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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이자 최악의 선택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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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emma]

1년 2개월 전 어느 날, 작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평생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겠다는 한 남자와 남들과 딱히 다를 바 없는 신혼 생활을 하고 있다. 오랜 친구였던 그 사람을 내 평생의 반려자로 삼기로 한 날,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론 감격과 공포가 뒤범벅되어 형용할 수 없이 복잡한 기분이었다.
 
평생 한 사람하고만 키스하고, 섹스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사실 좀 암담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남들 다 그렇다는 대로 따로 애인을 만들어 서바이벌 게임을 하듯 스릴을 즐길 만한 배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결혼 전엔 양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이, 결혼이라는 지점을 한 발짝만 통과하면 범법 행위가 되는 문화 속에 살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가족들이 모인 앞에서 옷을 차려입고 걸어 들어가 주례사의 반복되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을 하고, 공통된 주소로 호적을 옮겨 놓는다고 해서 사람이 한순간에 '결혼형 인간'으로 짠하고 변신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책임과 의무라는 말보다 '준법'이란 단어가 더 와 닿을지도 모르는 전국의 수십만 바람난 부부들, 지루해진 부부들을 보며 나는 언제부터인가 결혼이란 것에 무척 회의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결혼을 했다. 결혼은 누구에게나 백년지대계라고 할 만큼 중요한 사건이겠지만 내게 그것은 마치 로또 복권 당첨만큼이나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선물과도 같은 일이었다.
 
나는 섹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다. 섹스에 관한 글을 쓰고 그걸로 밥을 벌어먹는 나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무장 해제를 위해서라면 내 이야기부터 모두 꺼내놓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한국이란 나라에 사는 미혼 여성이 적나라한 섹스 이야기와 얼굴을 함께 공개한다는 건, 남자 친구와 예전에 찍은 섹스 비디오 테잎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은 지나친 비약일까? 그 목적이 비록 정치적인 의미와 명분을 갖는다 할지라도 남녀 사이의 문제는 항상 생각의 차이가 아닌 감정 다툼에서 발생한다는 분명한 사실을 감안해 볼 때 내가 하는 짓은 분명 연애와 결혼이라는 막연한 미래에 휘발유를 끼얹어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내 남성 편력의 역사와 침실 이야기를 고스란히 마주해야 했던 내 과거 애인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면서도, 나는 그에게 질투와 분노를 속으로만 삭혀달라고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나와 내 일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로 그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까지 만들었다. 그래 봤자 뭐 대단할 것도 없고, 뻔히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들 아니냐는 말을 위로랍시고 해댔지만, 사실 스토리의 농도를 떠나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랑 섹스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떠올리기를 반복해야 하는 당사자는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평생 갈 거라고 기대했던 신뢰와 사랑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때부터 결혼 혹은 사랑에 아주 냉소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 내게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참 불안한 일이었다. “아무도 이해 못 해도 당신만 알아주면 돼”라는 말을 그 누구에게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보다, 결혼의 부정적인 면을 애써 상기하며 "그깟 결혼 안 하는 게 낫지.” 라고 자위하는 것이 훨씬 속 편한 일이어서 그랬을까.
 
지금도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 류의 이야기는 믿지 않지만, 당시의 나는 행복한 사랑은 고사하고 앞으로 누군가의 아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자체를 아예 접어버린 상태였다.
 
적어도 한글은 깨쳤고, 그래서 내 글을 읽을 수 있고, “사내 자식이 속도 좋다”라는 주위 사람들의 빈정거림을 감수할 수 있는 남자여야 했다. 그런데 과연 그런 남자가 한국 땅에 존재하겠는가.
 
그러나 뜻밖에도 1년 2개월 전 어느 날, 작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감격과 공포의 저변에는 한국 남자들에 대한 극단적인 선입견과 함께 ‘사랑’이란 것에 대한 지독한 냉소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얼마든지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그의 말이,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유효할 것인지? 저녁 설거지를 누가 할 것인가 하는 사사로운 문제부터, 내 글을 읽은 후유증으로 침실에서 겪게 될지도 모르는 심리적 갈등들을 과연 슬기롭게 극복해 낼 수 있을는지.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하는 ‘사랑’. 그놈의 사랑이란 것이 바래져 버리는 순간, 그와 나를 이어주는 끈은 어떤 것일는지.
 
사랑은 어떤 형태로든 변하는 거라지만, 연애 시절이나 결혼 초기에 있었던 열정적인 사랑이 시간이 갈수록 자기가 뱉은 말에 대한 구속되거나 결혼 제도에 항복하는 형태의 것으로 변질된다면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오랜 부부들이 느낀다는 '정'의 실체는 또 뭔가. 그 끈적한 정이라는 것이 단순히 본의의 의지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가.
 
차도 오래 타면 정이 붙는다. 그러나 우리는 오래된 차를 정 때문에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다. 마지못해 끌고 다니면서 새 차를 살 수 없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차를 좀 더 신경 써서 살피고, 닦고 남들 앞에선, “정이 들어서 못 바꾸겠어”라고 허풍을 떤다. 만약 한번 선택한 차는 평생 바꿀 수 없다는 사회적 제약이 있다면, 안 그래도 구질구질한 중고차가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한층 더 지겹게 느껴질 것이다. 마치 이혼은 절대 안 된다는 강박이 결혼을 더 감옥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처럼.
 
나는 때때로, 남자들이 형편이 좀 풀린다 싶으면 멀쩡한 차를 팔아버리고 새 차로 바꿔 타거나, 심지어 두 대 세대씩 번갈아 모는 모습을 보면서, 좀 살 만하면 통과의례처럼 바람을 피우는 남자들의 태생적인(?) 바람기를 연상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결혼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앞으로 닥칠 재앙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보다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꼭 껴안고 한 방향으로 누워 TV를 보며 재잘거릴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 평안함을 누릴 수만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하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생각하는 데 지쳐 있을 무렵 그야말로 저지르듯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만약 우리 신랑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열정에 가까운 것이었다면 나는 결혼보다는 부담 없는 연애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눈빛엔 타오르는 사랑이 없지만, 그것보다 진득할 것이라 믿어지는 나에 대한 공감이 있어 신뢰가 간다. 금방 식어진 사랑이 의무감과 뒤범벅되어 굳어지는 정보다, 개그 프로를 보면서 똑같은 대목에 웃을 수 있는 유머 감각의 일치나 노는 취향의 비슷함 같은 소소해 보이는 것들이 두 사람을 이어주는 더욱 단단한 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최소한 실망하거나 상처 받는 일은 훨씬 덜할 테니 말이다.
 
결혼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 될지 최악의 선택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깊이는 계속 변화하고 남녀 관계나 결혼, 그리고 행복에 관한 관점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니 말이다. 1년이란 시간 동안 죽을 듯이 싸우고, 죽을 듯이 원망하면서 결혼이 내 인생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슬퍼한 적도 있었지만,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상대방에게 귀 기울이고, 내 일방적이었던 시선을 바꾸게 되면서 결혼 전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소중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런 따뜻한 감정을 최대한 많이 느끼기 위해서라도, 나는 최선을 다해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만한 것으로 만들고 싶다. 실타래가 엉켰을 때 그냥 싹둑 잘라서 다시 묶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면, 세상에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는 긍정적인 마음도 가져 본다.
 
모두가 최악이라고 말하는 선택을, 뒤집어 바라봄으로써 최상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나는 요즘 결혼이란 (내가 제일 싫어하던) 제도를 통해 깨닫는다.
팍시러브
대한여성오르가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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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즈 2015-12-07 09:28:51
오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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