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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한 동기와 키스하다 2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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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한 동기와 키스하다 1 http://goo.gl/2Kdb8Z


영화 [매치포인트]
 
아무리 난처한 상황이더라도 그녀에게 이 상황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 그렇게 중요한 문제에 남을 이용하겠다는 악의적 모습은 없다고 생각했다. 자 이제부터 그 선배와 어떤 말을 해야할까. 차분히 설명해야 할까? 아마 내가 같이 나온다고 하면 황당할텐데, 아무래도 좋은 얘기는 오고 가지 않을 것 같다. 

선배에게 그녀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는 충고를 어떻게 예의 있게 하느냐. 답이 없는 문제였다. 예의가 필요할까? 일단 도와주겠다고 얘기한 다음 집에 가는 길이 혼란스럽기만 했다.

다음날 그녀를 만날 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유난히 한껏 멋을 낸 그녀는 가슴이 훅 파인 원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어깨에 작은 자켓을 걸쳐 가슴 외에 등이나 어깨라인을 가렸지만 누가 봐도 노출을 위한 의상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제대로 준비했구나"

힐을 신고 와서 내 키와 거의 비슷한 높이였고 그날 따라 메이크업을 따로 받았는지 머리는 웨이브가 되어 있었다. 솔직한 기분으로 

"아 태어나서 이런 여자랑 같이 길도 걸어보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살짝 긴장이 되었지만 그녀의 상기되어 있는 표정을 보고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정말 어색한 길이었다. 

"긴장했니?"

언제부터 였는지 그녀가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 아니 그냥 이리저리 생각이 많아서 그래..."

"근데 왜 이렇게 땀을 흘리고 그래?"

땀을 그렇게 흘리고 있는지 몰랐다.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티가 날 수 밖에 없으니까

"다한증이야 나 다한증 있잖아... 몰랐구나?"

"너 어떻게 하려고 그래? 생각은 하고 왔어?"

그러고 보니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껏 멋을 낸 그녀는 그에게 처절한 거절을 할 생각하고 있겠지?

"좀 강하게 나가려고... 내 여자니까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마라, 선배가 학교다닐 때 상처준 것 다 알고있다. 염치없으면 연락하지 말고 우리 둘 잘 만나게 그냥 사라져 버려라.. 뭐 이런식으로 말하려고 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설득을 한다거나 그런 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다른 남자가 있다면 연락 안하겠지... 나는 그 선배랑 친하지도 않고 앞으로 연락할 일 없으니까..."

약속 장소는 일부러 큰 공원이나 거리 한가운데서 만나기로 하자고 내가 먼저 제안했다. 아마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선배가 그녀를 해코지 할 수도 없고 몸싸움을 해도 주변에서도 도와줄거라 생각했다. 약속장소에 다가 오고 전의를 불태우려고 할 때에 갑작스럽게 그녀가 팔장을 끼고는 선배를 불렀다.

"선배 늦어서 미안해요 일부러 남친이랑 같이 오느라 좀 늦었어요"

갑작스런 그녀의 드립에 당황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태연한 척 하려 했지만 조금은 어색하게 당황하고 있었다. 선배 역시 내 얼굴을 쳐다보고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말문이 막힌 듯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당황하는 것 같은데 선배가 하도 연락해서 남친데리고 나온거에요. 내가 그동안 연락 받아준 건 후배로서 의리였지 선배한테 아무 감정 없었어요. 내 남친한테도 선배 얘기 하고 싶지도 않았고..."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나는 알 수 있었다. 목소리 뿐만 아니라 애써 낀 팔장에서 떨리는 몸을 들키지 않기 위해 힘을 주고 있었다.

"야...야....야.. 야..너! 너는!!"

겨우 말문을 연 선배는 더듬거리는 말로 그녀를 노려봤다. 선배가 삿대질처럼 손을 들자 무심코 그 손목을 잡았다. 선배가 나를 쳐다보고 나도 선배를 노려보았는데 선배가 팔을 제끼면서 손을 뿌리쳤다. 투덜거리며 안절부절 하면서 어이없게 괴로운 척 하는 선배는 

"너한테는 정말 미안하다. 다 저년 잘못이지 내 잘 못이 아니야"

"이 쓰레기년!"

욕하는 선배를 다시 잡으려고 달려들었다. 선배는 그녀에게 욕하자마자 도망가려고 했고 난 선배 옷자락을 잡았다. 그 순간 팔짱을 끼던 그녀가 넘어졌다. 옷이 찢기는 소리가 약간 들렸지만 선배를 잡으려고 달리려는데,

"가지마!!!!!"

멀리서 그녀가 소리쳤다. 그녀는 화가 많이 나있었다.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그녀와 나는 아무말도 없었다. 잠시 감상에 젖은 듯 했지만 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도저히 술을 안 마실 수 없는 기분이었다. 

혼자 있고 싶어서 그녀를 집으로 보내려고 아무말 없이 택시를 잡았지만 그녀는 그제서야 내 눈치가 이상한 지 고집을 부려 택시를 타지 않았다. 그녀는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그냥 술집으로 따라 들어온 그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만 씩씩거리며 술을 먹을 뿐이었다.

그녀는 맞은편에서 나를 보고 있었고 테이블에 올려놓은 그녀의 핸드폰엔 그 선배의 전화와 톡이 폭발하고 있었다. 안 봐도 대부분이 욕인 것 같다.

"왜 화났어?"

핸드폰을 신경을 쓰는 것을 알자 친구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넌 내가 왜 화났는 지 모르겠니?"

"그냥 말해, 지금 너만 기분 더러운 거 아니잖아..."

"왜 선배한테 네가 욕을 먹어야 하니? 왜 그 새끼가 나한테 사과하게 만들었어?"

"지금 누가 피해자인거야? 너는 그 선배 때문에 상처 받았는데! 왜 네가 욕을 먹게 해?"

"이게 그 새끼가 나한테 사과할 일이야? 너한테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야?"

"너 사과 받으려는 거 아니었어?"

"왜 네가 이상한 애가 되게 만들었어!!!"

"차라리 네가 그 새끼한테 따귀라도 때렸으면 얼마나 좋아!!"

"왜 상처받은 사람이 상처 준 사람이 되는 건데!!!"

그녀는 한동안 묵묵히 내 말만 듣다가 소주잔을 들이키고는 속내를 천천히 얘기했다.

"미안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나쁜 년 같았어, 너한테도 미안하고 선배한테도 그냥 미안했어..."

"솔직히 내가 조금만 더 용기가 있더라면... 내가 그때도 이렇게 당당했더라면... 왠지 모든 게 내 잘못 같았어...'

"그 사람들이 내게 상처를 준 게 아니라 내가 상처를 일부러 만든 것 같았어. 그냥 피해망상이 필요했나봐"

"나한테 관심 가져 주는 게 너무 좋았어, 좋으니까 내가 더 상처주고 싶더라고..."

"내가 상처를 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았어.."

그녀의 맘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새끼하고 이제 다신 볼일 없겠지만 분명 또 지 친구들에게 너 욕하고 다닐거야. 너 욕하는 연락 오면 꼭 얘기해 분명 내가 전부 얘기해 줄테니까"

그녀와 나는 말없이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데려다 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녀 집에 다다를 때 쯤 그녀의 표정이 많이 좋아져 있었다.

"들어가라 나중에 연락할게, 너도 연락하고..."

"응 고마워"

그녀는 나를 푹 안더니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품에 안긴 그녀는 시간이 흘러도 떨어지지 않았다.

"야! 자냐? 이제 좀 떨어지지..."

그 말을 하고 그녀는 내게 키스를 했다. 찐한 키스보단 짧은 입맞춤

"오늘 네가 내 남자친구여서 고마웠어... 안겨보니까 네가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 떨어지기 싫더라"

"너는 왜 나한테 연락을 한번도 먼저 안했는지 그 생각이 났어..."

"이제는 내일부터 네가 연락을 해주면 좋겠어..."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고, 나는 멍하니 서있었다. 기억나는 건 포옹인데 뭔가 내 앞을 살짝 가리더니 무슨 말을 하고 떠났다. 다시 내 머리 속은 초고속으로 그 말들과 행동을 해석해야 했고, 그녀가 또 나를 이용할까 의심을 했지만 다음날 그녀에게 연락을 했을 때 그녀는 내 연락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게 내 20대의 마지막 연애였다.


글쓴이ㅣ착하게생긴남자
원문보기 http://goo.gl/VEdX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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