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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다이어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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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플래쉬]

-그래서, 네가 여자를 만난다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흥미롭다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나는 살짝 한숨을 쉬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낄낄 거리는 비웃음이 들려올 줄 알았는데 그의 말은 예상 밖이었다. 
 
-그래. 너도 여자 좀 만나고 그래야지.-
 
“왠일 이에요?”
 
그는 나와 같이 음악을 하는, 나보다 네 살 위인 형이자 동료였다. 아니, 동료라고 하기엔 그와 나의 격차는 너무 벌어져 있다. 그는 이제 메이저 작곡가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려 하는 사람이었고, 나 같이 언더 그라운드에서 돌고 있는 지망생과는 다르다. 
 
-왠일은 무슨. 음악 하는 사람이 여자가 없으면 어디서 영감을 얻냐?-
 
“영감을 무슨 꼭 여자한테 얻어야 하는 건 아니잖……”
 
아요 라고 말을 하려던 나는, 단 3분동안 보았던 그녀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던 오늘 새벽의 일을 회상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분하지만 맞는 말이다. 
 
-암튼, 근데 뭐 어쩌라고 전화했냐?-
 
나는 그에게 그녀를 만나 다이어리를 전해 주었고,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는 말을 덧붙여 설명했다. 어떻게 하면 여자와 대화를 할 때 긴장하지 않을 수 있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여자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호? 마음에 드나 보네 그 분이?-
 
“아뇨 뭐 그렇다기 보다는……그냥 말을 잘 못하면 저녁 먹을 때 뻘쭘하니까요.”
 
-글쎄다. 여자 앞에서 대화를 주도하는 것도 다 경험에서 나오는 거라서……뭐라고 설명하기는 그렇다만……남자들 끼리 있을 때 너 곧 잘 웃기고 대화 잘 하잖아? 그냥 마음가짐을 남자 본다고 생각하고 해봐.-
 
“그게 마음대로 될 리가 없잖아요. 긴장할 거 같은데.”
 
-아아. 긴장 때문이라면……-
 
그는 수화기 너머로 뭘 하는지 잠시 뜸을 들이는 가 싶더니, 이내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현자가 되어서 가면 되잖아. 나가기 전에 한 번 치고 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게 최고야.-

 
분명 올 겨울은 추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초가을인데, 저녁이 되니까 두툼한 옷을 입어도 날씨가 서늘했다. 행인들 중에는 감기에 걸렸는지 마스크를 차고 있는 사람들이 꽤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녀와 약속한 대로, 정확히 7시에 다시 그녀의 회사 앞으로 갔다. 집에서 긴장을 풀고 나서 만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그것은 쉽지가 않았고 나는 결국 침대에 멍하니 누워 있다가 약속시간에 맞춰 나왔다. 
 
-어디쯤 오셨나요?-
 
그녀의 카톡 메시지에 나는 회사 앞에 도착했다고 답장했다. 그래도 많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덕분인지, 낮 만큼 떨리지는 않았다. 이제는 짧아진 낮 덕분에, 그 시간은 이미 어둠이 깔려 있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분주히 퇴근을 하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먼저 밥을 먹자고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 생각이 들자, 나는 조금 아찔해졌다. 그녀는 참 성격이 고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낼름 받아 올라가 버려도 될 것인데, 굳이 저녁까지 사준다고 하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안녕하세요?”
 
로비를 서성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무방비 상태인 나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는 그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아……안녕하세요.”
“죄송해요. 기다렸죠?”
 
그녀는 낮에 입고 있던 복장에, 트렌치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기분 좋은 향기가 확 하고 내 코를 때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환한 미소에 한 방, 그리고 그 향기에 한 방을 맞은 나는 또 한 번 바보처럼 비틀 거렸다. 확실히 깨달았다. 여자를 만나기 전 자위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설레임 앞에 절대 침착할 수가 없다. 
 
“그래서? 메뉴는 정하셨어요?”
“네? 아……아뇨. 저는 다 잘 먹어서요.”
“그래요? 그럼 보신탕 드실래요?”
“네? 아 저는 그건 좀……”
“농담이에요. 아무거나 잘 드신다길래.”
 
그녀가 쿡쿡 거리며 웃었다. 그것을 보자, 나도 같이 어색하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키가 작은 편이었지만, 높은 굽의 구두를 신어서인지 내 어깨 정도의 눈높이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저기 베트남 쌀국수 잘하는 집 있는데 가 보실래요?”
“네. 좋아요.”
 
그녀가 고마웠다. 나보고 결정하라고 했다면, 나는 아마도 한참이나 망설여서 그녀를 기다리게 했을 것이다. 아마도 메뉴를 추천하면서도 그녀가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수십번 망설였을 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걸었다. 퇴근길에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그녀와 같이 걷는 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근데 이 근처에서 일 하시나 봐요?
“네? 아……가끔 여기서 일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러시구나.”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했고, 나는 딱히 뭐라고 질문해야 할 지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그녀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말과 대화할 주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와 놓고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 마자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이 등신. 
 
“와. 벌써 춥다. 그쵸?”
“네. 그러네요. 여름 지나 가자 마자 엄청 추워졌어요.”
 
쌀국수 집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며, 그녀는 자리에 놓인 따뜻한 물을 컵에 따르더니 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먼저 해 줬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녀는 코트를 벗어 자신의 옆에 가지런히 놓았다. 검정색 니트위로 보이는 볼륨감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질 것 같아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어떤 거 드시겠어요?”
“저는……그냥 쌀국수 먹을게요.”
“그래요? 저는 볶음밥으로 할게요. 같이 나눠 먹는 거 어때요?”
“네? 네! 좋아요.”
 
생각보다 그녀는 참 성격이 밝고 좋은 사람이었다. 얼어 있는 나에게 이렇게 살갑게 대해 줄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메뉴를 따로 시켜서 나눠 먹자는 그녀의 제안마저 나를 가슴 뛰게 했다.  
 
“그러고보니 서로 아무것도 모르네요. 나이가 몇인지 이름이 뭔지, 직업이 뭔지.”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지만, 나는 시선을 아래로 돌리자니 그녀의 가슴이 보이고, 위로 올리자니 눈을 똑바로 바라봐야 해서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겨우 대답을 했다. 
 
“네. 그러네요. 저는 리즈 킴이라는 이름이랑 근무하시는 회사는 알아요. ”
“그래요? 저는 그러고 보니 하나도 모르네요. 아, 전화 번호 정도만 아네요 저는.”
 
생글 거리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까 마음이 녹아 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천사가 아닐까? 하는 병신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는 서로 자기소개 하듯이 통성명을 하고, 나이를 이야기 하고, 직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나보다 한 살 많았고, 당연하게도 한국 이름이 따로 있었다. Financial 파트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나보다 당연히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의외였다. 
 
“와……음악 하세요? 멋있네요!”
“아…아뇨! 그냥 아직 언더 그라운드에서만 몇 곡 냈어요. 작곡한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그래도요! 멋있네요. 저는 예술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있어서요.”
“그래도 고맙네요. 예술이라고 말해줘서.”
“그럼 예술이 아니고 뭔데요?”
“보통 음악을 예술로 정의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클래식만 인정하는 사람들도 많아서요.”
“아니에요. 대중 음악도 분명히 예술이죠.”
 
나는 사실 그녀의 말에 적잖이 놀랐고 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늘 상업성을 가진 음악이 예술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인 사람이었다. 사실 내가 하는 음악은 흑인 음악이 대부분이었고, 나는 분명 내가 하는 음악도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예술이라는 것은 딱 무어다 라고 정의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흑인 음악이 예술이 아니다라고 정의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내 생각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녀의 반짝 거리는 눈을 볼 자신이 더욱더 없어졌다. 
 
음식이 나오고,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가 먼저 음악 이야기를 꺼내 주었기 때문에, 다행히도 내가 할 말을 못 찾고 입을 다물어서 분위기가 뻘쭘해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도 내가 하는 음악 장르를 너무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다. 처음에는 그저 대중적으로 유명한 Eminem이나 혹은 Ne-yo정도를 좋아하는 정도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입에서 Run DMC부터 2PAC, 그리고 Nas와 Jay-z가 나왔고, 켄드릭 라마의 이름까지 나왔을 때는 나는 정말 벌떡 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뮤지션의 이름을 이야기 할 때는 2000년 초반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이름이 그녀의 입에서 나와 내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음악 이야기 나오니까 되게 신나 하시네요.”
 
그녀는 열심히 동조하는 나를 보며 말했다. 음식이 나오고 나서도 우리는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떤 대화를 해야 하나 했던 고민이 눈 녹듯이 사그라들고, 나는 그녀와의 대화에 푹 빠지고 말았다. 내가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녀는 내 말에 동조하듯 맞장구를 쳤다.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그녀는 매우 똑똑한 여자였다. 나와는 달리 많이 배우고 공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굳이 그녀가 잘난 척 하듯이 말하지 않아도, 단어선택이나 말투, 그리고 그녀의 직장 이야기만 들어도 드러나는 내용이었다. 나와는 너무나 다른 세계에, 절대 나와 같이 마주 앉아 식사를 할 것 같지 않은 빛나는 외모. 나는 그냥 그녀의 앞에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절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만 하루가 되지 않는 이 짧은 시간에 그녀에게 반하고 말았다. 
 
나는 일부러 천천히 식사를 했다. 밥을 다 먹고 나면 이제 그녀와 헤어져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유학을 다녀왔고, 학자인 아버지를 둔 여자였다. 그리고 이십대 초반부터 꾸준히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 온, 정말 나보다는 천 배 이뤄 놓은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냥 사람 자체에서 빛이 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그런 그녀가, 내 별 거 아닌 음악 인생에 귀를 기울여주며 들어 준다는 사실이 나를 감격하게 했다. 
 
“아무튼. 정말 고마웠어요. 다이어리 찾아 준 것도 고맙고, 굳이 그 안에 내용 보지 않았다는 것도 고맙고요.”
“근데 다이어리에는 어떤 내용이 써 있는데요?”
“안 봐놓고 갑자기 궁금해요?”
“그냥요. 저는 직장인이 아니라서 직장인 다이어리에는 뭐가 있나 해서요.”
 
내 말에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별 거 없어요. 그냥 미팅 때 한 메모, 회의록 같은 것들.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날 때 필요한 게 있으면 그때 그때 기록하는 것들……정도에요.”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는 끝나가고 있었고, 다이어리 고마웠다는 그녀의 말은 마치 회의의 클로징 멘트와 같이 느껴져서 초조하고 불안해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가 테이블 위에 있던 휴대폰과, 그리고 외투를 챙기려는 듯한 움직임이 보이자, 다급해진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저……괜찮으시면 제가 맥주라도 한 잔 사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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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카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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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홀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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