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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널 이렇게까지 품을 수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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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lady bird]

우리학교는 작았다. 부지는 넓었는데 의미적으로 작았다기보다 좁았지. 입학을 하고, 요란한 오리엔테이션을 거치고서 비범함과 평범함 그리고 어디와도 단절된 사람으로 나뉘어서 차고 넘치는 그런 곳이었다.
 
난 고등학교 때까지 곧잘 노는 애였고, 말 할 줄 아는 애였고, 내 것을 챙길 줄 아는 애였으니까 잘 적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몇 가지 실수와 감정의 부딪힘 뒤엔 순식간에 단절된 사람이 되어있었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일은 모두 냉정한 거다. 그게 남한테도 적용 된다는 것을 조금 늦게 알아챈 게 문제였다.
 
대충 열심히 하고 말 많고 실속 챙기는 애를 무시했다. 솔직히 업신여겼다는 말에 가깝다. 다가올 때마다 ‘여기서도 넌 약자. 난 강자.’ 이라는 싸늘한 낙인을 눈으로 찍어댔으니까.
 
몇 년 후 학교를 나온 뒤에는 놈과 친해졌지만 참 그때 생각하면 조금 열이 받는다. 만든 소문과 내 뒷 얘길 하고 다닌 그 놈은 내가 잘못했으니까 뭐 그렇다 쳐도.단숨에 믿고 돌아선 놈들에게 다시금 두려움이 집단에 끼치는 여파와 그 개개인의 인간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감정에 호소할 줄 알고, 다른 이들의 과제를 도와주며, 성실하고 의지가 강한 그 녀석과, 자존심만 강하고 솔직하지 못하고 툭툭대고 노는 것만 좋아하던 내가 애초에 상대가 될 리 없었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반 놈들과 폭탄주를 들이키고 있었는데 혼자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충 처리한 과제를 들고 수업에 갈 준비를 했다. 따돌리려고 했던 녀석에게 역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거다. 권선징악을 실천 당한거지.
 
자업자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퍼즐이 잘못되기 시작한 부분은 그놈의 심기를 건들인 것이 아니라. “내 험담이나 지어진 이야기를 믿는 사람은 없겠지.” 하는 안일하고 거만한 생각 때문에 해명조차 하고 다니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덜커덩’
 
같은 반 녀석 한 명이 햄버거 쟁반을 쓰레기통에 털며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 다음 나도 쟁반을 터는데 눈치를 보던 녀석이 무리로 달려가 내 이야기를 하는 듯 싶었다. 썩 좋진 않은 기분이다. 사람이 이렇게나 빨리 나약해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고교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후회는 또 안했던 것 같다. 성찰보다 분노가 커서 시간을 몇 주 전으로 돌아가면 그 녀석을 더 비참하게 밟아 줄 것이라는 것만 다짐했다. 마치 독이 바짝 오른 작은 파충류처럼.
 
별관 지하에 있는 위생 관련 수업에 들어가 자리를 찾았다. 큰 교실이 아니었기 때문에 의자와 책상이 붙어있는 자리가 있던 곳이었는데 내가 시선을 옮기는 곳마다 여자애들이 가방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벙 찐 내 표정을 보고 키득거리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성질 같아선 가방을 들어서 앞으로 던져버릴까, 아니면 가방을 치워달라고 한 명에게 부탁할까, 아니면 교수가 들어올 때까지 교실 뒤에 바닥에 앉을까.
 
어느 하나 놀림감 하나를 추가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이었다.
 
“하아.......”

나는 그저 서서 머리를 박박 긁으며 화를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W야.”

그 때 별로 낯익지 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정이었나? 민주였나?)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그녀의 이름을 떠올리려 하고 있었다. 그냥 편의상 M이라고 부르자.
 
“여기 앉아. 내가 자리 데워놨어.”
“뭔.......”

이상했다. 표정도 언동도 이상한 순간이었다.
 
부스스한 머리에 졸린 눈과 통통한 볼 커다란 광대, 마치 졸린 금붕어처럼 생긴 여자애가 자신의 엉덩이로 데운 자리에 앉으라는 것이었다. 나를 포함한 나를 골리던 이들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변했다.
 
“아니 내가 왜.......”
“빨리, 교수님 오셨다.”

교수의 등장에 M은 내 어깨를 붙잡고 자리에 앉히고 옆 자리에 놓인 가방을 빙그레 웃으며 본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천연덕스럽게 그 자리에 앉았다.
 
교수가 싱거운 이야기를 펼칠 때 나는 그 애를 보고 있었다. 고마움 보다는 놀라웠다.
 
그런 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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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앙기모띠주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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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홀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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