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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러브러브 프라하 -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 오게 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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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서 드디어 삼십대 중반에 들어섰다. 서른 줄에 접어들면서 연초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술자리에서 나보다 세 살 많은 선배가 한 말이다. 그때 스물아홉 살 이었던 내가 빨리 서른이 되고 싶다고 하자 선배가 그랬다.
 
“무서운 게 뭔지 알아? 서른이 되고 난 뒤에도 계속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이야.”
 
처음에는 뭔가 싶었는데 서른이 되고 난 뒤에도 계속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그 말의 의도를 알 것 같다. 그때 내게 서른은 인생의 정점처럼 느껴져 얼른 정점에 이르고 싶었다. 그런데 정점을 지난 뒤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것이 삶의 룰이다. 원하고 바라는 것을 얻은 뒤에 그 순간에서 멈추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어이없이 사라져 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
 
그런데 진짜 무서운 게 뭔지 아는가? 그건 인생의 정점이라 믿었던 나이에서 정점의 행복감과 충만감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제철 과일이 제일 맛있을 때 비싸다는 이유로 그것을 맘껏 사 먹지 못하고 꼭 끝물에 사 먹는 탓에, 물기 많고 달달한 진짜 맛은 느껴보지도 못하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나이 서른에 내가 행복하지 못했던 이유를 뒤늦게 복습하는 기분으로 찾아보았다. 바로 답이 나온다. 그때 나는 이십대가 벌려놓고 봉합하지 못한 상처를 끌어안고 있었다. 상처의 핵심에는 물론 남자가 있었다. 기억난다. 그때 나는 누군가 내게 ‘돌아올 거라고’ 믿으며 살고 있었다.


러브러브 프라하
(원제-From Subway With Love, Roman Pro Zeny)

 
 
한 여자가 있다. 프라하에 살고 있는 이십대 초반의 예쁘고 명랑한 아가씨다. 이름은 ‘라우라’, 그녀는 흥미와 기대감을 안고 남자를 물색해 제 것으로 만드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처음엔 미국인 영어학원 강사와 사랑에 빠졌다가, 미국을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헤어지고, 두 번째는 핸드폰 대리점을 하는 남자와 사귀다가 그 남자와 간 스키장에서 나이 지긋한 남자에게 반해 애인을 바꿔 버린다.

나이 지긋한 남자의 이름은 ‘올리베라’, 알고 보는 그는 라우라 엄마의 옛 애인이다. 촌스럽고 무식하다고 엄마가 차버린 남자가 이십년 뒤에 세련되고 성공한 광고맨이 되어 그 딸과 엮어지게 된 것.
 
두 사람은 엄마의 열렬한 방해에 더 불이 붙어 끈끈 연애를 지속하지만 머잖아 난관에 부딪힌다. 라우라가 또 바람이 나 버린 것. 이번에는 올리베라가 다니는 광고회사 사장이 대상이다.

외도를 목격하고 화가 난 올리베라는 라우라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광고회사 사장은 흐뭇한 밤을 보낸 뒤에도 전화 한 통 없고, 애인은 이별을 통보하고... 그래도 기죽지 않고 발랄하게 살아가는 라우라...(이 부분이 압권이다. 당최 반성의 기미가 없는 아가씨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머리나 하러 미용실 가는 길에 탄 전철안의 광고판이 라우라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광고판에는 한 남자가 보낸 러브레터가 실려 있었다.
 
‘라우라... 당신의 모든 것이 그리워. 보고 싶어..당신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이런 내용으로 일관된 러브레터는 올리베라가 보낸 것이었다. 라우라는 잠시 갈등하다 결국은 올리베라에게 돌아간다.

참 허무한 줄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바람피워 헤어지고 상처 없이 잘 지내다 지하철 광고판에 써놓은 이야기에 다시 사랑을 꽃피우기까지... 어찌나 단순들 하신지 눈물이 핑 돌 정도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누구나 비슷하다. 바람을 피우거나 혹은 감정이 시들해 지거나 어쨌든 그러저러한 이유로 헤어지고, 그럭저럭 잘 지내다 다시 사랑을 꽃피우거나 아니면 잊혀지거나... 우리도 라우라와 비슷한 패턴을 경험하며 살고 있는 셈이다.
 

영화 [러브러브 프라하]
 
다만 패턴들 사이에 어떤 감정이 스며들어 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동유럽이긴 하지만 그래도 서구사회를 살아가는 이십대의 청춘은 지나간 상처를 들여다 볼 시간에 새 남자를 물색하는데 더 관심을 쏟고, 정작 잘못은 상대가 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은 사람이 먼저 행동한다. 누가 상처를 주었나 받았나에 급급하기 보다는 지금 내 감정이 어떤 것인가에 주목한다. 그래서 배신하고 헤어지는 과정 속에서 미워하고 원망하기 보다는 빨리 포기할 건 포기하고 그 시간에 차라리 딴 사람을 찾는데 힘을 쏟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 오게 하는 방법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니 익숙한 덧 글이 나를 반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 오게 하는 방법- 제일 첨에 쓴 애는 진짜 와서 울었다는데... 나눈..굴쎄~군데 신기하게 진짜 남자한테 전화 오긴 왔었어영.... 구 사람이랑 인연이 있눈 겐가? ㅋㅋㅋ 이글을 보시고 1시간 이내에 1번만 다른 곳에 올리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가 온데요!! 진짜예요... 정말루 한번 해보세요!!! 이루어지시길..(추신) 만약 이 내용을 1시간이내에 안 올리면 남자나 여자나 사귀는 사람이 있으신 분은 일주일 이내에 진짜루 깨지구요!! 이글을 안 보내면 짝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버린 답니다!! 그리고 만약에 이 글을 보내시면 사랑하는 사람이 꼭! 당신에게루 사랑이 찾아 오구 서루 사랑하게 된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신 분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데요!! 믿어 보시구요!!!! 딱 한번만 보내세여!!!! 그럼 그 사람에게 전화가 오길 바라며’
 
사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제일 첨에 쓴 애는 진짜 와서 울었다는데...’ 이상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끝까지 읽어보니 짧은 글 속에 나름대로 강한 확신과 염원, 그리고 협박까지 담느라 고군분투한 흔적을 느낄 수 있겠더라. 처음에는 단순히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의 간절한 염원에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문제없이 사귀고 있는 사람들의 파토를 예언하는 저주로 이어지고, 비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마지막에는 짝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까지 끌어들여 새로운 사랑을 약속(?)하며 서둘러 마무리를 하고 있다.
 
이 글을 맨 처음 시작한 사람의 불안한 혹은 허약한 심리상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글이 인터넷 세상에서 얼마나 멀리, 얼마나 오래 갔느냐의 문제는 제외하고, 나는 딱 한 가지가 궁금하다.

이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을까? 그리고 사랑을 이루었을까?
 
이런 글을 읽고 ‘이런 유치한...’ 운운하는 나지만, 나도 한때는 전화 한 통에 목숨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앞서 밝혔다시피 누군가 내게 ‘돌아올 거라고’ 믿었던 그 때, 돌아온다면 처음 시작은 바로 ‘전화 한 통’ 일거라고 믿고 있었다.
 
전화라는 것이 연애나 결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연애하는 내내 전화를 얼마나 자주 하네 안 하네 로 싸우기도 하고, 낭만 넘치는 문자테러에 넘어가 섣불리 결혼을 결심하기도 하고, 결혼한 뒤 배우자의 외도를 알아차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도 전화이다.
 
남자는 그냥 전화하고 싶지 않아서 전화를 안 하는 것뿐인데, 여자는 오지 않는 전화 한 통에 오만가지 변명과 의미를 갖다 붙이기도 한다. 전화궁합 혹은 통화궁합만 잘 맞아도 연애의 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전화가 우리의 연애사에 미치는 영향은 깊고도 넓다.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가 돌아온다면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올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집 앞에 찾아온다면 더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차마 바라지 못하고, 그냥 전화라도 한통 걸어와 ‘어떻게 지내?’라고 물어오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수화기 너머 감지되는 목소리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감정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으려니 믿었다. 그래서 다른 것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전화 한 통만 걸려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랬다.

 
수상한 전화 

핸드폰으로 수상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 것은 2001년 초입부터였다. ‘여보세요!’하고 말하면 한참 아무 말이 없었다. ‘누구세요? 말씀하세요.’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먼저 끊지도 않았다. 그런 전화는 이틀에 한번 꼴로 걸려왔고 나는 막연히 ‘돌아올 거라고’ 믿었던 ‘그’라고 생각했다. 수화기 너머의 침묵은, 우리 사이에 있었던 상처와 잘못을 헤아리고 용서를 빌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했다. 늦은 밤 전화를 받을 때면 이제 그만 그의 이름을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그가 먼저 입을 떼는 순간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4월 1일, 역사적인 발신자확인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물론 나는 바로 서비스를 신청 했다. 그 날은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서교동 성당에서 머리를 조아린 채 그들의 새 출발을 축복하고 있는 가운데 가방 속에서 해저 2만리에서 들려오는 듯한 진동음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다. 나는 살그머니 예배당을 빠져나와 전화를 받았다.
 
바로 그 익숙한 침묵이었다. 그런데 전화가 끊어진 뒤 남겨진 번호는 내가 생각하는 ‘그’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번호였다. 이상한 기분에 수첩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잠시 뒤, 그 전화번호는 연말에 일 때문에 만났던 초등학생들의 전화번호 목록에서 발견되었다.
 
봄 햇살이 달짝지근하게 내려쬐이는 성당 마당에 서 있는데 기분이 참... 더러웠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마냥 부끄러웠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거다. 초등학생의 장난에 휘둘려 그 동안 혼자 시나리오를 썼다는 사실이, 성당 마당에서 오체투지하다 들킨 것만큼이나 부끄러웠다.
 
발신자확인 서비스는 막연한 추측과 그로인한 설렘을 차단하는 대신 구체적인 정보를 전해주었다. 그러나 디지털 산업이 아무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확실한 데이터에 의해 통계를 내준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가 올 거라고 믿고 매달리는 우리의 주술적 연애행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애에 대한 억지와 IT 산업의 우스꽝스런 만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인터넷 세상에 일파만파 퍼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 오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영화 [러브러브 프라하]
 
영화 속에서 라우라와 올리베라를 다시 이어주는 장치는 전화가 아니라 지하철 광고판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광고판에 돌아오라는 연서를 싣는 행위나 인터넷 게시판에 염원과 협박이 뒤섞인 유치한 글을 퍼 나르는 행위나 그게 그거인 것도 같지만 그래도 엄연히 다른 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궁상을 떠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아닐런지.
 
자신에겐 딸 같은 젊은 여자와 연애를 하면서도, 게다가 그 젊은 여자가 바람을 피워 헤어졌으면서도 지하철 광고판에 당당히 광고를 빙자한 연서를 올린 올리베라의 모습은, 유치한 문장을 인터넷 공간에 올리며 음지에서 활동하는 그들의 모습과는 다르다. ‘그냥 끊는 전화’를 즐기며 오지도 않을 해후에 몸을 떨던 나와도 다르다.

나는 올리베라에 비해 진심을 향해 다가가는 용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 만약 용기가 있었더라면 그렇게 삽질 하는 시간에 먼저 전화를 걸거나 벽보라도 붙였을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진실인지를 내 귀로 직접 듣고자 했을 것이다.

 
관계의 열쇠를 쥐고 있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 

러브러브 프라하(원제-From Subway With Love, Roman Pro Zeny)는 별 의미도 없고 별 교훈도 없을 것 같은 시끄러운 수다 한판 같은 영화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 하나를 일러 주었다.
 
그것은 관계의 열쇠를 쥐고 있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내 잘못으로 인해 망쳐진 관계라 할지라도 다시 이어붙이기를 하고 싶다면 내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오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는 사실도 덧붙여 알려 주었다.

가볍게 생각하면 이 영화처럼 한없이 가볍고, 무겁게 생각하면 또 한없이 무거운 것이 연애이다. 연애의 방식과 패턴은 운명이기도 하지만 선택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한번 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나간 연애에 붙들려, 오지 않는 전화에 붙들려 살기에 우리의 나이는 지금 너무 제철이다. 정점이 지나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결국 소중한 것들은 어이없이 사라져 버린다.
 
내 인생, 내 나이의 당도를 파악하고 단물 빠지기 전에 즐기는 것이 좋다. 러브 러브하게 살고 싶다면 말이다.
 

영화 [러브러브 프라하]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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