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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요리] 아는 여자 - 동치성과 한이연을 위한 카시스 프라페(cassis frap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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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는여자]

달식이가 그녀를 우리에게 처음 소개했던 자리에서, 그녀가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 우리는 으레 그렇듯 이런 질문을 날렸다.

'여자 친구 어디가 제일 좋아?'

달식이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착해'

달식이가 다른 말을 했더라면, 우리는 그들의 연애에 대해 좀 더 낙관적인 기대를 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달식이는 수많은 남자들이 그러했듯 그녀를 '착하다'고 했다. 나는 달식이가 그녀를 '모르고' 있다고 단정지어 버렸다.

착하다는 건 그야말로 얼마나 착한 표현인지 가슴이 큰 여자도, 돈이 많은 여자도 남자에겐 죄다 착한 걸로 통하는 것 같았다.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로망, 그것이 성-적이든 정치적이든 혹은 사회적이든 간에 남자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면 모두 한꺼번에 반죽되어 '착함'이라는 틀 안에서 구워지는 모양이었다.

달식이의 애인은 젊고 예쁘고 세련되고 귀엽고, 거기다 돈도 좀 있어 보였지만 착해 보이진 않았다. 그 후에도 그녀와 몇 번 술자릴 가져 봤지만 어딜 봐도 착한 구석은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달식이의 말은 한동안 변함이 없었다. '착해!!!'
 
 
걔랑 대화가 안돼

'걔랑 대화가 안돼'

6개월 뒤 술자리에서 달식이가 내던진 말이다.

연인 사이에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몇 가지 있다. '넌 왜 맨날 돈이 없니?', '니네 집 왜 그래?', '별로'(섹스 끝난 후에 좋았냐고 물어볼 때), 거기다 또 한 가지를 덧붙이라면 아마 '대화가 안돼' 이거 아닐까?

특히 그 말을 상대가 아닌 제3자에게 비밀처럼 속닥거리는 건 더 위험하다. 그건 문제를 해결할 의지는 없되 푸념할 마음만 있다는 소리기 때문.

'한번도 진지한 대화란 걸 해 본 적이 없어.'

착하다고 고백하던 6개월 전의 달식이를 떠올리면서 나는 이 모든 것이 달식이의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자작극이란 단정을 내렸다. 우선 나는 달식이에게 이렇게 물었다.

'넌 지금도 애인이 착하다고 생각하니?'

달식이는 약간 머뭇거렸다.

'뭐... 그만하면 착하긴 하지.'

그만하면 착하긴 하다고 애써 타협점을 찾는 걸 보면 아직 여자친구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다는 말이었다.

'그만하다니, 대체 그 기준이 뭐야?'

물론 선함의 기준이란 게 있을리 없다. 일주일에 자원봉사 몇 시간, 동네 조기 청소 몇 회 참석 따위로 선함이 결정되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달식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었다.

'너 솔직히 니 애인이 착해서 좋아한 건 아니지? 사실은 이뻐서 좋아한거지?'

달식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시인했다. 그렇다. 남자들에게 이쁜 건 착한 것과 동격이다.

'대화가 안 통한다는 사실을 6개월 뒤에 발견했다는 건 너한테도 문제가 있어. 그건 사귀기 전에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텐데 이제와서 그런 불평을 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인격에 반해 연애가 시작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옆구리가 허전해서 아무나 찔러보다 시작하기도 하고 술김에 눈이 맞아 한번 자는 바람에 시작되기도 한다. 그 시작은 어쨌든 사귀다보면 정이 들고 우리는 그 정의 힘으로 상대에 대한 환상을 키워나가며 연애를 풀어 나간다. 그리고 그 환상이 얼마나 지켜지느냐 혹은 일찍 깨어지느냐에 따라 연애의 기간이 결정되기도 한다. 물론 환상이 깨진 자리에서 환상보다 더 아름다운 실체를 만나게 되는 경우엔 별 상관이 없겠지만 말이다.

남녀가 사귀기 시작한 초기에 가장 위험한 건 서로가 서로를 '착하다'고 단정하는 것이다. 그 단정이 위험한 건 그런 판단이 우리로 하여금 상대를 탐구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어느 정도 봉쇄하기 때문이다. 서양에선 착하다는 것이 그다지 큰 미덕이 아닌데 왜 우리에겐 착하다는 것이 절대 미덕으로 통할까? 일찍이 인순이 언니가 '착한 여자가 무슨 소용있나' 하고 노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여자를 만나면 가장 먼저 착하다는 단정을 덧씌우기 좋아한다. '넌 착하니까' '넌 착하잖아'라는 저주에 가까운 칭찬을 부여한 뒤, 거기에 맞춰 상대를 오해하고 기대하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물론 환상이든 오해든 그건 각자의 취향이고 그것마저 제거한 채 사실적인 연애만 하라는 압박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착하다는 좋은 말도 때론 편견이 되어 관계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달식이가 애인을 제대로 알고 파악할 기회를 초기에 놓쳐 버린 것도 그가 그녀를 '착한 여자'로 너무 빨리 분류해 버렸기 때문일 거라고 본다.


영화 [아는여자]

착해서 좋아 
 
이십대 시절, 나는 '너를 갈아마시고 싶어', '널 뜯어 먹을거야' 식의 과격한 애정표현을 남발하며 연애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가 한창 달달하던 시절, 나는 사귀던 남자에게 물어보았다. '오빠는 내 어디가 좋아?' 남자 역시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일갈에 대답했다.

'착해서 좋아' 그 말을 듣고 나니 어쩐지 양 어깨가 무거워졌다. 착한 여자로 인식된 것이 뿌듯하기도 했지만, 묘한 압박감도 적지 않게 주었기 때문이다. 몇 해가 지나 그는 나를 버리고 그만 도망을 가 버렸는데, 착한 여자를 버리는 남자의 심리는 과연 어떨까, 궁금하지 않은가? 하지만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심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니까.

남자가 도망가고 몇 달이 흐른 뒤, 어느 늦은 밤 나는 술 취한 김에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남자 역시 친구들과 어느 술집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한번 만나자고 말했다. 그건 남자가 도망가기 전에, 쉽게 도망가기 위해 내게 깔아놓은 어설픈 약속때문이다. 몇 달 뒤에 다시 만나서 생각해 보자는, 그런 말을 철썩같이 믿었던 건 아니지만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던 건 사실이다. 남자는 대답을 하지 않고 말없이 수화기를 탁자 위에 올려놔버렸다. 그 사이에 그의 친구로 추정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이러면 저 여자가 더 힘들어지는 거야. 빨리 끊어'

그러자 변명하듯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가... 약해'

그 말을 듣고 나는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렇다. 그에게 나는 이제 착한 여자가 아니라 약한 여자였던 것이다. 그땐 그 연결고리들에 대해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드니 자연스레 알게 되겠더라. 이후로 만나는 남자들도 모두 한결 같았기 때문이다. 시작은 언제나 '착하다'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약하다'로 바뀌기도 했고 한 글자 더 해 '고약하다'로 바뀌기도 했다. 달식이는 '대화가 안 통해'로 바꾸었고 지금 이 도시의 어딘가에서는 '무식해', '게을러', '저 밖에 몰라' 등등으로 끝없이 바뀌어지고 있을 것이다.

착해 보이는 걸 낸들 어떡하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선은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좀 바꾸어라. 내 여자는 착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예쁜 것과 돈 많은 것과 지적인 것을 '착한 것'과 동격화 시키는 이상한 버릇을 버리고, 그 사람을 존재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눈을 좀 익히기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맘속으로 아무리 이 여자가 천사같이 착해 보이더라도 여자를 향해 '넌 착해'라고 주입하는 것을 자제해 주기 바란다. 여자들이 스스로 착한 굴레에 갇히지 않도록 말이다.
 

영화 [아는여자]
 
영화 <아는 여자>에는 진짜 '착한 여자'가 등장한다. 남자에게 인식된 여자의 정체성은 '아는 여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자는 사랑을 할 줄 알고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착한 여자'이다. 이들의 연애과정은 유쾌하고 아름답다. 처음엔 그냥 '아는 여자'로 생각하지만 결국엔 그녀를 제대로 알게 된다. 착하다는 섣부른 단정 따위 내리지도 않고 오히려 이상한 여자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선입견 없이 한 사람을 바라볼 줄 아는 눈이 영화 속에 있다. 누군가 나를 제대로 알아준다는 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몇 년 사귄 뒤에 '너는 정말 착해'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또 알.흠.다.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 마지막 순간을 위해 당분간은 그녀를 제발 착하게 바라보지 말아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영화속에서 야구선수 동치성을 좋아하는 한이연은 동치성 선배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한다. 그들이 칵테일 한 잔을 나누는 모습은 영화속에서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지만, 바테더인 그녀가 동치성을 위해 만들어줄 법한 칵테일 한 잔을 오늘의 요리로 선정했다.
 

카시스 프라페(cassis frappe) Recipe

재료

피치 스냅스 1/2 oz
카시스 리큐르 3/4 oz
말리부 럼 1/2 oz
파인애플 쥬스 1/2 oz
Sweet and Sour Mix 1/2 oz
 
이렇게 만드세요

1.재료를 잘 섞는다.
2.열심히 흔든다.
 
TIP

새콤한 맛과 보랏빛의 섹시한 빛깔, 그리고 마시면 입안이 개운해지기 때문에 키스하기 전에 마시면 특히 좋다.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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