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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나보다
유독 사진 취미가 진해진 이유는
내 곁에 너를 잡아두고 싶어서였나보다
움직이지 않는
미소짓는 너의 모습을
셔터 소리와 함께 내 뷰파인더 안에 가두듯이
맑고 뽀얀 너의 웃음을
내 손 안에 계속 남겨두고 싶어서
그랬었나보다
실수로 지워버린 메모리카드 속 사진처럼
너는 비어버린 사진 번호처럼
마음 속에 욱신거리는 흔적만을 남긴 채
어느 날 열어본 사진 속에서 보이는 너의 미소가
이제는 그전처럼 아름답지 않아보이지만
풋풋한 시절 추억이 쌓이는 소리가 듣고싶어
그랬었나보다
셔터가 감기는 찰칵 소리가 들릴 때마다
이제는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 너의 웃음소리가
필름 속 하얗게 날아간 틈에서 들려오는 것 같아서
나는 아직도 사진을 찍고 있나보다
비어버린 사진 번호들을 찾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