 그간의 모든 일은 완전히 잊혀지며 이전의 연인관계를 회복한다.

6개월간의 기간은 연속성을 가지지 않는다. 여자 측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일시적으로 중지될 수 있으며, 다시 재개될 수 있다.

우리, 아래의 두 사람은 상기의 계약에 동의한다.

 
파니 피스토르 바가노프
자허-마조흐 기사, 레오폴트

1869년 12월 8일부로 효력이 발생함.

이 계약서를 통해 앞에서 도식화한 '종속당하고 싶다→ 이상적인 상대에게 종속당하고 싶다→ 이상적인 상대에게 원하는 방법으로 종속당하고 싶다'는 매저키스트 심리의 심화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자허-마조흐는 불특정다수의 대중으로부터 학대당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계약서 상으로도 자신의 명예가 손상되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 그가 원하는 주인은 오직 파니 피스토르 바가노프라는, 아름다운 한 여성이다. 또한 그는 그녀가 반드시 모피를 입고 자신을 학대해 줄 것을 계약서에 명시한다. 종속의 방식 역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자허-마조흐가 추구했던 것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자신을 내던지는 자기비하적 종속감이 아니었으며, 그에게는 엄밀한 계약관계가 필요했던 것이다.

여기서 잠시, '파니 피스토르 바가노프는 자허-마조흐를 소유하기를 원했는가?'라는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그녀에게 직접 물을 수 없으니 그들의 관계를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 [모피를 입은 비너스]의 여주인공, 완다의 말을 들어보자.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하지만 당신을 위해서 한 번 시도해 보겠어요.' 소설에서는 결국 주인 완다가 노예 세베린을 완전히 소유하게 되었고 세베린은 (바라던 대로) 파멸하게 되었지만, 현실에서 파니 피스토르 바가노프는 자허-마조흐를 소유하지 않았으며, 파멸시키지도 않았다.


l 완전히 남성을 소유하고 파멸시키는 치명적인 여성, 팜므파탈(Femme Fatale)은 매저키스트 남성의 욕망이 투사된 환영에 불과하다. 물론 이 환영은 현실보다 의미 있는 것이다. 매저키스트의 욕망이 어떠한 이미지인지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허-마조흐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의 작품을 통해 19세기 말 북동부 유럽의 병적인 징후, 어떤 조짐을 조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십여년 사이에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를 높인 외국 화가는 아마 구스타프 클림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르누보 스타일이 유행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 시대에 클림트가 부활하는 까닭은 특유의 에로틱한 분위기 덕분이라 생각한다. 여튼, 살아서도 대단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던 화가일지라도, 백여년이 지난 뒤 동아시아 한국에서 자신의 이미지가 소비되리라는 점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클림트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미모의 모델들과 함께 작업했다. 적어도 두세명 많게는 열댓명의 모델이 나체로 그의 작업실을 거닐었다고 하는데, 그에 얽힌 난잡한 사생활에 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화가의 아뜰리에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관계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지극히 적절했으나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것이었다. 언제나 여성을, 여체를 갈망했던 남성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아델레 블로우 바우어의 초상 I] 1907
삼각형의 구도를 가만히 살펴보자. 거대한 남근의 한 중심에 여인이 있다.

아델레 블로우 바우어는 클림트의 후원자였고, 동시에 정부였으며 모델이었고, 이들의 적절한 관계는 오래도록 유지되어 클림트는 그녀를 모델로 많은 작업을 했다. 위의 1907년도 작품은 26세의 아델레를 그린 것이다. 클림트와 여인들의 관계는 일기나 편지 등의 문서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추정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또 다른 추정이 가능한 여인으로 미치 침머만이 있다. 그녀는 두 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사생아들이 클림트의 아이라는 기록은 없지만, 클림트가 임신 중이었던 미치가 계속 모델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외에도 클림트의 친자로 추정할 수 있는 사생아가 12명 더 있는데, 그 중 누구도 친자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희망 I] 1909

위 작품 [희망]은 임신한 미치 침머만을 모델로 제작한 것이다. 그녀는 쾌락의 증거인 부푼 배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화면 정면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 위로 죽음을 암시하는 불길한 이미지가 어른거리고 있다. 이 아름다운 여인은 곧 태어날 생명을 체내에 지니고 있다고 할지라도, 죽음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녀의 욕망이 강렬할수록 불길함은 더해진다. 세례요한의 목을 원한 살로메와 적장 홀로페우스의 목을 직접 검으로 베어낸 유디트, 이 여인들의 이미지 역시 죽음과 마주하고 있다. 그녀들, 팜므파탈은 남성을 파멸시킨다. 남성이 원하는 방식대로 말이다.
 
 
[살로메 II] 1909

 
[유디트 I] 1901

l 흔히 매저키즘을 사디즘의 반대급부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언뜻 이들은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보인다. 이들이 소기의 '목적'을 위해 의기투합할 수 있는 부분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일치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정치적인 성향으로 비유하자면, 매저키스트는 코뮤니스트에 가깝고 사디스트는 아나키스트에 가깝다고 할까.

현실에서 아나키스트가 거의 발붙이지 못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디스트의 욕구는 실현되기 어렵다. 또한 우리는 코뮤니스트가 멸종되었고, 매저키스트의 욕구도 좌절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어째서 이 '정교한 계약관계를 통한 종속욕망의 추구'를 병적인 의존증으로 치부하게 된 것인가?

매저키즘이 유행하지 않는 시대를 통탄하자는 말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사디즘과 매저키즘이 정신질환으로 인정되는 이유는, 이들 욕망의 주체가 일방적으로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사디스트 남성은 일방적으로 여성을 유린하며, 매저키스트 남성은 여성에게 학대를 요구하는 구도, 즉 남성-주체와 여성-대상의 오랜 전통이 허물어지는 과정에서 사디즘과 매저키즘의 입지도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 편에서는 매저키스트 남성의 욕망, 팜므파탈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어째서 허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 본문에서 매저키즘과 사디즘의 차이점에 관해서 인간사랑에서 출판된 질르 들뢰즈의 [매저키즘]을 참고한 것이며, 인용한 노예계약서 역시 이 책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힌다.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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