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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의 요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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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수퍼내츄럴]
 
비가 내리고 있다.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 너무나 매말랐던 것인지 흙도, 아스팔트도, 인도의 시멘트도 비가 땅에 떨어지는 족족 거친 숨을 내쉬며 물을 빨아들인다. 열어둔 창 밖으로 내리는 비가 공기 중의 열을 으깨며 터지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들려온다. 그 소리는 장막이 되어 바깥과 안을 분리한다. 그렇지만 이미 바깥도 안쪽도 한참을 가물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바깥과는 형태가 다른 뜨거운 단비가 안쪽에서도 마구 내쳤을 땐 메마르고 갈라진 흙처럼 거친 들숨과 날숨을 내쉬며 한 방울이라도 아쉬운 듯 깊이 젖어 들며 그 갈라진 틈을 매꾸었다. 원초적인 모습으로 둘 사이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린 깊숙한 곳부터 하나가 되었고 그녀와 나의 체액과 영혼이 뒤섞였다.
 
2012년 5월 18일 오늘. 평일의 노동을 마무리하고 정신적 화형을 선고하는 날이자 짧은 해방을 쟁취하는 금요일이고 32년 전에는 군사독재로부터의 해방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부르짖은 날이며 작년 전 오늘 자본 계층의 억압에서 벗어나려던 그가 죽은 날이다. 그의 영혼은 속박에서 벗어났지만 그 대가가 컸다. 누구든 해방을 맞이하려면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나 보다. 그래서 살아남은 자들은 슬픈 모양이다. 메마른 슬픔. 그리고 다시 오늘, 말라비틀어지던 가슴 한복판에 단비가 내렸다. 뜨거운 단비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안고 있다. 뜨거운 이슬이 그녀의 몸을 잔뜩 덮고 있었고 붉게 상기된 피부는 터지기 직전의 꽃망울 같았다. 여운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아련한 신음을 뱉어내면서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거친 숨이 잦아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나 빛을 봤어요.”
 
“어떤 빛?”
 
“하얀 빛이요. 내 밑에서부터 엄청나게 강한 떨림이 밀고 올라오면서 하얀 빛으로 둘러 싸였어요. 뜨겁고 새하얀 빛. 선생님도 느꼈어요?”
 
“응……. 뜨거웠어. 아주. 순간 눈을 감아버려서 난 빛을 못 봤나 봐.”
 
“같이 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 ”
 
“나 또 보고 싶어요. 그 빛. 또 해줘요.”
 
“그럴까?”
 
“네. 이번엔 다른 구멍으로 해줘요. 다 느끼고 싶어요. 빨리......”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누워있던 그녀는 이미 몸을 일으켜 무릎과 팔꿈치를 젖지 않은 시트 위에 대고 엎드렸다. 나는 목덜미에서부터 맺혀있는 그녀의 식지 않은 이슬을 혀로 맛보고 입으로 마시며 척추 하나하나를 각인하며 천천히 내려갔다. 붉게 잘 익어서 터질 듯이 벌어져 있는 엉덩이 사이로 천천히 내려가며 활짝 피어나다 못해 살짝 벌어진 국화꽃을 하나하나 혀의 돌기로 쓰다듬고 맛보기 시작했다.
 
알싸한 향기의 국화를 그의 영정 앞에 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입에서 괴이한 소리가 터져 나오고 눈에서, 코에서 뜨거운 체액이 마구 흐르지만 머릿속엔 아무런 생각이 들어오지 않았다.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사진은 나를 놀리는 것 같았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이어주던, 그것이 인간의 욕망의 산물이건 정서적 교류의 상징물이건, 그 역시 매일의 안위를 위해 혹은 역설적으로 억압하는 자본의 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다. 항상 켜져 있던 그의 엔진을 꺼뜨린 것은 더 크고 무책임한 엔진이었다. 엔진에 들어갈 연료로는 부족했는지 본인의 위장도 불이 충분히 붙을 만큼의 에틸 알코올을 부어 넣고 달린 운전수는 작은 두 바퀴에 의지해 달리던 그를 힘의 논리로서 뭉개버렸다. 사실, 논리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무의식과 혼돈뿐.
 
인천 사랑병원 8호 빈소에는 그의 유가족들과 친분이 있던 자들, 죽은 후에야 친분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모여 그에게서 뽑아내지 못한 능력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아까운 사람이 죽었네, 그려',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의 이중적 의미가 담긴 완곡한 표현으로 그를 위하는 나름의 얼굴들로 액자 속에 고정 된 얼굴을 대면하고 있다. 기습적인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채 사진 속에라도 그를 잡아두려는 표정들이다. 사회적 가치관을 벗어나지 않는 그들의 표정은 도리어 내게 거짓말을 한다. 누구나 다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위선으로 다가왔다. 역겨웠다. 욕지기가 올라오는 것 같아 상 한쪽을 움켜쥐고 일어나 억지로 몸을 일으켜 구두를 구겨 신고 나왔다.
 
 빈소를 나와서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밤 11시가 넘었다. 영안실에서 나온 난 '벌써'라는 표현을 쓰지만 내 앞에서 번뜩이는 네온 판들은 '이제'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병원 바로 옆에 6층 높이의 건물을 거대한 네온 간판이 제우스 나이트클럽을 번쩍이게 하고 있다. 제우스를 주변으로 각종 클럽과 술집, 당구장, 노래방, PC방 등등의 유흥업소들이 번뜩이고 있으며 전단을 움켜쥔 삐끼들이 밤을 찾아 헤매는 이들을 끌어오느라 분주하다. 상복을 입고 나온 나는 있어서는 안 될 곳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이방인이 된 듯 얼어붙은 나는 나와는 다른 눈을 한 사람들 사이를 빠져 나와 택시를 잡아탄다.
 
집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5층짜리 빌라 앞에는 밝고 투명한 푸른빛의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다. 누구네 차인지는 모른다. 어차피 이 빌라에 있는 사람들은 나 빼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단지 이 빌라 앞에는 12시 혹은 11시가 넘은 시간에 항상 차가 단 한 대 주차되어 있으며 더욱이 이 나라에서는 접하기 힘든 색이기에 기억에 남아 있는 것뿐이다. 1층 오른쪽에 위치한 101호 라고 쓰여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눈에 익숙한 가구들이 들어온다. 내 집. 차갑게 식어버린 집. 거실의 전등을 켜고 입고 있었던 상복을 벗어 던지고 속옷 하나만 입었다. 얼굴, 손과 발을 차례로 씻고 리모컨으로 TV를 켜고 부엌의 냉장고 안에서 할인 마트에서 구입한 파울라이너 맥주 한 캔을 꺼내었다. 소파에 대충 몸을 구겨 넣고 맥주 한 모금을 들이킨다.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본다. 철새에 관한 다큐멘터리, 광고, 심야 오락프로그램, 자막 올라가고 있는 드라마, 광고, 해준 것 또 해주는 특선영화, 광고, 광고, 광고나 다름없는 홈쇼핑. 무엇 하나 눈길 끄는 것이 없다. 그 모든 것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 같다.
 
잠들었다 보다. 혹은 꿈을 꾸고 있나 보다. 그렇지 않으면 죽은 그가 내 앞에 있을 리가 없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 쓰레기 같은 군대 문화를 선후배간의 기강이랍시고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술을 붓고 먹이고 또 토하던 그 아수라장 같던 오리엔테이션 행사 속에서 넉살 좋게 말을 걸어오던 그 모습.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리는 것 같다. 그가 내 어깨를 잡고 얘기한다. 아니 내 눈에 비친 그 때 당시의 나의 어깨를 잡고 말한다.
 
“무슨 일이야? 왜 울어?”
 
“눈이 건조해서 그런가 봐.”
 
“아아 그래? 그거 불편하겠네. 이름이 뭐야?”
 
“난 오진석. 넌?”
 
“난 서종서야. 앞으로도 뒤로도 같은 이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빈 잔에 소주를 부어준다. 서로 잔을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밖은 익숙한 방이다. 대학 생활 내내 지내던 문학 동아리 방. 어느새 동아리 방안에선 맥주와 소주를 섞어 마시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있다. 항상 동아리 방에 같이 있던. 하지만 얼굴들이 흐릿하다. 누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얼굴들과 술병들 사이로 종서의 얼굴이 있다. 너무나 또렷하게. 다른 사람들과 두루두루 얘기를 하다 나를 보고는 한쪽 눈을 찡긋한다. 그 윙크가 너무나 날카롭게 다시 내 가슴을 후벼 팠다. 차가운 것이 얼굴에 한 방울 떨어졌다.
 
그 하나의 차가움에 눈이 떠졌다. 확실히 꿈이었다. 맥주 캔을 든 손을 머리위로 올린 채로 잠이 든 모양이다. 꺼지지 않은 TV는 지금도 계속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고막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은 채 종서의 목소리만 계속 들려온다. 계속....... 계속....... 그리고 또 계속.......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려본다. 맥주 캔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내 몸도 다시 소파에 던진다. 귀를 막아본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계속 고막 안쪽에서 울린다. 아무리 몸을 비틀고 애를 써도 그의 웃는 목소리가,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불가항력을 깨닫고 차라리 손을 놔버리고 포기를 해버렸다. 그러더니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 아득해져 갔다.
 
그리고 애국가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깼다. 해가 아직 뜨기 전인 새벽 4시 즈음. 머릿속이 이리저리 출렁이는 느낌이다. 뇌수의 일렁임이 멎자 수면 위에 그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난 물속에서 헤엄치는데 그는 물 위로 떠올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다시 파도가 밀려오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뜬다. 출렁임이 끝나자 저 멀리서 동해물과 백두산을 마르고 닳게 하는 애국가가 들려온다. 목이 마르다. 가슴이 답답하고 뜨거웠다. 뜨거운 쇠사슬에 가슴이 칭칭 매여 있는, 하지만 가슴은 그보다 더 뜨거웠기에 호흡곤란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냉장고에 가서 간신히 물병을 집어낸 다음 마개를 뜯어내고 안의 내용물을 들이켰다. 막힌 숨이 풀릴 때까지 마신 다음 물병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려놓고 차가운 소파에 드러누웠다.


글쓴이ㅣ핑크요힘베
원문보기▶ https://goo.gl/fPbx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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