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슬램덩크 극장판]

 
현대사회는 넘쳐나는 쾌락의 반대 급부로 성 불감증으로 신음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늦은 결혼, 출산과 육아, 직장 스트레스에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에 뒤쳐지며 그렇게 성에 대한 감각과 함께 예민한 감각의 촉수들이 말라 비틀어지고 퇴화된 역 진화론의 시대를 힘겹게 살아내고 있다. 여기 40대의 평범한 가정주부와 그의 남편이 오랜 시간 이어 온 섹스리스에 지쳐 힐링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위기의 부부를 맞이한 건 잘생긴 꽃중년의 정신과 전문의였다. 이들과의 심리상담을 시작으로 최면치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 프로그램, 성 기능 강화를 위한 명상의 시간 등 다양한 치료 과정이 이어졌다. 중년의 부인은 오랜 이야기 끝에 과거 짝사랑했던 우상과도 같았던 한 남자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의 남편도 이를 아는지 그저 씁쓸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그 시절의 기억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한참을 말을 하다 애써 참았던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 내렸고, 상담의는 주저없이 손수건을 내밀어 그녀의 깊은 슬픔을 위로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겨우 닦아내고 머쓱함에 그 의사와 잠시 눈을 마주친 그 순간, 그녀의 뇌리에 고등학생 시절 첫사랑이었던 한 남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흠칫 놀라며 손수건을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힘겹게 말을 꺼냈다.
 
"너 혹시 태웅이니? 서태웅 맞지?"
 
... ...!
 
"소연아, 그동안 잘 지냈니? 그래 나 태웅이야, 반갑다."
 
... ... ...!
 
"백호가 얘기 안 했니? 강백호 저 녀석이 하도 부탁을 하는 통에 이렇게 됐어, 괜찮아? 많이 놀랬지?“
 
그랬다. 결혼 초기에는 사이가 아주 좋았으나 어느 날 사랑을 나누던 중 흥분한 소연이 격한 교성을 내지르다 사건은 벌어졌다.
 
"흐아아앙...하앙...으응...하악하악...태웅아 너무 좋아, 더 세게, 날 함부로 대해 줘!“
 
소연이도 자신의 실수를 알고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강백호는 아무 말이 없었고, 그 후 이들은 섹스를 하지 않았다 한다. 백호와 술을 자주 마셨던 정대만과 송태섭이 이 둘의 사연을 듣고 처음에는 크게 놀려대다가 오랜 수소문 끝에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서태웅을 찾아내 이들 셋 사이에 쌓인 감정의 골이라도 풀라는 의미로 이런 자리를 마련했던 것이었다. 서태웅도 이들과의 만남을 계속 고사하다가 강백호의 진심 어린 부탁으로 어렵게 결정한 자리였다.
 
소연은 당혹감과 반가움, 놀라움이 한꺼번에 버무려진 복잡한 심정을 추스르는 중이었고, 움추린 그녀의 어깨를 감싼 건 상남자 강백호의 몫이었다.
 
길었던 상담과 뜻하지 않은 만남이 끝나고 이들 셋은 백호와 소연의 집에서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며 술잔을 기울였고, 셋 다 거나하게 취해 갔다. 서태웅의 아내이자 과거 북산고 농구부 매니저였던 이한나가 이 자리에 뒤늦게 합류했다. 도도한 아름다움은 지금도 여전했다. 과거의 추억들로 어색함은 완전히 사라졌고, 한나의 제안에 의해 옷벗기 젠가 게임을 하게 되었다.
 
왁짜지껄하게 옷벗기 젠가 게임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어느덧 이들 넷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 그대로가 되어 민망함에 크게 웃다가 마주치는 눈빛들에 불꽃이 튀더니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처음에는 각자 부부끼리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다 서태웅과 채소연, 강백호와 이한나가 짝을 이뤄 섹스를 즐겼다. 이들 네 명은 그날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스와핑과 스윙잉을 즐기며 살색 향연을 마음껏 경험했다. 그 이후로도 정기적인 부부 모임을 통해 색다른 섹스의 세계를 열어갔다 한다.
 
에필로그
채소연의 오빠인 채치수는 유명 아나운서와 결혼했다가 최근 이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