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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섹스 판타지 How lovely you are 4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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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carmilla movie]

목에 조금만 힘을 주어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 애가 보일 텐데,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냥 고개를 돌리는 것, 그리고 그 애가 시키는 대로 내 발목을 스스로 잡고있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더라도 보이는 것이 있다. 직감하건대 그 애는 내 음부를 뚫어져라 관찰하는 중이었다. 뭐라고 말이라도 하든, 아니면 지시를 하든, 만져주든. 뭐라도 좀 했으면 싶었다. 관찰 당하는 수 초가 나에게는 마치 영겁의 시간처럼 더디게만 흘렀다. 그러나 다리 사이의 액체는 시간과 무척 대비되게, 참 빠르게도 흘렀다.

그 애는 침대 한 켠에 가지런히 정리해두었던 여러 가지 장난감들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어둑해서 정확히 본 것은 아니나 기다란 실루엣을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아- 나 드디어 꽂히는구나- 하고 눈을 질끈 감으려는데 그 애는 내 위로 타고올라오더니 자신의 치골 부위에 그것을 밀착시키고는 “입 벌려, 썅년아.” 했다. 분명 그것은 모조품에 불과했고 더욱이 그 애는 그것을 통한 감각을 전혀 느낄 수 없었을 테다. 나 역시 딜도에 펠라치오를 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우리 둘은 진짜보다도 더 진짜 같은, 진짜라는 단어만으로는 형용하기 부족한 상황을 이루어냈다.

“씨발년아, 이 안 닿게 해.”
“아- 씨발년, 존나 맛있게 먹네. 존나 먹고 싶었지?”

대답 대신 눈물콧물, 침만 지저분하게 흘리는 나를, 대답 대신 ‘읍읍’ 혹은 ‘윽윽’거리는 신음만 흘리는 나를, 그 애는 마치 짐짝처럼 취급했다. 한 손으로는 본인의(?) 자지를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하고, 또 다른 손으로는 내 머리채를 잡아 일으켰다.

“빼면 안 되지, 그치. 꿇어.” 

누워있을 때보다 그 애는 딜도를 더욱 깊게 박아넣으려고 했다. 견디다가 견디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생각할 즈음에 그 애는 딜도를 잠깐 빼주더니 이윽고 뺨을 때리더라.

“넌 니가 얼마나 예쁜지 몰라.” 
“존나 예뻐. 씨발년.” 

그 말을 듣고도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재갈은 아니었지만 꼭 재갈 같은 딜도를 물고서는 도저히 혀를 자유로이 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머리칼은 제멋대로 뻗치고 얼굴은 이미 침인지 눈물인지 콧물인지 하는 각종 체액으로 범벅이 된지 오래였다. 그런 얼굴을 더러 예쁘다고 하는 그 애의 생각을 나는 알 턱이 없었다. 무릎으로만 내 체중을 지탱하려니 점점 버거워져서 그 애의 허벅지를 움켜쥐려는 찰나에 또다시 불호령이 떨어졌다.

“씨발년아, 뒷짐져. 내가 하라는 것만 해.” 

불쌍한 척, 동정을 이끌어내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 애의 표정이 궁금해져서 그 애를 올려다보았다. 여전하게 딜도를 오물거리는 채로.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내가 올려다보니 굳은 표정이 사악 풀어졌다. 그 애는 웃음을 터뜨렸다. 

“씨이발년아.”

글자로는 말의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다만 조금이라도 묘사를 해보자면 그 애의 욕은 때마다 그 높낮이가 다르고 전하려는 메시지 또한 달랐다. 겁을 주려는 상황, 감탄하는 상황, 불쾌했을 때도 그 애는 욕을 했다. 금방의 것은 마치 ‘넘치게 사랑스러운 것을 보았을 때, 저를 어찌 주체하지 못하여 내뱉고야 마는 상황’인 듯했다. 실제로 그 애는 털이 복실거리는 작은 포유류를 보면 곧잘 욕을 하곤 했다.

단말마의 욕설을 뱉은 그 애는 내 입 속의 딜도를 빼내더니 곧 나를 일으켰다. 자신이 수건을 깔아둔 자리에 몸을 비스듬하게 누우라고 지시했다. 등애 닿은 벽이 차가웠다. 그 애는 곧 내 베개를 집어 내 등과 벽 사이를 막아주었다.(나의 침 때문에 축축해진 면은 벽을 보게끔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 씨발년 진짜 존나 예쁘네 짜증나게. 존나 괴롭히고 싶게 생겼다.”

그러한 말들을 듣고도 나는 한 줌 지푸라기 같은 자존심을 꾸역꾸역 쥐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보잘것없는 자존심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놓치지 않고자 하는 내 손에는 힘이 가득 들어가야만 했다. 놓으면 편한데, 포기하는 게 가장 쉬운데. 그치.

그 애는 여전히 내가 주었던 옷들을 단 하나도 벗지 않고 있었다. 흰 반팔티, 붉은 계열의 타탄체크 잠옷바지. 내 옷임이 분명한데도 마치 그 애의 것처럼 꼭 들어맞았다. 사이즈가 맞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조금은 헐렁해보여서 그 애의 마른 팔과 쇄골이 그대로 드러나보였지만 그도 그대로 꼭 예뻤다. 그 애는 싫어하지만 나는 좋아하는, 그 애의 까무잡잡한 피부 역시 빛나보였다. 윤기였을까 땀이었을까.

뚫어져라 응시하다가 곧 그 애는 내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작고 부드러운 입술이 닿았다. 거칠고 괴팍한 키스일 거라 생각했건만, 전혀 의외의 키스였다. 서로의 입술을 떼었다붙였다할 때마다 속에서 어렴풋한 와인향이 풍겨서 서로에게 스몄다. 엉거주춤한 자세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향긋한 키스였다. 그 애는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느긋해서 조바심이 들었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숨이 점점 가빠졌다. 그 애의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는 진작부터 단단해진 젖꼭지는 그 애의 손톱과 혀끝을 기다렸다.

내 입술로부터 입술을 뗀 그 애는 내 얼굴을 잠시간 응시했다. 쳐다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사뭇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돌리려는데 그 애는 한 손으로 내 아구를 잡고는(손이 작아 내 얼굴을 전부 잡지는 못했다.)

“눈 피하지 마, 이 씨발년아.”

하더라. 한 줌 지푸라기 같던 내 자존심이 손 틈새로 우수수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어둠 속 그 애의 눈을 보고있자니 칠흑 같다는 말이 어떤 건지 실감이 났다. 눈썹을 모두 덮은 뱅 앞머리, 작고 오똑하고 윤기나는 콧망울, 가로가 짧은 입술, 솜털에 덮인 뺨까지 모두 그 애였다. 어쩌면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벗어나고 싶었던 모든 것을 직시하고 나니 정말이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맞고 싶어요.”

오호라- 하는 표정으로 칠흑 같은 눈동자를 한 번 빛내더니 그 애는 내 고개가 멀리 돌아갈 정도로 세차게 내 뺨을 때렸다.

“지보다 한참 어린 년한테 맞는데도 신음이 나와?”
“진짜 존나 어이 없는 년이네?”
“아니 여긴 왜 이렇게 젖었어?”

차마 대답할 틈을 주지도 않고 그 애는 속사포로 무어라 계속 외쳐댔다. 내 가슴(젖탱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려나)에도 싸대기를 몇 번 날리더니 그 애는 내 다리 사이로 고개를 숙였다. 나도 모르는 새에 다리를 오므리려고 했는지, 그 애는 내 허벅지 안쪽을 때렸다.

“더 벌려.”
“아 씨발 존나 젖었네- 존나 싸는데?”

단단히 발기한 젖꼭지 대신에 그 애의 혀끝은 팽팽히 부어오른 클리토리스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자꾸만 무릎이 옴츠러들었다. 그럴 때마다 그 애는 내게 욕지거리를 서슴없이 뱉어댔다. 어쩌면 나는 욕을 먹는 그 상황이 즐거워서 의식적인 반항을 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 애의 혀로 잔뜩 핥아올려져서 흐르던 애액이 거의 침으로 바뀔 즈음에 그 애는 자신의 손가락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쑤셔넣었다. 끙끙거리며 참던 내 울대에서 마침내 신음이 폭발한 듯했다. 신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애의 손짓이 저속해질수록, 더 빨라질수록 정신이 저 멀리 아득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상황이 끝나고 나니 술이 깨는 듯 골이 울리고 깨질 것처럼 아파왔다. 그 애가 가져왔던 수건이 무색하리만치 이리저리 튀어있는 내 흔적들이 민망했다. 그 애가 입고있던 흰 티 역시 군데군데 젖어있었다.

아무 말 없는 그 애 옆에 누워있으면서도 무어라 운을 떼어야 하는지, 앞으로 나는 이 애를 어떻게 대해야 좋은지 계속해서 나는 정답 없는 고민을 했다. 숨을 고르다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좀 나아질까 싶었다. 물도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나 담배 피우러 내려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였다. 왜 반말을 하느냐 또다시 호랑이처럼 굴면 어쩌지, 혼자 가라고 하면 어쩌지, 집에 가겠다고 하면 배웅을 해주어야 하나.

“그래.” 

정말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마음이 놓이니 긴장이 와르르 풀려버렸다. 분명히 그 애의 손에 의해 일일 배뇨량은 충분히 채울만큼 싼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또 요의가 느껴졌다. 변기에 앉아 오줌을 싸는데 금방의 그 애가 했던 것들이 떠오르면서 미약하게나마 오르가즘을 또 느껴버렸다. 부르르.

컵도 사용하지 않고 페트병째로 벌컥벌컥, 물을 마시는 나를 그 애는 참 호기롭게 바라보더라. 괜히 머쓱한 마음에 “마실래?” 하고 인중을 스윽 닦으며 물병을 건넸더니 그 애는 조용히 부엌에 가서 컵부터 꺼내왔다. 깡생수 한 잔씩 거하게 하고 얕은 트림을 하고.

담배를 피우려고 문을 엶과 동시에 옆 집 문이 열렸다. 결코 넓지 않은 오피스텔 복도에는 나, 옆 집 남자, 그 애 순으로 기차놀이를 하는 듯한 상황이 되었다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차는 흩어졌다. 그 애랑 나는 눈빛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꽤 커다란 상황의 직후여서인지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었다. 내 소리가 컸을까, 여기 방음 잘 된다고 그랬는데, 들었으면 어디까지 들었을까, 죄송하다고 해야 하나, 사과했는데 아무것도 못 들은 거라면 어쩌지. 이런저런 이유로 눈동자를 데굴거리다보니 엘리베이터는 어느덧 1층에 도착했다.

그 남자는 편의점이 있는 방향으로, 그 애와 나는 흡연 구역으로. 각자의 갈 길을 향해서. 

“들었을까?” 
“그럼 뭐 어때.” 
“언니 앞으로 여기서 계속 살아야 되잖아.” 
“여기서 죽을 생각은 없는데.” 
“아 진짜- 사람이 뭔 말을 해도-“ 
“근데 나 시오후키하면서 오르가즘 느낀 거 처음이다?” 
“어, 그래? 근데 언니 어차피 그 전에도 한 번 밖에 안 해봤다면서.” 
“연애도 섹스도 원래 다 글로 배우는 거야. 시오후키랑 오르가즘이랑 별개라던데. 근데 나는 동시에 그랬어.” 
“존나 신기하네. 나도 근데 오르가즘은 아직 살면서 안 느껴봤어.” 
“너 남자친구가 존나 잘한다며. 고지가 코앞이다야.” 
“아 맞다, 언니.” 
“아- 너 그렇게 부를 때마다 불안해. 그냥 나 부르고 할 말 같이 하면 안 돼? 부르고 대답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아- 알았어알았어.” 
“왜.” 
“다음에 내 남자친구랑 셋이 해볼 생각 있어?” 

대답을 머뭇거리는데 저 멀리 편의점 방향에서 옆 집 남자가 슬리퍼를 슥슥 끌며 돌아오고 있었다.


글쓴이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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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 2024-04-18 17: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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