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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되어보고 싶은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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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
 
내가 친하게 지내는 여성지 기자 언니가 요즘 책을 준비 중이다. 자신의 로망에 대한 글을 쓰는데 가제는 로망백서이다. 언니는 원고가 완성될 때마다 조금씩 내게 보여준다. 아직 완성된 글은 아니지만 꽤 재미있다. 언니의 글을 읽다 보니 요즘 나도 부쩍 나의 로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때로는 말 못할 로망도 있고 (로망이라기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가끔은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하다면 실현 가능한 로망들도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로망이 있기에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꿈 혹은 희망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모자라는 것들. 일상에서 한번쯤은 해 보고 싶은 것들. 그런 작은 로망들을 하나씩 실현 해 나간다면 인생은 아마도 지금보다 조금은 더 재미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오래 전부터 꿈꿔온 로망이 하나 있다. 바로 남자가 되어보고 싶은 것이다. 여자가 좋다거나 혹은 애초부터 남자로 태어났으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잠깐씩 그냥 남자가 되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사내아이로 태어나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는 과정 없이 그냥 지금의 내 나이쯤의 어른 남자가 되고 싶다. 결혼은 하지 않았고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에 종사하며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을 정도의 여유를 갖고 있는 남자. 차는 그렇게 좋을 필요 없고, 차가 있으되 걷는 걸 좋아해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남자. 주말이면 늘 약속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가끔씩은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혼자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남자.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 사는 집이지만 남성 특유의 채취가 아닌 좋은 향이 나도록 신경 쓰는 남자. 책이나 영화를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남자. 그리고 과하지 않게 헬스나 수영 정도로 건강을 챙기는 남자. 육식도 채식도 모두 잘 먹는 남자.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는 남자. 주변에 여자가 들끓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날 여자 하나 없지는 않은 남자. 사랑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남자. 딱 그런 남자가 되어보고 싶다.
 
남자가 되고 싶을 때는 주로 남성 잡지를 보고 있을 때 강하게 든다. 비록 나는 여성 패션지 일을 많이 하지만 사실 그런 잡지들은 도착해도 잘 보지 않는다. 보면 전부 무슨 화장품이 좋다, 올 시즌 트렌드는 바로 이것, 헐리웃 스타들이 선택한 가장 핫 한 아이템 등 도무지 와 닿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것들만 잔뜩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훌륭한 글발을 갖고 있는 피처 에디터들이 있는 잡지들은 그럭저럭 읽을 만하지만 여성 패션지라는 게 대게 그런 읽을거리 보다는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야 할 것만 같은 마음만 잔뜩 들게 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남성 잡지는 오히려 그런 부분이 더 좋다. 이상하게 나는 남자들의 물건이 너무 좋다. 아주 클래식한 면도기 세트 (거품 솔이 함께 있는) 를 보거나 이건 하나의 예술 작품이구나 싶은 라이터를 볼 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남자 옷들을 보고 있노라면 남자가 되어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인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 옷은 딱 떨어지는 정장 스타일이 아닌 편안한 이지웨어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축축 늘어지지도 않는, 야외 활동을 하건 미팅을 하건 일을 하건 성의 없어 보이지도 또 너무 애쓴 것 같지도 않은 그런 옷들을 사랑한다. (여자 옷은 보면 사고 싶다 혹은 별로 다는 생각이 전부이지 사랑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남자들의 가방, 크고 아무거나 다 들어갈 것 같은 가방이건 각진 가방이건 다 좋다. 일단 사이즈가 크고 가방에 무언가 장식하려고 들지 않아서 좋다. (큰 가방은 여성인 나도 쓸 수 있지만 난 워낙 작고 마른 편이라 큰 가방을 들면 가방이 나를 데리고 가는 것 같다.) 게다가 구두는 어떤가. 앞 코가 너무 날렵하지도 그렇다고 둔해 보일 만큼 뭉툭하게 빠지지도 않은, 평범한 모양새지만 좋은 가죽을 써서 튼튼해 보이는 구두는 어쩐지 하루 종일 걸어 다니고 싶게 만들 것 같다. (여자 구두는 어그부츠 빼고는 그런 거 없다.)
 
간혹 출장 길에 짐을 싸다가 보면 정말 남자가 되고 싶어진다. 호텔이건 모텔이건 아무튼 숙박업소에 비치된 모든 용품 쓰기를 꺼려하는 나로서는 그야말로 짐이 이민 가방이 되어버린다. 심지어 비누까지 챙겨가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결벽증이네 뭐네 하지만 꼭 결벽증 때문만은 아니다. 그냥 나는 어디를 머물건 간에, 그리고 얼마를 머물건 간에 그 공간을 완전한 내 공간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샴푸부터 시작해서 칫솔, 바디 클렌저, 목욕 타월부터 이루 셀 수도 없이 많은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을 챙기고 있노라면 내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진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 수많은 샘플 화장품들 중에서 가장 작은 것들을 골라야 함은 물론이고 집에서 쓰는 것들과 최대한 비슷한 샘플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만약 짐의 무거움 혹은 이동해야 한다는 부담감만 없다면 나는 그냥 내 화장대와 욕실에 있는 늘 쓰던 것들을 챙겨가고 싶다. 그러나 내가 남자라면? 클래식한 면도기 세트와 스킨로션. 그게 전부일 것이다. (남자가 되면 그냥 비치된 샴푸와 비누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거기다 속옷도 우리에 비해 하나 덜 챙겨도 되고 말이다.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벌써 6년째 쓰고 있는 카메라는 가끔 고장이 나서 수리를 맡길 때마다 ‘많이 쓰셨나 봐요.’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낡고 닳아있다. (내가 기계를 좀 험하게 쓰기도 한다만) 그런데 아직도 길에서 그냥 카메라를 꺼내어 사진을 찍는 게 어색하다. 어쩐지 내게는 잘 어울리지 않은 행동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내가 남자라고 생각하면 그 행동에 조금의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을 것 같다. 남자가 카메라를 가지고 길에서 사진 찍는 모습은 꽤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반면 카페에서 사진을 찍는 건 여자들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카메라에 대한 욕심이 있다. 바디는 좀 덜한데 렌즈 욕심은 다들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보급형으로 나온 바디에 그냥 딸린 렌즈를 그대로 쓰고 있다. 줌이 되는 큰 렌즈를 사고 싶지만 카메라가 너무 크면 갖고 다니기도 불편하고 무엇보다 꺼내서 찍는 행동이 조금 더 불편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남자라면 다소 큰 바디와 렌즈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가 너무 작은 똑닥이를 들고 찍으면 안 어울린다.)
 
혼자 훌쩍 여행을 가고 싶을 때도 나는 남자가 되기를 소망 한다. 어디든 가서 어떻게든 지낼 수 있는 남자. 다소 거친 잠자리와 거친 음식도 좀 참을 수 있는 남자. 하지만 나는 거친 음식 까지는 참아도 거친 잠자리는 견디지 못한다. 거기다 길을 걷다 쉬고 싶어도 털썩 주저앉는 것조차 편하게 하지 못한다. 혼자 여행하는 남자는 그냥 그러나 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자가 혼자 여행하면 반드시 실연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여태 혼자 여행을 갔을 때 단 한번도 ‘왜 혼자 다녀요?’ 라는 질문을 받지 않은 적이 없다. 남자친구를 끼고 하지 않는 여행이라면 매번 그렇다. 그리고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만 다녀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 물론 남자도 깡패와 마약상과 좀도둑이 득실거리는 곳을 가는 건 꺼려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만큼 안전의 문제에 대해 민감하지 않아도 된다. 혼자 여행을 가는 여자는 첫째도 안전한가 둘째도 안전한가를 따지게 된다.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서는 어딘가로 팔려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떠느라 여행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영화관 까지는 괜찮은데 연극을 보거나 전시회를 갈 때도 혼자 가는 건 조금 어색하다. 그렇다고 해서 가지 않는걸 아니지만 내 얘기는 가느냐 가지 않느냐, 혹은 갈 수 있느냐 그렇지 아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뭐가 좀 더 자연스럽고 편하냐에 대한 문제이다. 남자 혼자 전시회장을 다니거나 작품 감상을 하고 있으면 그다지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는? 어쩐지 친구 하나도 없을 것 같고 애인은 언제 헤어졌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잘 차려 입으면 이 전시회를 감상하고 곧 다른 약속이 있는 여자처럼 보이겠지만)
 
남자가 되어본다면 정말 근사하게 담배를 피워보고 싶다. 가늘고 긴 섬세한 손가락 사이로 담배를 끼우고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주뼛대지 않고, 마치 담배를 피우지 않는 듯 무심하게 담배를 피워보고 싶다. 그러나 내 경우는 아무래도 여성 흡연자다 보니 흡연을 할 수 있는 장소와 그렇지 않은 장소, 때 등 신경 쓸 것이 너무 많다. 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싶지는 않지만 같은 흡연 공간에 있다 하더라도 남자의 그것은 여자의 그것보다 자연스럽다. 또 시가를 좋아하는데 여자가 시가를 피우는 건 어지간한 포스를 갖고 있지 않는 한 어울리기 힘들다. 가뜩이나 작은 손을 가진 내가 굵은 시가를 피우고 있으면 마치 초등학생이 아빠 몰래 담배를 꺼내 피우는 것 같은 형상이 된다. 그런 시가를 피우면서 포커를 한다면 더 멋질 것이다. 작년 연말 루이비통에서 선물로 받은 트럼프 카드가 있는데 여태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물론 여자 친구들끼리 모여서 포커를 해도 좋겠지만 그런 게임은 남자가 해야 제 맛이다. 위스키나 코냑을 언더락에 부어놓고 조금씩 홀짝이면서 시가를 물고 포커를 하는 남자들. 생각만 해도 근사하다. (여자는 화투와 조금 어울리긴 하지만 불행하게도 난 화투를 칠 줄 모른다.)
 
 
남자가 된다면 나는 더 이상 미용실에 가서 어떤 머리를 해야 할지 혹은 이거 잘못 했다가 머리 망치면 빼지도 박지도 못하는 거 아니야? 하는 공포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남자들은 좀 잘 못 자른다 하더라도 머리는 금방 기는 거고 남자의 헤어스타일이라는 것이 연예인이 아닌 이상 대충 그 머리가 그 머리이므로 선택의 폭이 좁아서 좋다. (선택의 폭이 너무 넓으면 오히려 머리만 아프다.)
 
게다가 샤워하는 과정도 남자는 간편하다. 드라이기가 없다면 그저 수건으로 툭툭 털어서 말리면 그만이다. 샴푸를 들이붓지 않아도 충분히 거품이 이는 머리. 때로는 비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씻을 수 있는 간편함. 샤워가 끝난 후 스킨로션만으로 이어지는 간단한 스킨케어. 내가 남자라면 아마 지금보다 외출할 때 걸리는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급한 약속이 잡혔을 때 혼자 시간을 쪼개어가며 샤워 몇 분, 메이크업 몇 분, 옷 입고 액세서리와 가방 고르는데 몇 분, 그 가방에 들어갈 잡다한 것들을 챙기는 시간 등등 하면서 시간을 분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남자라면 그냥 가방 없이 지갑, 라이터, 담배, 핸드폰 등속을 옷에 달린 주머니에 대충 분산하면 끝날 테니까.
 
백화점에서 물건을 살 때 나는 반드시 남성복 매장이나 남자들 물건만 있는 제냐나 듀퐁 같은 매장을 들른다. 비록 살 것도 없고 살 수도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남자들의 물건을 보고 있는 게 좋다. 내 남자가 생기면 이것도 사주고 저것도 사줘야지 하는 마음은 들지 않지만 그런 물건들을 가질 수 있는 남자가 부럽다. 그래서 꿈꾼다. 아주 잠시라 하더라도 남자가 되어보는 것은 내 수 많은 로망 중 하나이다.


글쓴이ㅣ남로당 칼럼니스트 블루버닝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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