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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현직 '키스방걸'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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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사>
 
남자들, 어디서 노니?
 
여자된 입장에서, 한국 남자들의 놀이 문화는 알면 알 수록 속상하다. 집창촌, 안마시술소는 말할 것도 없고 룸살롱, 단란주점을 거쳐 심지어는 노래방까지 섹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은 곳곳에 넘쳐난다. 그 뿐인가 산소방, 대딸방, 키스방 등. 단순한 떡치기에 식상한 남성들을 위해 간단하게 딸을 치거나 30분간 애인이 되어 키스를 퍼부어 주는 서비스까지 남자들 사이에선 이미 대중화 된 지 오래다. 남자들은 돈 몇 만원만 쥐고 있으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참으로 배아픈 현실이다.
 
우리는 믿고 싶다. 내 남자는 절대 이런 데 안 가겠지. 다른 사람은 다 해도, 내 남자는 그럴 사람이 아니지. 일편단심 남자친구, 남편만을 바라보며 철석같은 믿음으로 순정을 불살르고 있으신 분들에게 한줄기 의심의 씨앗을 드리고자 이 글을 소개하는 건 아니다. 다만 친구들의 꼬드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접대하느라 어쩔 수 없이 술에 만취 상태여서 기억이 안 나는 관계로 등. 각종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당신의 남자가 이런 종류의 업소에 출입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내 남자만 변태 호로새끼라서 그런 게 아니라, 수 많은 대한민국 남성들이 그러고 논다는 사실을 대신 변명해드리고자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남성을 적으로 보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와는 다른 종족들이기에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다. 그들의 문화를 정확히 알고 진실에 한발짝 다가감으로서 커플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좀 더 정확한 상황파악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남편의 카드값 명세서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호명, 이를테면 '라일락' '청호' 앞으로 '17만원'이 찍혀있다면 백발백중 안마를 의심할 수 있다(이 금액은 그들의 설명대로 안마만 받아서 나올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요즘 부쩍 현금 확보에 혈안이 돼 있거나 양말의 엄지발가락 부분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가 있거나, 입술이 잘 부르트고 눈이 쾡해 있는 일이 많은데 따로 여자가 생긴 눈치는 아니라면 잃어버린 로맨스와 외로움을 찾아, 가끔 '업소'를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들의 놀이 문화, 혹은 일상을 그러려니하고 이해하거나 참아줄 수는 있다. 그건 한국 여자로 태어난 우리들이 짊어지고 가던가 놓아버려야 할 짐이다. 실상과는 전혀 다른 핑크빛 기대를 가지고 현실의 남자들에게 드라마 속 캐릭터를 기대했다가 충격으로 사망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아울러 대딸방의 그녀, 키스방의 그녀, 안마시술소의 그녀들이 먼나라 사람들이 아닌 바로 우리의 친구, 동생, 언니 혹은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 팍시러브 이연희
 
 
키스방, 직접 한번 가보자
 
종로 2가에 위치한 A 키스방은 의외로 찾아가기 쉬웠다. 이면도로의 골목 안에 있긴 하지만 업소 홈페이지에 소개된 약도를 따라가니 쉽게 찾았다. 선명한 분홍색 간판에 '키스방'이라 쓰여 있었다. 사전 예약과 통화로 영업을 하는 하는 유사 성행위가 벌어지는 '이미지클럽'(페티쉬 업소)나 '대딸방'과는 달리 키스방은 합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키스방 이용 방법은 이미지클럽과 거의 같다. 먼저 홈페이지에 소개된 매니저(키스방 여 종업원)의 프로필과 사진을 보고 만나고 싶은 상대와 시간을 골라 전화 예약한다. 그리고 해당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된다. 30분에 4만원. 이미지클럽은 매니저가 착용할 복장과 상황극의 설정에 따라 여러 가지 컨셉으로 구성된 룸을 고르게 되지만, 키스방은 그냥 양치질만 잘하고 가면 된다.
 
키스방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먼저 이런 의아함을 품게 된다. "키스를 돈 내고 한다고?" 그리고 이렇게 발전한다. "아니 그럼 하루 종일 남들하고 키스한 입술이랑 키스를 하고 싶은 거야?" "대체 뭐하는 여자애들이 그런 일을 해? 얼마나 벌길래..."
 
이런 당연한 궁금증들은 생각보다 쉽고 단순하게 풀린다. 젊은이들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키스방을 주로 이용하는 층은 젊은 층 말고도 50대 이상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부분의 기성세대들은 키스를 상실했다. 그들은 더 이상 아내와 키스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누구와도 '정상적인' 키스를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뜻한다. 로맨스와 딥키스. 이런 것을 마다할 남자는 없다. 게다가 TV를 켜면 언제나 어리고 젊은 여자 연예인들이, 또 거리를 오가는 처녀들이 매일같이 자극적인 노출과 몸짓으로 유혹하고 있다. 나이가 든다고 남자의 성욕이 어디 가겠는가. 나이든 남자들은 외롭고 슬프다. 그런 그들에게 젊고 예쁜 여자가 애인처럼 만지고 키스를 해줄 테니 4만원만 내라고 한다. 순간 '아 나 같아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스친다.
 
수차례 '매춘과의 전쟁'이 있었다. 진통 끝에 집창촌과 장안동 안마촌이 해체되고 룸싸롱들이 연달아 적발됐다. 그러나 성인들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통제가 많고 지나친 윤리를 강요하는 한국에서, 아니 세상 어디에서도 성매매는 단언컨대 뿌리 뽑힐 수 없다. 그 풍선효과로서 '2대1 안마', '대떡방', '대딸방', '오피스텔', '하드코어 이미지클럽', '풀싸롱' 등 수많은 성매매 및 유사성행위 업소들이 음성적으로 변종 진화하고 있다. 성격은 다소 다르나 키스방 역시 적법과 위법 사이의 모서리에 교묘하게 서있는 틈새 시장이라 할 수 있다. 키스방이라 버젓이 간판까지 내걸고 영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내부적으로도 아주 효과적인 사업 아이템인 것이다.
 
섹스가 없더라도 다른 모든 여자에 대한 원초적 호기심, 나보다 훨씬 젊은 여자와의 하룻밤. 이런 것들에 대한 관심은 거의 모든 남자의 내면에 본능적으로 존재한다. 불량한 남자나 변태가 아닌 당신을 포함한 거의 모든 남자들에게. 건강한 남자들의 성욕이 끊이지 않는 한 여자의 성적 이미지나 간접적인 성을 파는 사업(이것을 단지 유사 성행위라고 표현하기엔 복잡다단 미묘한 부분이 많다)이 사라지는 날은 결코 없을 것이다.
 
입구와 출입문 위에는 보통 CCTV 카메라가 있다. 그런대로 양성적인 업소라 하지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을 수는 없을 터. 문 앞에서 벨을 누르면 남직원이 나와 문을 열어준다. 가장 먼저 건네는 말은 "예약하셨습니까?". 길 가다 시간 때우려고 충동적으로 들어갔다가는 걸음을 그냥 돌려야 할 확률이 높다. 예약은 필수다. 업소의 홈페이지에는 그저 호기심에 들러보는 사람도 다녀가지만 대부분 적극적인 구매력을 가진 잠재고객층이 많다. 이들은 홈페이지에 소개된 매니저의 프로필과 몸매 등을 보고, 또 이미 업소의 서비스를 경험하고 간 이들이 남긴 '탐방후기'를 참고해 예약을 마친다.
 
좁은 복도를 따라 맨 끝 방으로 안내되었다. 얼핏 보기에 약 30-40 평 정도의 2층 점포를 파티션 공사를 통해 작은 방 여러 개로만 나눠놓은 듯했다. 방은 한 평이 채 못 돼 보였으며 길다란 소파와 작은 탁자, 그리고 그 위에 간단한 마실 거리와 티슈가 있다. 깔끔한 도배지로 마감하고 깨끗한 소파를 놓았지만 옆방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낮고 수상한 정담이 들릴 정도로 작고, 조악한 공간이다.
 
자신을 하니라고 소개하는 25세의 젊은 아가씨가 들어왔다. 그녀는 아찔할 만큼 높은 하이힐에 짧고 얇은 원피스를 입었다. 미인형은 아니었으나 밉지 않도록 계속 웃음을 띄고 있었다. 상냥하거나 친절하기 보다 능숙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미소였다.
 
 
ㅣ'키스방걸' 하니와의 인터뷰
 
형식적인 인사를 마치고 단도직입적인 질문부터 쏟아놓았다. 커피를 좋아하는 하니는 커피숍을 차리는 게 꿈이고 그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단다. 물론 악어의 눈물과 화류계 여성의 거짓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와 같아서, 도무지 믿을 것은 못 된다. 진심이든 외교적 멘트였든 그녀는 자신의 확고한 목표를 위해 '이 궂은' 일을 딱 일 년만 더 하려고 하는 중이다.
 
-얼마나 벌어요?
 
매니저가 '한 타임', 즉 손님을 받는 최소 단위인 30분에 받는 돈은 2만원이다. 손님이 지불하는 요금 4만원 중 딱 절반이 매니저의 몫이다. 하니는 하루에 최소 10 타임을 일하고 20만원 이상을 벌어간다고 한다. 최소 10 타임이라. 꼬박 6시간 동안 열 명의 남자와 키스만 하고 있는 것이 된다.
 
-그렇게 장사가 잘 되요?
 
일의 양은 매니저에 따라 편차가 크다. 하니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자타가 공인하는 업소의 에이스이라서 업소 측에서도 '갯수'(손님 수)를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일 잘하고 손님 끄는 매니저를 놀리거나, 희망 일당을 채워주지 못해 다른 업소로 이탈하게 되는 것은 큰 손실이기 때문에 혜택을 베푸는 것이다. '와꾸'(외모)가 달리거나 서비스가 엉망이어서 손님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취소를 당하는 일부 매니저들은 부지런히 출근해도 하루 수입을 보장 받을 수 없다. 같은 키스방 지붕 아래 하루 20만원 이상을 버는 여성과 허탕 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이가 함께 일하고 있는 것. 주 6일을 근무하는 하니는 월수입 500만원 이상을 벌고 있다. 계산대로라면 얼마 안 가 그녀는 과거를 감추고 커피숍 사장으로 새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마음 먹기에 따라 시기를 확 당길 수도 있다. 화류계의 모든 업종에서 그렇듯 접대부(여성 종사자)가 버는 돈은 언제나 계산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부수입인 팁이 존재하고 지명 손님이 생길수록 그들로부터 생기는 물심양면의 지원이 늘어난다.
 
-힘들지 않아요?
 
'까짓 거 못할 게 뭐 있냐'는 식으로 당연히 가능하다는 답변이다.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이 또한 업무로서 대하고 행하는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나마 그들로서 다행인 점은 모든 남자가 주어진 시간을 오직 키스 일변도로만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다정다감한 대화와 간단한 스킨십 등 소위 '애인모드'가 필요한 이들은 매니저들에게 반가운 손님이다. 간혹 담배나 커피 냄새가 섞인 남자의 입냄새가 공기를 타고 전해 올 때가 있다. 굉장히 역겹다. 손님 중에는 그런 입 냄새도 분명히 있을 거다.
 
입 냄새뿐 아니라 홀아비 냄새, 영감 냄새 등 갖가지 유쾌하지 못한 냄새와 비호감 외모나 성격을 가진 손님들이 다양할 텐데 키스방 아가씨들은 오직 돈을 위해 그 모든 악조건을 물리치고 있으니 실로 대단하다. 한편으로는 '키스 정도로 뭘 그래?' 싶기도 하다. 큰맘 먹고 출근한 룸싸롱 나가요 언니들 같은 경우 하룻밤새 열 번까지는 아니지만 섹스만 예닐곱 번 해서 이삼백을 벌기도 한다.
 
하니는 대학 휴학생이지만 복학할 생각이 없어졌다고 한다. 학벌보다 '돈'이 먼저인 세상이 됐고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무엇보다 대학을 졸업한다 해도 미래가 불확실한 판국에 어렵게 번 돈을 등록금에 허비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업소에 근무하는 매니저들 중 절반 정도가 여대생이었다. 등록금이나 유학비용, 용돈을 마련하려고 일을 시작한 여대생들 중에는 하니와 같은 생각으로, 자의반 타의반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 중에는 보다 큰 수입을 위해 페티쉬업소나 룸싸롱 등 유흥업소로 빠져들기도 하고, 애인대행 사이트에서 스폰서를 구하는 '외모만 준수한 앵벌이'로 전락기도 한다. 쉽게 버는 돈에 대한 유혹이 그만큼 무서운가 보다.
 
하니는 다른 화류계에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색했다. 자신은 의외로 고지식하다며 어디까지나 키스방만이라고 한다. 입술과 몸, 키스와 섹스의 차이인가? 어떤 룸싸롱 아가씨들은 2차를 나가 삽입과 오럴섹스는 하되 키스는 결코 허락하지 않기도 한다. 일종의 자존심이라고 혹은 키스만은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키스할 때 손님들의 행동강령을 알려달라고 했다. 나름대로 업소만의 룰이 있을 것 같아서다. 그녀에 의하면 별다른 원칙은 없으나 부드럽게 포옹을 한다든지 가벼운 가슴 터치까지 허용된다. 그리고 손님의 기호 및 요구에 따라 다소 음성적인 서비스가 뒤따른다. 이는 지역별, 업소별로 차이가 있다. 페티쉬업소(이미지클럽)에서 하듯 고객의 선택에 따라 복장을 착용하기도 하고 스타킹을 벗어주기도 한다. 키스방의 주요 이용 연령층은 30~40대가 많고 하니가 받아 본 최고령 손님은 50대 후반이라고 한다.
 
 
취재/글ㅣ섹스 칼럼니스트 양진석 
팍시러브
대한여성오르가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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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륜아 2016-05-04 04:43:19
키스방 흥미롭다가도 가본적이 없어 느낌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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