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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모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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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방비도시]
 
크고 번쩍이는 간판의 불을 내리고 싸구려 노란 장판 아래 온돌에 열을 올렸다. 액정이 바스러진 휴대폰을 꺼내 시계를 보니 4시 20분이었다. 나는 다시 거리에서 나와 “비가 오늘도 와 주지 않을까.” 하는 미적지근한 바람을 했다.
 
“불 껐네요?”
 
Y가 다가와 등 뒤에서 말을 걸었다.
 
“모텔은 방 꽉 차면 불 꺼요.”
 
“아아~ 늘 안에 있어서 몰랐죠. 그냥 날 밝으면 끄는구나 싶었어요.”
 
“근데 여자친구분 두고 이리 나오셔도 돼요?”
 
“문 잘 잠그고 왔어요. 저는 통 자리를 뜨면 못 자겠더라고요.”
 
“그건 저도 그래요.”
 
“담배?”
 
잔잔한 이야기를 빠르게 나누며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내밀었다.
 
“끊었어요.”
 
“오, 왜요?”
 
“냄새 난다고 해서요. 여자친구가.”
 
“....... 많이 좋아하시는구나.”
 
그는 담배 하나를 입에 물며 다시 주머니에 담뱃갑을 넣었다.
 
“이렇게 새벽일 하고 있으면 많이 보고 싶겠어요.”
 
“그렇죠 뭐.”
 
그 후로 그와 날이 밝을 때까지 가볍고 빤한 질문과 답을 나누었다. 기억하기론 그는 전기공학을 전공하며 낮에는 대학교에, 저녁에는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고 있다고 했다. 다른 구에서 온 나와는 달리 이곳에 토박이인 Y는 모텔과 노래방 오피스텔이 즐비한 이 거리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경력처럼 늘어놓았다. 자신의 구역이라는 자신감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모텔 앞 편의점과 초밥집이 붙어 있는 건물 위로 세워진 오피스텔에서 옛 연인과 동거했다는 이야기나 성인이 된 후에 많은 유흥도 전전했다는 이야기 등을 어설프다 싶을 정도로 가볍고 편하게 들려주었고, 나도 그뿐인 이야기로 편하게 들었다.
 
그중엔 자신의 노래방 아르바이트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노래방 자체의 일은 어렵지 않은데 어느 것이든 사람과의 문제가 가장 힘든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일하는 노래방은 도우미를 받는다. 조선족부터 2~30대의 통칭 ‘아가씨’들, 간혹 남자 도우미까지도 출장 업소에서 호출해서 부른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의 억척스러움이 Y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술에 취한 진상 아저씨들보다 더 싫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분노가 그들의 비위를 맞추거나 핀잔을 들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봐서는 그저 Y는 그들과 우위를 달리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루는 ‘어떠한’ 것 때문에 아가씨와 시비가 붙었다고 했다. 아마 진상을 부리고 엄격하지 않은 그들만의 룰을 위반하는 힘든 손님에 대한 구분을 그녀가 Y에게 따졌던 것이 화근이었으리라 짐작한다. 대략 어떻게든 돌아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고 그도 말했다. 그러나 그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핀잔을 듣고 호승심이 끌어 올랐다고 했다. 그는 대략 난감해진 노래방의 술자리로 들어갔다. 그는 이미 만취해 인사불성이 된 손님들에게 술을 선물하며 사과하고 도리어 아가씨를 노려보았다.
 
“누나, 서비스 그것밖에 못해요? 돈 낸 손님한테 그쯤 뭐가 신경 쓰인다고.”
 
그는 극단적인 폭언을 그녀에게 퍼붓고 발 빠르게 자리를 떴다.
 
“얼마나 통쾌하던지. 그러더니 이를 악물다가 시간만 맞추고 울면서 나가더라고요.”
 
그는 당당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아아.......”
 
내 생각이 담긴 입바른 소리를 몇 마디든 해 주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아직 내 친구도, 내가 책임을 지어야 하는 누구도 아니고, 그렇다 해도 그럴 의리는 없으니까.
 
“그래도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그 사람들도 고충이 분명 있을 텐데.......”
나는 턱을 긁으며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그렇겠죠?......”
 
그는 내 말을 듣자마자 멋쩍게 웃으며 이만 건물로 들어가자고 말을 덧붙였다.
 
무조건적인 동의를 바라는 사람에게 잘잘못을 떠나 상처를 준 것 같다. 전단지가 낙엽보다 많이 쌓여 있는 거리에 그걸 치우는 환경미화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나는 집에 갈 준비를 하러 그의 뒤를 따라 모텔로 들어갔다.
 

글쓴이ㅣ무하크
원문보기▶ https://goo.gl/gC6G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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