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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未定)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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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사랑]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걸었다. 술 마실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우린 밥때만 되면 30분 이상 돌아다니면서 밥 먹을 곳을 찾아다닌다. 이번에는 생각보다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우리의 왼쪽에는 육회 전문점이, 오른쪽에는 인위적으로 분위기를 연출한 막걸리 집이 있었다. 구불구불한 철판으로 가게 앞에 지붕을 달고 그 위에 물을 뿌려서 가게 안에서 보면 비가 내리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내가 육회를 좋아하기도 하고 막걸리는 뭔가 아닌 것 같아서 육회로 가려고 했으나, 그녀는 막걸리로 나를 끌었다. 나야 뭐 막걸리 좋아하기도 하니 그냥 못 이긴 척 끌려들어갔다.
 
"음... 이거 하고 이거에 막걸리 하나 시키자."
 
"이거 말고 이거는?"
 
"그럼 그냥 이것도 시켜."
 
"여기요~."
 
메뉴는 잘 기억 안 나는데 녹두전하고 모둠전, 무슨 비빔밥이었을 거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막걸리부터 달라고 해서 안주 없이 한 사발씩 들이켰다. 하... 가게 분위기는 좋은데 이십 대 초반 커플이 막걸리라니... 속으로 한탄을 하면서도 목을 넘어가는 막걸리는 맛이 좋았다.
 
"영화 어땠어?"
 
"역시 마지막은 티라노지! 했는데 렙터 나와서 김 샜어."
 
"뭐야 그게."
 
그녀도 하고 싶은 말은 영화가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당장 할 말이 그것뿐이기에 말했으리라. 서로 영화 이야기로 떠들다가 안주가 나와 막걸리와 함께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주전자 하나를 동내고 하나 더 시킬 때쯤, 그녀가 말했다.
 
"오빠, 우리 진실게임하자."
 
"갑자기 웬?"
 
"으흥~. 그냥."
 
오늘 처음 만났을 때부터였을까, 영화 보던 중 일어난 내 돌발 행동 때부터였을까 아니면 그녀가 나에게 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낸 때부터였을까. 그녀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술 기운을 빌려 지금 꺼낼 것이라는 걸 느꼈다. 나로서 제일 반가운 말은 '하고 싶어'지만, 그녀가 그런 말을 할 성격은 못 된다.
 
"오빠."
 
"엉."
 
"오빠 지금까지..."
 
답답하다. 그냥 말해라.
 
"그때 이후로 나 생각 안 났어?"
 
그때라면 아마 우리가 전화로 헤어진 날일 것이다. 그보다 생각 안 났느냐니... 뭐야 그게 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각 그대로 말했다간 부모님께 해냈다고 외친 게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또 그렇다고 '당연히 났지!' 하는 엄청난 긍정력을 보이면 그녀의 뇌는 녹색의 까탈스러운 무언가가 레버를 당기리라.(영화 인사이드 아웃) 정답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난 대답했다.
 
"막 찾아가서까지 보고 싶었던 건 아닌데 중간마다 생각은 났지."
 
"정말?"
 
"정말."
 
대답에 활기가 흘러나온다. 정답이었다. 표정은 쓴 웃음으로 유지시킨 채 머릿속으로 환호를 내질렀다. 아 물론 중간마다 섹스하고 싶을 때 생각했다. 뭔가 미안해진다.
 
"나는 그때 이후로 허전해서... 계속 연락할까 말까 하다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허전해서였냐? 너도 별생각 없었구만... 아니면 나처럼 강한 긍정보단 미적지근한 반응이 좋다고 판단한 건가?'
 
"혹시 오빠가 연락 먼저 해주지 않을까 했는데 못 기다리고 내가 했네..."
 
"내가 먼저 연락하는 게 정답이었나. 생각날 때 연락이라도 해볼 걸 그랬네..."
 
"아니야... 내가 찼는데 먼저 하기 힘들잖아."
 
나왔다. 말끝에 이응 받침을 붙였다. 술이 좀 올랐단 증거다. 이때 밀어붙여야 한다.
 
"아까 영화관에서 있잖아."
 
"응."
 
"내가 손 가져갔을 때 무슨 생각 했어?"
 
"아."
 
술기운 때문인지 질문에 당황해서인지 얼굴이 붉다.
 
"아... 그..."
 
대답하기 힘든가 보다. 음... 좀 더 마신 다음에 물어볼 걸 그랬나...
 
"만져주고 싶었는데... 사람들... 많아성..."
 
'잘 안들립니다만. 하지만 이해했습니다. 뭐를요? 그린라이트!'
 
여기서 물어볼 건 한 가지다.
 
"계산 오빠가 할까?"
 
우리가 사귀면서 정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생긴 공식이 있다. 데이트하면서 계산은 번갈아 한 번씩. 중간에 돈이 많이 나오면 더치페이. 그리고 저녁을 그녀가 내면 나는 그다음 모텔비를 내고, 내가 내면 그날은 안 하는 날이다.
 
"아니, 내가 할게."
 
'그린라이트!'
 

글쓴이ㅣ와글
원문보기▶ http://goo.gl/jIALxN
레드홀릭스
섹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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