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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 사줄 테니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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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은 넘도록 딜레이가 있을 줄 알았다. 다행스럽게 나의 일요일 오후가 비게 되었고, 그의 스케쥴 역시 비어있었다. 물론 다음날의 출근은 고역이겠지만.

다행 중 불행인지, 매주 일요일은 소를 도축하지 않는 날이다. 따라서 곱창집이 영업을 하지 않는 날이기도 했다.
그는 나랑 한 번 먹은 곱창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곱창이라면서 볼멘소리를 했다. 이쯤이면 곱창을 함께 먹을 사람이 급했던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그는 매일 같이 일요일이 되길 빌었다. 마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 같은 모습이 나는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그런 사람한테 맞으면 뭔가 초딩한테 맞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만나버렸다. 한 18시가 조금 안되어서나 만날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 두어 시간은 더 일찍.

“나 살 많이 쪘지?”
“얼굴은 그대론데?”
“얼굴도 많이 찐 건데.”
“아니야, 예뻐.”
“지랄을.”
“나는?”
“얼굴 더 작아졌어.”
“아! 나 교정기 뺐어.”

이- 하며 드러낸 그의 치아에는 정말 교정기가 없었다. 헐. 시간 정말 많이 흘렀다. 그러면서 그는 덜그럭덜그럭, 유지장치가 든 케이스를 흔들어보였다.


영업중인 술집은 없었고, 설상가상인지 비가 와버렸다. 일기예보는 역시 믿을 게 못 된다며 투덜거렸다. 아- 아침만 해도 덥고 예쁜 날씨였는데.
편의점에서 급히 산 우산 아래에 두 개의 몸을 우겨넣으니 지난 날의 추억이 새록새록하더라.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지만 그 때의 감정이 떠오르지는 않더라.


나는 늘 아메리카노였고, 그는 늘 내 커피를 한 모금씩 뺏어마시고는 얼굴을 구겼다. 그래서 캐러멜이 들어간 커피를 자주 마셨던 걸로 기억한다.
헤이즐넛시럽을 넣은 아메리카노라니. 많이 발전했구나. 내 브루잉커피를 ‘한 입만’찬스를 이용해서 마셔보더니 여전하게 미간을 구기는 그.

본인의 글에 달린 반응이 궁금하다고 그랬다. 댓글을 한참동안이나 들여다보다가 히죽히죽. 좋아요 갯수가 적다며 투덜. 나도 반응이 좋으면 히죽히죽해. 여기서는 ‘좋아요’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처럼 많이 달리지는 않아.

카페에서 대충 시간을 죽이다보니 근처 술집이 하나둘 영업시작을 알렸다.
우리가 간 곳은 불이 켜졌는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조도가 낮은 야끼토리였는데, 종업원보다 모기가 먼저 우릴 반겼다.
닭껍질꼬치를 좋아한다. 야끼토리를 처음 간 건 일본에서 유학하던 지인 덕이었는데, 한 동안 닭껍질꼬치에 빠져서는 근처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시다가도 방문포장ㅡ마치 학교 앞 문방구에서 피카츄 사먹는 느낌으로다가ㅡ도 종종 했더랬다.
내가 추천해준 메뉴를 그는 고맙게도 잘 먹어주었다.

무엇때문이었는지 나는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취했다.
꼭 그런 날은 타르 함량이 낮은 담배를 피워야 속이 편한데, 그 점도 간과하고 해가 지기 전부터 나는 헤롱거렸다.
그도 나도 안주발을 세우는 타입이 아닌지라 겨우 꼬치 4개에 소주 2병을 속전속결로 비우고는 결투장으로 가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거기 글을 읽는 당신, 당신께서는 아는가? 상대의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살살 간질이는 것의 의미 말이다.
내가 그와 교제하던 당시에 말을 해줬던 건지, 아님 어디서 어떻게 알게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내 손바닥에 자꾸 간지럼을 태웠다.
아, 섹스하고 싶다는 의미이다. 음, 물론 만국공통어는 아니겠지만.


모텔에 도착해서는 서로 오줌이 마렵다며 화장실 하나를 두고 마치 남매처럼 아웅다웅했다.
변기에 앉은 내가 다리를 활짝 벌린 사이로 그가 오줌을 누는 야시시한 상황을 잠깐 떠올렸다가, 그가 수건에 손을 탁탁 닦으며 나오는 바람에 퍼뜩 정신을 차렸던 것 같다.
오줌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아- 쟤랑 하는 섹스가 재미 없으면 어쩌지.





‘너 나한테 욕 못 할 거 같아.’

내가 종종 써먹는 트릭 같은 건데, 자존심에 깊지 않은 생채기를 내면서도 동시에 욕구(이를 테면 승부욕이나 정복욕 따위)를 불태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말론 친구들과 있을 때, 이새끼저새끼 너나할 거 없이 씨불씨불거린다던데. 아아니... 그런 욕 말고...





여전히 머리 쓰다듬는 거 좋아하는구나. 나는 쓰다듬어지는 거 여전히 좋아하는데.

“너한테 좋은 냄새 나.”

한 나절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직 피부에 남은 오드뚜왈렛. 이거? 하면서 그의 코에 내 손목을 가져다댔다. 깊게 들숨하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그는 내 손목에, 팔오금에 코를 대고 차례로 들숨을 했다. 기분 좋은 비음이 새어나왔다.

“여기도 맡아봐.”

하며 그에게 가슴팍을 내어주었다. 혹시 슈퍼맨 같아 보였을까.

“맞아, 너는 숨소리가 엄청 야했어.
키스만 해도 신음냈잖아.
봐봐, 지금도. 만지지도 않았는데.”

맞으면 ‘아야!’하는 소리가 자동으로 나오는 것처럼 같은 거야. 흐응

“좋아, 싫어?”
“...... 으응.”

대답을 미루는 개는 맞아야 하는 게 맞겠지. 찰싹. 눈에 눈물이 핑-

“좋아, 싫어?”
“좋아요...”
“뭐가 좋은데?”
“......”

다시 짝-

“뭐가 좋아?”
“맞는 거요. 다뤄지는 거요.”

코와 코를 맞대고 빙그레 웃고 있더라. 나도 즐거운데. 근데 키스를 할 듯 말 듯하는 그런 약올림은 너무 힘들어.

“해주세요...”
“뭘?”
“으으응...... 키스하고 싶어요.”
“더 크게 말해.”
“해주세요...”

기억에는 우리 둘 다 취하는 바람에 이가 한 번 부딪혀서 크게 웃었던 거 같은데. 막 웃다가 내 입 안을 휘젓는 그의 손가락에 나는 잠시 무너졌다. 그의 손가락은 내 입 안을 헤집었다가, 내 얼굴을 어그러뜨렸다가.

그가 머리채 잡는 걸 이토록 좋아하는 줄은 몰랐다. 그 당시에는 나도 내 성향을 정확히 확립하지 않았던 시기였고, 그는 그대로 호기심은 있었으나 선뜻 고백하기가 어려웠다고.

마치 등 뒤에 줄이 달린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그의 손에 나는 이리저리 휘둘렸다. 그간 만나면서 펠라치오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이 여간 심술이 났나보다.
정말이지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콰직콰직 박아대는 그의 완력에 나는 읍읍, 우욱- 캘룩캘룩. 별안간 희한한 소리를 만들어내며 침을 아주 질질. 우웁하- 하며 그의 손아귀로부터 간신히 벗어났더니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뚝뚝 떨어지는 침도, 끊어지지 못하고 그와 나 사이를 잇는 실타래 같은 침도 부끄러워 나는 코를 쓱 닦는데,

“눈물 나도록 좋아?”

그리고 짝-


하고 싶으면 엎드리라던 그의 말에 부리나케와 밍기적의 중간 정도의 몸짓으로 엉덩이를 치켜 올렸다.
당연한(?) 수순으로 엉덩이를 맞을 줄 알았다. 당연한 걸 주면 재미가 없다는 식으로 그는 말했던 것 같다.
머리채가 문자 그대로 휘어잡혔다. 당연히 납작 엎드려있던 상체도 공중으로 떴다. 왼 손으로는 가슴을.

지난 날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를 기억하는 키워드는 단단함이었다. 그리고 그가 입었던 회색 티셔츠.
그가 나를 뚫고 들어오자마자 나는 잠시간 괴성을 내질렀던 것도 같다. 그리고는 애널에 엄지를 가져다대는 그.

“이것도 좋아해?”
“하아... 윽”
“좋아, 싫어. 말해봐.”
“좋아요... 좋아해요.”
“넣어줄까?”

당연히 관장이 안 되어있으니 내 대답은 no. 그럼에도 간질이는 건 반칙 아닌가요.
아득하게 질벽을 긁는 귀두가 너무 단단해서 아플 지경이었다. 뿌리부터 끝까지 가득 찬 느낌에 중간중간 나는 정신을 잃기도.

“내가 만난 여자 중에 신음이 제일 야해.”

그가 많은 여자를 만났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공기를 데우기 위한 일종의 장치 같은 걸 수도 있고.
공기를 데우려는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취한 나는 무척이나 무미건조했다. 젤의 도움도 일시적이었고 오히려 민망할 정도였으니까. 삽입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아픈 건 아니었으나 부족한 느낌이랄까. 부족해도 한참이나.

“침...”
“뭐?”
“보지에 침 뱉어주세요.”
“그 다음에는?”
“으으응...”
“한 마디가 빠졌잖아.” 짝-
“주인님...”
“크게 말해.”
“ㅇㅇ이 보지에 주인님 침 뱉어주세요.”

초장부터 명중하지는 않았는데 한 세 번째서부터였나, 정확하게 들어맞으니 몸에 전율 같은 것이 흘렀다. 흐른 건 전율 뿐만이 아니었다.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섹스 도중에 대화를 할 때가 있다. 어쩜 사람은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다지만, 그 역시 회색 티셔츠 얘길 꺼냈고 나는 그 때와 마찬가지로 부끄러워 했다.

“근데 너 해본 적 있어?”
“뭘?”
“나한테 지금 한 거.”
“때리는? 아아니이- 한 번도. 왜?”
“너무 잘해서. 내숭 떤 줄 알았어.”
“이런 걸로 내숭을 왜.”
“그니까. 이게 직업이었으면 너한테는 천직이었을 걸.”
“그래? 나는 잘 모르겠다.”

고래는 칭찬에 춤을 추고 그는 칭찬에 스퍼트를 올렸다. ‘너 이거 좋아했잖아’ 하며 본인 기억에 남아있는 거라곤 죄 꺼내어 나를 울렸다.


새벽 내내 잠을 못 잤다. 속도 울렁거렸고, 생각도 많았고, 그가 코를 골기도 했다. 속이 넘실대는 기분에 어거지로라도 잠들려 노력했더니 1분 간격으로 자다깨다를 반복했던 것 같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그렇게 바깥이 밝아왔고, 그의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스멀스멀. 그는 눈도 채 뜨지 못한 채로 내 옆구리를 배를 가슴을.
확실히 술이 깬 상태여서인지 덜 건조했다. 그렇지만 완전 깬 상태는 아니어서 나는 칭얼칭얼. 싫어싫어. 실컷 버둥거리다가 그럼 왜 젖어있냐는 그의 한 마디에 온 기력을 잃고 만다.

“너 이것도 좋아했잖아.”

싫어하는 체위는 딱히 없다. 근데 내가 그 때에 좋아한다는 말을 했던가. 뇌가 곰곰히 굴러가기도 전에 그는 내 양 다리를 한껏 치켜들고는 바로,

“아침이라 그런가 엄청 좁네.”

취해서 하는 섹스가 꿈결 같다면, 다음날 아침의 섹스는 알람 같아서.
내 목을 조르는 그의 손에서는 땀이 많이 났다. 내가 죽을까 무서웠단다. 머리채 잡을 때는 왜... 나 그 때 죽는 줄 알았는뎀...
그의 것은 참 오래도 뿜어댔다. 휴지 아닌 이불로 슥슥 문질러닦는 그를 나는 타박했다.
머쓱하게 웃으며 그는 다시 내 정수리를 헝큰다.


실제로 그가 나에게 욕을 하지는 않았다. 내 기억에는 말이다. 가끔 이러한 욕이 없는 치욕도 나는 좋을 것 같다.

‘네가 변태라서 좋아.’

그의 수줍은 욕망을 나는 또 기다릴까.
머리는 좀 살살 잡으면 좋겠는데.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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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9-10-31 09:57:47
글 잘 읽었어요 덕분에 사무실에서 큰일날뻔했어요 0.0
익명 2019-08-21 21:58:05
잘읽었어요^0^
익명 2019-08-05 01:25:47
두근두근했요 필력이 좋으세요
익명 2019-08-04 17:09:15
글이 섹스하네요
익명 2019-07-16 04:16:00
잼있네요
익명 2019-07-12 16: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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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9-07-08 23:52:41
중간에 짝-은 어디를 맞는 소리인가요? 뺨?
익명 / 뺨도 가슴도 보지도 엉덩이도!
익명 2019-07-08 22:51:35
흑흑 기다렸다구요ㅠㅠ
익명 / 히잉 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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