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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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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
 
‘101동 204호, 101동 204호...’
 
눈과 위를 쳐다보며 아파트 동 번호를 찾고 있으면서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
 
‘어, 저기다. 101동’
 
아파트 입구에 서서 망설인다.
 
‘전화할까... 아니면 호수 번호를 누르고 호출 버튼을 누를까.’
 
아이가 자고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나서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응, 나 집 앞인데.”
 
“일찍 왔네.”
 
“어, 나 들어가도 괜찮아?”
 
“어, 얼른 들어와.”
 
결혼 전 아내와 연애할 때 부모님이 여행 가시고 안 계신 틈을 타서 아내의 집을 처음으로 가 봤다.
 
“여기구나. 우리 정아 집이.”
 
“어서 들어와. 서 있지 말고.”
 
‘쪽~~’ 날 와락 안으며 아내가 먼저 내게 입맞춤을 해 주었다.
 
“그렇게 좋아? 내가 온 게?”
 
“응, 얼마나 많이 기다렸다고, 보고 싶어서.”
 
“어제도 봤는데 뭘”
 
“어젠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지.”
 
“하룻밤 만에 아기가 돼버렸네. 울 정아가”
 
“얼른 밥 먹고, 우리...”
 
“우리 뭐?”
 
“아잉~~”
 
“뭐어~~?”
 
“너, 이리로 와 봐.”
 
“너? 어쭈구리.”
 
“그래, 내 집이니까 너라고 부른다. 왜?”
 
“귀여워 죽겠네.”
 
“나 안아 줘. 자기한테 안겨 있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여보세요.”
 
“네, 저 집 앞인데요.”
 
“금방 오셨네요. 잠시 들어오시겠어요? 제가 아이 때문에...”
 
“네, 그럼 호출 버튼을 누를까요? 아이가 깰까 봐 누르지 않았거든요.”
 
“네, 괜찮아요. 아이 방에서 자고 있어서.”
 
“네, 그럼 알겠습니다.”
 
입구 옆 거울에 다시 한번 얼굴을 비쳐 본다. 머리도 한번 매만져 본다.
 
‘204 누르고 호출’
 
“띠~”
 
문이 열렸다. 계단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사이에 컴컴했던 계단이 밝아진다. 그녀가 열어 놓은 현관문 덕이다.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잠시 들어오실래요?”
 
“네... 네? 그래도 괜찮을까요?”
 
“그래도 문 앞에서 그냥 가시게 할 순 없잖아요.”
 
“그럼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집안은 깔끔했다. 현관에는 정빈이와 그녀의 신발 두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거실에는 3인용 소파 검은색 카펫, 그 위에 놓인 유리로 된 탁자가 있다. 벽에 걸려 있는 TV 그리고 TV 밑에 1단짜리 작고 심플한 서랍장 하나, 서랍장 위 벽엔 아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큰 사진 액자. 거실 창엔 갈색 블라인드와 에어컨 하나가 서 있다.
 
“이리 앉으세요.”
 
“아닙니다. 금방 가 봐야죠. 아, 여기 핸드폰.”
 
“고맙습니다. 제가 요즘 들어 자주 깜빡해요.”
 
“뭐 그럴 수도 있죠. 저도 가끔 그러는 걸요. 정빈이는 잔다고 했죠?”
 
“네, 오늘 신나게 놀았나 봐요. 민우는 안 자나요?”
 
“아마 지금쯤 자고 있을 겁니다. 선물 받은 거 정리하는 거 보고 나왔어요.”
 
“커피라도 한 잔 드릴까요?”
 
“네?... 네... 뭐”
 
“잠시만요.”
 
그녀는 주방으로 가고, 난 어색함에 거실 천장을 올려다보며 두리번거린다.
 
“여기 커피 드세요.”
 
“아, 고맙습니다. 늦은 시간에 미안합니다.”
 
“별말씀을요.”
 
“근데, 등이 하나 나가 있네요.”
 
“아, 네... 매번 까먹고 그냥 지나치네요.”
 
“집에 사다 놓으신 거 있으면 주세요, 제가 갈아 드리고 갈게요.”
 
“아니에요. 제가 나중에 할게요.”
 
“갖고 오세요. 이런 건 남자가 하는 게... 아,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이제 익숙해요.”
 
얇은 면티를 입고 있는 그녀가 애써 눈을 외면하며 창 밖을 본다. 가는 핏줄이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 손톱은 기르지 않는다. 허름한 듯한 면 반바지. 통이 넓어 엉덩이 밑까지 보일 듯한 모습이다. 내 손은 커피잔을 들고 있었지만, 내 코엔 그녀의 향이 맡아진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전구 갖고 오세요. 제 성격이 이런 걸 그냥 두고 보지 못해서요.”
 
“괜찮은데... 정말 그래 주시겠어요?”
 
“물론이죠. 어서 갖고 오세요. 아, 의자가...”
 
일어서며 주방 쪽을 보니 식탁에 의자가 있다.
 
“제 화장대에 의자가 더 나을 거예요. 식탁 의자는 무거워요.”
 
현관 신발장을 열고 전구를 찾는 그녀가 말한다. 손이 닿지 않는다.
 
“잠시만요. 제가 꺼낼게요.”
 
까치발을 하고 서 있는 그녀 뒤로 내가 섰다. 그녀에게 향긋한 비누 냄새가 날 또 매료시킨다.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한 비누 향이다.
 
“오빠, 나 다 씻었는데. 이리 와 봐.”
 
“왜에.”
 
“오라면 올 것이지 뭔 말이 많아?”
 
“야구 한참 재미있는데... 흡... 이건...”
 
“좋지? 그렇지? 오빠도 좋지?”
 
“흐음~~ 너무 좋다. 나 비누 냄새 좋아하는데.”
 
“그래서 내가 한번 비누 향 나는 거로 해봤지.”
 
“진짜 너무 좋다.”
 
“이리 와봐. 자~~”
 
내 머리를 잡고 가슴으로 당긴다.
 
“읍~~읍~~~ 야, 숨 좀...”
 
“가만있어 봐.”
 
이번엔 가리고 있던 수건을 풀더니 내 머리를 사정없이 눌러 앉힌다.
 
 “거기... 좀 맡아봐. 거기”
 
아직은 물기가 다 마르지 않아 약간은 덜 보슬보슬 한 털에 코를 데어 본다. 진한 비누 향이 날 미치게 만든다.
 
“흐음~~~”
 
깊은 숨을 쉬어 본다.
 
“아, 좋아. 오빠가 내쉬는 뜨거운 숨이 닿는 게 너무 좋아.”
 
한동안 난 아내의 그곳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새로운 시작 10 ▶ https://goo.gl/HxyMdB
 
 
글쓴이ㅣ정아신랑
원문보기https://goo.gl/p3e2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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