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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BDSM] 주인장과 펨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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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자도 지배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전에 썼던 바 있지만, SM의 스펙트럼은 넓다. 나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멜돔과 펨섭의 관계에 대해서만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사실 SM은 남녀 차별적이지 않다. 남자를 지배하고 학대하는 여성들, 복종을 갈구하는 남자들도 얼마든지 있다. 

확실히 많은 사람들에게 남자는 능동적이고 지배적이며, 여자는 수동적이고 순종적이라는 - 때로는 ‘그래야 한다’는 - 관습적인 인식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남성 피학자, 즉 멜섭은 그냥 있는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많다. 사실 나로서는 멜돔이 더 많은지 멜섭이 더 많은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정도다. 남성 SMer는 돔, 여성 SMer는 섭이 많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뚜껑을 열어본다면 예상외의 수치가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뚜껑이 열릴 리는 없겠지만 어쨌든 인터넷에서는 [여주인님을 모시고 싶은 똥개] 따위의 애절한 프로필이 수도 없이 떠다니고 있고, 운 좋은 멜섭들은 인정사정없는 펨돔을 만나 행복한 SM life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가장 파트너를 구하고 싶어 하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불쌍한 이들이 바로 멜섭들이다.

 

 
멜섭들의 로망...

그 이유가 뭘까? 일단 여기엔 SMer들이 바닐라라고 부르는, 이성애자들의 사랑게임과 같은 형태의 무게추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즉 욕망을 표출하고 상대에게 구애하는 측이 남성이이라는(혹은 남성이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식이 기저에 존재하고 있다. 거기에 돔과 섭이라는 불평등하고 일방적인 관계가 애초부터 전제되어 있는 이상 멜섭들은 상대적으로 희소가치가 대단한 펨돔들에게 간택되기 위해 발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적인 희소가치라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자신의 성적 욕구를 드러내는 쪽은 남성인 경우가 많다. 여자보다 더 빈번히 자신의 욕망을 공론화시키는, 수컷들의 단순무식한 구애전략 때문인 것도 있지만 [남자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심리도 분명히 존재한다. 여자들은 훨씬 조심스럽다. 이것은 심리적인 현상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SM 커뮤니티에는 모텔방에 들어서는 동시에 강간범으로 돌변하는 가짜 SMer들이 득실댄다. 한 SMer 여성이 나에게 했던 말이다.


- 글쎄 너 펨섭이냐고 쪽지가 와서 그렇다고 했더니 마침 자기가 멜돔이라면서 씨발년 팬티 벗고 대기하고 있어라, 오빠가 가서 박아줄게 어쩌고 하면서 지랄하는 거예요. 딱 보면 변바(변태 바닐라)잖아요. 당연히 거절했죠. 모시는 주인님(파트너)이 있다고 했더니 펨섭이면 남자가 하자는 대로 해야지 어디서 건방지게 토를 다냐고 하던데요. 내가 우리 주인님 섭이지 지 섭인가. 나중엔 짜증이 나서 펨돔이라고 해버렸어요. 그랬더니 자기는 멜섭도 할 수 있으니까 무조건 만나자는 거예요. 해도 해도 안 되니까 한다는 말이 [너 누군지 다 알고 있으니까 동네방네 변태로 소문나기 싫으면 만나잘 때 조용히 만나서 시키는 대로 해라]라는 거예요. 뻥인 줄 알면서도 겁은 겁대로 났죠. 결국 별일은 없었지만. 

우리는 꽤 오랫동안 그 ‘병신 개마초 찌질이 강간범 새끼’를 성토했고 녀석은 신고를 당해 커뮤니티에서 제명됐지만 분명히 다른 곳에서 같은 짓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낚시질에 걸려서 험한 꼴을 보는 초보 여성 SMer들이 드물지만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녀석들이 밑질 것 없는 장사를 계속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 같은 변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운 분들도 있겠지만. 후후^^) 독자 여러분들이 나를 포함한 SMer들을 잘 봐달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지만, 현실에서의 SM 관계는 평화로운 합의를 통해서 이뤄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여하튼 SMer들이 이런 현상을 개탄하면서 보통 하는 말은,

- 어디서 거지같은 것들이 SM 같은 건 알아가지고 깝쳐.

... 이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을 식별하고 단죄할 방법이 없다. 그러기 이전에 우리가 음란죄로 현행법에 걸려들어 가지 않을까.
 
 

주로 할 일없는 남자들이 된장녀 운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공격적인 루저(looser)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정말 능력있는 남자라면(그리고 된장녀라는 집단이 정말 존재한다면), 오히려 된장녀가 사랑스럽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새끼들은 여자가 시키는 대로 맞고 복종하고 대주는데 나한텐 왜 그런 여자가 없지?’ 하는 심리가 바로 루저들의 심리가 아닐까. 이는 된장녀 운운하는 남자들이 ‘스타벅스, 아웃백에서 비싼 거 사 먹이며 공들였는데 안 대준다고 삐지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그보다 더 왜곡되고 폭력적인 방식의 한풀이이다.

이러니 펨돔들은 천한 수캐들(멜섭들을 비하하려는 뜻이 아니다. 단지 그들이 원하는 특정한 상황에 대한 표현일 뿐)의 꼬리치기를 더욱 경계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자신의 지배적 성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여성들의, 일종의 관습적인 억압기제 또한 한 몫을 하니(사실은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 이 적대적인 SM 시장에서 멜섭들은 더 치열하게 펨돔을 찾아 헤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마는 것이다.

잡설이 길었다. 중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남자에게도 피지배욕이, 여자에게도 지배욕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변태의 종류는 다양하니까 말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펨돔과 멜섭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2. 미스트리스, 혹은 과격한 팜므 파탈

만약 여러분이 남자고, 특정한 형태의 성적 욕망을 갖고 있으며 적절한 상대가 있어야만 그 욕망을 충족-혹은 해소-할 수 있다면, 여러분들은 그 상대를 찾아 나설 것이다. 만약 여자라면, 굳이 상대를 찾아 나설 필요가 없다. 알아서 당신 앞에 몰려들어 오디션을 볼 테니. 멜돔-펨섭 커플의 경우 관계의 특성상 그런 일이 일어나기 어렵지만 펨돔-멜섭의 경우에는 여주인이 남자 노예를 몇 명씩 데리고 있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하나 해 보자. - 주체는 과연 여성일까?

즉 성별을 놓고 봤을 때 어느 쪽이 성을 소비하는 주체이며, 혹은 제공하는-제공되는- 객체일까? 당연히 성별과 상관없이 돔 측인 것이 상식적인 답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명의 여성이 세 명의 남자를 자의대로, 돌아가면서 명령하고 학대한다고 했을 때 그녀가 어떻게 성적 주체가 아닐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1. 펨돔(여성)이 멜섭(남성)의 바람과 요구, 설득에 의해 지배적 여성(미스트리스)으로 변화하는 경우, 2. 남성보다 불리한 여성의 사회적, 성적 지위에서 오는 반대급부(反對給付)적 해소 차원으로써의 성적인 지배행위]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물론 뼛속까지 타고난 펨돔은 얼마든지 있으며 그녀들의 고유한 내적 기질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위의 의문에 해당되는 경우, 그리고 그렇지 않더라도 위와 같은 요소가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경우에 대해 말하고 싶다. 사실 펨돔에게 있어 가학 자체에 대한 쾌감이 절대적이고, 그것이 성적인 흥분과 연관되어 있지 않거나 연관되어 있더라도 그 정도가 멜돔에 비해 훨씬 적은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것은 펨돔이 영위하는 SM이 다른 그룹들-멜돔, 펨섭, 멜섭, 스위치 등-보다 덜 섹슈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근은 흔히 권력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남성 섭의 ‘유사거세행위’와 여성 돔의 ‘유사남근’은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어 보자. 펨돔이 멜섭을 ‘똥개새끼’라고 부르며 개처럼 엎드려 짖게 한다고 해 보자. 멜섭은 바로 성적인 흥분상태로 진입할 것이며 성불구가 아닌 한 힘차게 발기할 것이다. 수캐 같은 모양새로 어쩔 줄 몰라 하며 흥분한 남자, 그리고 그의 발기된 남근을 펨돔은 역겨워하고 비웃고 경멸할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굴욕을 주려 할 것이고 거기서 쾌감을 얻을 것이며 이런 복잡다단한 감정의 단계는 계속해서 재생산될 것이다. 재수 없게 생긴 샌드백에 펀치를 날리고, 확실한 운동효과를 위해 샌드백이 비호감이어야 하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

내 경험상, 펨섭을 학대하면서 남근이 발기하는 멜돔의 비율이 멜섭을 괴롭히면서 음부가 젖는 펨돔의 비율을 훨씬 상회한다. 많은 펨돔들이 성적인 학대를 그저 ‘재밌어한다’. 반면 펨돔-펨섭의 SM은 펨돔-멜섭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윽하고 감성적이다. 물론 동등한 인격으로서가 아닌 자신의 애완견이나 토이 정도의 개념으로써이긴 하지만, 펨돔이 자신의 펨섭을 얼마나 아끼고 귀여워하는지를 보면 놀랄 정도다. 남자이기 때문에 더 심한 고통도 견뎌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긴 하지만, 펨돔이 펨섭(여성)을 다루는 방식은 멜섭(남성)에게 하는 것과는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

 
 

물론 멜섭들이 억울해할 것은 없다. 그런 하드한 것이야말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펨돔의 입장에서는 하등 손해 볼 것이 없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밟아 주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식으로, 많은 경우에 있어 펨돔은 욕망의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남성-멜섭-들이 바라는 특정한 여성상을 구현해주는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녀들은 혹시 타인의 욕망을 위해 ‘준비된 주인장’이 아닐까? 그렇다면 남성과 여성의 젠더게임, 혹은 성적 줄다리기는 펨돔-멜섭의 관계에서조차도, 본질적으로는 아직 평등하지 못한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분명히 그런 현상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난삽한 내용을 대략 요약하자면 이렇다. : 지배적인 남성과 피지배적인 여성이 존재하는 만큼 그 역도 존재한다. 그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에게 적절한 상대를 통해 나름의 만족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때에도 여성은 여전히 성적 욕망의 대상-객체일 가능성이 있다. 

다음 시간에는 멜섭의 판타지와 펨돔 이미지를 통해 바로 이 이야기를 해볼 것이다.

 
 

PS. 전에도 말했고 지금도 말하지만 나는 양성평등과 여성의 성적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이다. 지금 나와 만나고 있는 처자도 페미니스트이지만 그녀의 젠더-정치적 성향이 우리의 관계에 문제가 된 적은 없다. 그녀는 종종 나의 섭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내가 우월하거나 지배적이라서가 아니라 그녀가 그러한 순간을 선택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겠다. - 그녀의 멋진 외모는 나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녀의 피부가 희고 곱기 때문에 스팽킹의 쾌감도 더한 것이리라. 그렇게 보면 나도 미녀와 추녀를 가르는, 남성 중심적이라 할 수 있는 미적 기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양이다. 어쩐지 염장질 모드지만 나는 다만 본능과 결부된 취향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첨언을 하고 싶었다. 

첨언을 더 길게 해 보자. 나는 그녀에게 ‘해양생물과 비교했을 때 여자가 돌고래라면 남자는 멍게나 말미잘 정도’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대구나 고등어 정도는 되기를 희망한다는 말도 했다.) 여자는 남자가 자신에게 주는 복합적인 의미를 판단해 그의 매력을 규정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변태추남과 번듯한 미녀-의 관계는 그런 이유로 발생한 것일 수도.

나는 여성이 비하되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남성이 그렇게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당연하지. 나도 남자다.) 멍게와 말미잘 이야기는 유전적 결함이나 지능지수의 차이를 이야기한 것이 아니니 남자독자들이 기분 상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_ _)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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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2014-08-29 11:49:47
잼나네요 좋은정보 감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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