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살며 살아 가는 행복
눈을 뜨는 것도 숨이 벅찬것도
고된 하루가 있다는 행복을
나는 왜 몰랐을까
나나 나나 나나 난나나나
아직 모르는게 많아
내세울 것 없는 실수투성이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그냥 즐기는거야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기에
모두가 처음 서 보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다 같은 아마추어야
"아마추어" 中 - 이승철(2012. 9)
여러분이 레드홀릭스를 통해 나누고 소통하는 정보들은 어쩌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섹스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위도 자격증도 없는 아마추어의 세계에서 실전 경험으로 쌓여진 노하우이기에 이곳에서 글을 쓰는이도 글을 읽는이도 모두 아마추어입니다.
노랫말 처럼 우리 모두가 아마추어이기에 우린 실수투성이이고 난제들뿐입니다.
아마추어라는 걸 인정한다면 우린 즐길 수 있고, 우린 위로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곡을 선곡했습니다.
전 직업상 프레젠테이션이란 막중한 과제를 항상 안고 있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시작 단계에서 생겨버린 몇몇 버릇과 습관들은 고쳐지질 않습니다.
마치 우리들의 첫 섹스처럼 첫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제 상황은
1. 누구에게도 배울 수 없었고
2. 누구에게도 가르쳐달라고 할 수 없었으며
3. 단 한번도 해 본적이 없었고
4.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섹스처럼 임했습니다.
먼저 동영상을 찾았고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이라는 스티브 잡스를 알게 되었죠.
제겐 아직도 애플 최고경영자라는 경영인이기보단 세계 최고 발표자로의 인상이 강합니다.
대한민국에 아이폰 그림자도 없던 시절 스티브의 영상은 죄다 미번역된 영상뿐이었죠.
정말 포르노로 시작하는 섹스 스터디 같았습니다.
행동을 보고 눈빛을 보고 뉘앙스를 살피며 상황을 추리하고 결국 궁금하면 사전을 찾아 해석하면서 그를 느껴야 했습니다. 어쩌면 그 당시 제겐 포르노보다 스티브의 프레젠테이션 영상이훨씬 흥분 됐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첫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마치 첫 섹스를 마치고 어쩔 줄 몰라하던 나처럼, 멍하게 바보처럼 집중력을 내려놓고 어떤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흥분과 공포가 연속적으로 들락날락하던 내 머릿속은 다음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기에 부족함이 많았죠.
그래서 연습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프레젠테이션의 특징은 섹스와 너무도 흡사하여 전 섹스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어 제가 섹스를 하며 성장한(?)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1. 섹스에 대해 성교육이랍시고 학교에서 몇 번 떠들어 주긴 했다.
2. 섹스에 대해 부모님과 선생님은 '함구' 수준의 교육뿐이었다.
3. 섹스는 책, 교재, 자격증, 논문 등이 거의 전무한 과목이었다.
4. 섹스는 경험으로 터득할 수 밖에 없었다.
5.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섹스는 내가 해내었다.
6. 분명 내가 스스로 그것을 탐구하고 모두 극복했다.
7. 경험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과목은 섹스를 탐구하던 방법으로 터득하면 된다.
프레젠테이션 동영상을 구하긴 어려웠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영상을 수집하고 스크립트를 해 가며 연습했습니다. 스스로 시놉을 작성해보고 또 연습했습니다.
조금 좋아지긴 했지만 역시 먼 길이 남아있었고 머릿속엔 마치 사춘기 소년의 섹스에 대한 호기심처럼 프레젠테이션과 화술에 대한 호기심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멍하게 앉아있던 지하철에서 1-2분 사이 설명을 끝내고 물건을 팔아치운 후 유유히 지하철을 빠져나가던 행상을 보고 간결한 전달력을 배웠고 이것을 응용하여 집에 가면 사지도 않는 홈쇼핑을 주구장창 틀어놓고 반복 문구를 빼고 쇼호스트가 하는 주된 맥락을 적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발견하고 연습하고 응용하고를 반복하며 6개월여가 흘렀을 때 제가 놓친 부분을 알아냈습니다.
'섹스와 동일한 방법인데 한 가지 안한 게 있다'
'자위'
이제 연구와 탐구는 멈추었습니다. 상상에 맡기고 어떤 시놉도 스토리도 없이 '혼자하기'에 돌입합니다.
운전하고 출근하는 차 안, 퇴근하는 차 안, 집에서 샤워할때, 방 안에 혼자 있을때 전 언제나 프레젠테이션을 자위했습니다.
매번 주제가 달랐고 즉흥적이었기에 정말 자위와 같았고 제 상상력은 흥분감을 고조시키며 유재석, 김제동을 능가하는 듯한 착각을 주었습니다.
내 몸을 어루만지며 섹스의 모든 것들을 상상하고 즐기던 어린 시절의 저는 10년 뒤 제 중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자위를 거듭했고 아주 좋은 연습이 되었습니다.
제게 프레젠테이션과 섹스의 연습은 선행된 자료 수집과 학습에 이어 자위로 귀결되었고 자위로 얻은 정보들은 제게 자유를 주었습니다.
제가 잘 하는 것, 제가 좋아하는 것, 제가 느낄 수 있는 것, 제가 느끼게 할 수 있는 것.
섹스를 어떻게 하면 잘 하는 것이냐?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내가 즐겁지 않으면 상대도 즐겁지 않습니다.
우린 아마추어입니다.
상대를 배려하기에 부족한 아마추어의 시작은 프로페셔널한 그 다음 스텝을 위해 '나 자신을 알기'로 시작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자위하세요.
허무한 물 빼기(남녀불문)에 그치지 말고 탐구하고 연구하듯.
스님이 불공을 드리듯, 목사님이 설교하듯, 가수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듯 한 정성으로 여러분 '자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