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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남자가 만난 외국인 여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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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 번째 사랑>
 
처음에는 말이 안 통하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것을 안다. 말이 안 통할수록 더 격렬하고 오래 하게 된다는 사실을.
 
소심한 남자는 항상 걱정부터 하고 시작한다. '나도 영어를 잘 못하고 그녀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데...' 하지만 그녀를 만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이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걱정인지를 깨닫게 된다. 말이 잘 안 통할 때는 서로 짧고 쉽게 말하게 된다.
 
"I love you.", "I need you.", "I need you now!"
 
쉬운 말은 주로 노골적이고 자극적이다. 서툰 대화로 인해 둘은 아주 짧은 시간에 깊이 사랑하는 사이가 돼 버렸다.
 
사이가 깊어지면 답답해질 수도 있다. 더욱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고, 서로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해진다. 그걸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 때 하는 섹스는 열정적일 수 밖에 없다. 섹스로 모든 사랑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니까. 그래서 그들은 섹스에 집중하게 된다.
 
그는 그녀와 할 때만큼은 마음껏 소리를 지를 수 있었다. 한국말로는 차마 나오지 않는 말들이 영어로는 가능했다. "너무 좋아!"라는 말은 안 나오지만 "So good!"은 쉽게 나왔다. 민망하지도 않고 부끄럽지도 않았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소심한 남자는 그녀를 만날 때 과감해질 수 있었다. 문화권이 다르면 서로 조심스러워지기도 하지만 더 대담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그녀에게 어떤 것들을 서슴없이 요구하기도 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 '문화의 차이'라고 우길 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당황하는 일은 없었다. 그녀는 거의 모든 면에서 그에게 관대했다.
 
그녀와 헤어진 뒤, 그는 몇 명의 외국인을 더 만났다. 다들 개성이 넘쳤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와 헤어질 때 나오는 그 말, 그녀가 먼저 꺼낸 말이었다.
 
"I just can't imagine a future with you."
 
그들은 섹스를 통해 사랑을 표현했고 확인했다. 그만큼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마 이것이 헤어짐의 이유였던 것 같다. 그들은 섹스 후에 생기는 결핍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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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noch 2016-01-06 01:37:30
하...이거 엄청난 공감이 되는 글이군요....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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