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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징표 - 부킹녀 폭탄 제거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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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징표 - 부킹녀 폭탄 제거반 1▶ http://goo.gl/rb3rGs


영화 <소피의 연애매뉴얼>
 
나는 폭탄녀를 성공적으로 꼬셔냈지만 내가 폭탄남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친구들은 여자 일행과 3:3 짝을 지었다. 나는 폭탄녀와 1:1 신경전에 돌입했다.
 
여자 일행 중 하나가 "어우 어지러워..."라고 말하자 그 여자와 짝을 이룬 친구는 "어이쿠? 그렇다면 쉬었다 가야지?" 하며 여자를 부축하고는 뒷골목 모텔로 사라졌다. 뒤이어 다른 여자들도 갑자기 휘청거렸고 그 짝들도 모텔로 사라졌다.
 
"오빠? 안 피곤해요?"
 
폭탄녀가 나에게 팔짱을 끼며 물었다. 이 말은 즉 쉬었다 가자는 이야기였다. 나는 팔짱을 슬며시 풀면서 말했다.
 
"와. 나 오늘 술 완전 잘 받나 봐. 완전 멀쩡한데. 집까지 뛰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해봐야지."
 
"그럼 오빠 우리 술 한잔 더 할래요?"
 
제법 괜찮은 핑계로 도망칠 수 있겠다 싶었지만, 왠지 내 무덤을 판 꼴이 된 것 같아서 후회했다.
 
"아니."
 
정색하며 말했다. 나의 못생긴 정색 표정을 본 폭탄녀는 살짝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 집에 들어가야지?"
 
"저 집에서 내놨어요. 괜찮아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는 폭탄녀의 웃는 얼굴을 보며 좀 전의 내 실수를 만회한 기분이 들어 안심됐다. 순간 나도 모르게 농담을 하나 던졌다.
 
"아냐, 너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할 것 같이 생겼어. 일찍 가."
 
그러자 이번엔 폭탄녀가 정색을 하며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지금 그 말 저 못생겼다는 소리에요? 내가 뭐 남들한테 피해줘요?"
 
나는 마음속으로 '어! 너 못생겼어!!' 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에이 그런 얘기가 아니라 뭐랄까 넌 좀 순진하게 생겨서 늦게까지 밖에서 노는 거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 거지."
 
내 머릿속에서는 역사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조나라 '순진'이라는 키 9척의 어마무시한 괴력을 소유한 장수가 창조되기 시작했다.
 
"진짜요? 헤헤 저 순진하게 생겼어요?
 
폭탄녀의 급격한 감정변화가 몹시도 걱정스러웠다.
 
'이쯤 되면 병이야... 넌 조울증이 있는 게 틀림없어...'
 
"응 너 순진하게 생겼어."
 
"아닌데? 나 완전 까졌는데?"
 
"그렇지만 우리 이제부터 까지지 않은 삶을 살자... 근데 너 왜 반말해?"
 
폭탄녀는 나의 물음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빠도 반말하잖아! 반말하면 안 돼?"
 
"아니 뭐... 편하면 뭐 그렇게 해. 근데 너 정말 집에 안 가니?"
 
"응 안 가. 오빠랑 있을래."
 
왠지 모르게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폭탄녀와의 말장난이 즐겁다고 생각됐었다. 여자가 내 앞에서 애교를 떨고 있으니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이 들려는 찰나 나는 이성을 찾았다.
 
"아니야. 오빠는 집에 통금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해."
 
"통금 몇 시까지인데?"
 
"아침 8시."
 
"뭐야~ 그럼 좀 더 놀아도 되겠네."
 
"어제 아침 8시까지였는데 여태 안 들어갔어. 나 지금 들어가도 뒤지게 맞아."
 
큰일이었다. 말장난에 빠져버렸다.
 
"아, 진짜 짜증나. 나 그냥 친구한테 갈래."
 
폭탄녀는 정말 짜증을 냈다. 그냥 친구에게 간다는 폭탄녀.
 
'그래 가라. 오예 나도 집에 가야지. 잠깐. 폭녀 친구들은 전부 다 모텔에 들어갔는데...'
 
폭탄녀는 전화기를 꺼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너 빨리 나와. 나 집에 갈 거야. 아 몰라 짜증나."
 
한참 물고 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짝들에게 전화를 걸어 훼방을 놓는 폭탄녀. 아니... 이건 폭탄이 아니라 진상이었다. 나는 후다닥 폭탄녀에게 달려가 전화기를 뺏었다.
 
"야야야, 알았어, 알았어. 나 피곤해. 피곤하니까 오빠랑 모텔 갈래?"
 
폭탄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그래~."
 
'이쯤 되면 정말... 조울증이다.'
 
나는 주머니를 탈탈 털어 모텔비를 계산했다.
 
집에 가면서 자유시간과 새콤달콤을 사먹을 수 없게 되었다는 허탈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정의 징표 - 부킹녀 폭탄 제거반 3▶ http://goo.gl/pnd8kd

 
글쓴이ㅣ 프로이트
원문보기 http://goo.gl/b8d7o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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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브 2016-02-18 03:38:12
ㅋㅋㅋ 따먹히시는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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