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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14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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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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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모이면 자신의 섹스 라이프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가 있다. 그 적나라함의 수위는 그날 마시는 알코올의 양이랄지 혹은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얘기들은 대개 대낮의 카페보다는 여자들만 모인 은밀한 파자마 파티(말은 거창하다만 혼자 사는 누군가의 집에 우르르 몰려가서 파자마를 입고 수다를 떠는 것)에서 가능한 일이다.
 
지난 주말 저녁 모처럼 내 친구들이 샴페인과 와인을 그리고 각자의 잠옷을 싸들고 우리 집을 방문했다. 때마침 친구들 모두 시간이 비었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분위기 괜찮은 장소를 찾아 나서는 것이 몹시 귀찮았던 우리는 집에서 와인과 샴페인이나 홀짝거리기로 했다.
 
요즘 하는 일 얘기들, 재수 없는 직장 상사 씹기, 새로 나온 화장품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효능 등을 거쳐 얘기는 자기들 애인 얘기로 넘어갔다. 애인에 대해 할 말들은 정말로 무궁무진하나,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시 섹스 얘기다.
 
 
2
 
처음 스타트를 끊은 것은 최근 애인과 헤어지고 다른 남자와 사귀려고 시도중인 S 양이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믿을 수 없는 얘기를 했다. 헤어진 애인과 첫 섹스를 하던 날, 무려 14회라는 기록적인 섹스를 했다는 것이었다. 각자 '거짓말', '설마', '그걸 다 헤아려봤냐?' 등등의 질문과 감탄이 오가고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 섹스라 긴장을 한 나머지 둘은 좀 지나치게 알코올을 섭취했고 그 기운에 그만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14회라는 놀라 나자빠질 회수에 대해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그가 자신보다 무려 4살이나 연하, 즉 스물여섯의 남자라고 했다. 우리는 일제히 우리의 스물여섯 시절을 혹은 우리가 사귀었던 스물여섯의 남자를 떠올렸다. 그렇지만 14회라는 기록적인 숫자는 떠오르지 않았다. 여자와 처음 자보는, 이제 막 힘이 넘치기 시작하는 고등학생이 아닌 다음에야 14회의 사정이라는 것은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누군가는 말했다. 서커스나 기인열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세상에는 범상치 않은 신체적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고 말이다. 결국, 우리는 살짝 미심쩍어하면서도 그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렇지 14회의 사정이라니…. 나라면 그만하라고 사정하고 싶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14회라는 경이적인 기록에 관한 고백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횟수에 관한 얘기들이 나왔다. 평균적으로 하룻밤에 제일 많이 섹스한 기록은 4회였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지금은 기억도 가물거리는 20대 초반의 일들이었다. 섹스도 일종의 신체 운동이므로 나이가 들면 당연히 그 강도와 회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서른이 된 지금 우리들의 최고 기록은 2회였다. 그나마 그것도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었고 대부분은 한 번의 섹스로 만족하고 파트너와 번갈아 욕실을 다녀온 다음 등을 토닥거려주고 잠을 청한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내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가장 많이 섹스했던 것은 20대 초반. 군대에 간 애인이 휴가를 나왔던 첫날밤 한 섹스였다. 그는 마치 오랫동안 굶은 하이에나가 먹이를 발견한 것처럼 거의 미친 듯이 섹스를 해 댔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때 한 섹스 회수는 5회였고, 우리는 거의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그때는 그도 젊고 나도 젊었지만 나는 그 다섯 번의 섹스가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었다. 체력적으로는 그럭저럭 견딜 만은 했지만 하룻밤 사이 섹스 많이 하기 경연대회에 나간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하루 동안 섹스를 하기에 가장 좋은 횟수는 1회라는 것을 별 이변이 없는 한 지켰었다. 온 힘을 다해 그리고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한 섹스 1회는 걸신들린 듯해 치우는 5회의 섹스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 친구들은 이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3회 정도는 힘들지만 그래도 2회 정도는 적당하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깐 함께하는 것이 아닌, 밤새도록 함께 있는데 한 번만 섹스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는 것은 너무 서운한 일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섹스의 양과 질의 상관관계에 관해 얘기했다. 그들은 횟수가 많다고 해서 그 질도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고, 나는 아무래도 처음만은 못하다고 주장했다. 어떤 게 맞는지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섹스를 하는 우리나 그들이나 이제 30줄에 들어섰는데 하룻밤에 2회 이상 하는 것은 상당한 신체적 무리가 뒤따른다는 생각에는 의견 일치를 보았다.
 
 
4
 
14회의 기록을 말한 S 양은 그 고백을 하면서 은근히 자랑하듯이 얘기를 했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섹스 방면에 있어서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남자친구였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아닌, 그 14번의 사정을 한 남자의 얘기를 듣고 싶었다. 정말로 너무나 좋으므로 그렇게 한 것인지, 아니면 여자친구를 감동하게 해서 뒤로 넘어가게 하고야 말겠다는 모질고 독한 마음에서 어금니 콱 깨물고 한 일인지를 말이다. 그의 나이가 아무리 한창때라는 20대라 하더라도 나는 후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섹스를 막 시작했을 때, 우리의 얘깃거리는 주로 하룻밤에 몇 번이나 상대남자가 사정을 했으며 또 자신이 몇 번의 오르가즘을 느꼈느냐 하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에게는 횟수가 중요했고 그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지금은 섹스를 오직 숫자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그 섹스가 얼마나 진지했으며 또 얼마나 좋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숫자의 신화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는 황홀한 지난밤에 관해 얘기할 때 몇 번이나 했는지에 대한 얘기를 다소 자랑스럽게 하니까 말이다.
 
내 경우만 보자면 나는 2회 이상의 섹스는 절대적으로 거부하는 편이고 하룻밤에는 딱 한 번의 성의 있는 섹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날마다 섹스를 하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가 적당하며 그렇게 할 때 상대도 나도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속궁합이 너무나 잘 맞으면 날마다 섹스를 하거나 혹은 최소 주 4회 이상의 섹스도 가능하겠지만 그런 일은 그렇게 흔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적어도 서른이라는 나이에 접어들면 말이다.
 
 
5
 
S의 말에 따르면 14회 신화의 주인공과 헤어지게 된 원인은 그의 무능력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오직 밤의 황제였을 뿐, 낮에는 거지 왕자였던 것이었다. 섹스가 무척 중요하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고 생각이 많아질수록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상대도 우리도 알게 된다. 이건 남자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판타지 속에서는 머리에 두부만 들어앉아 있어도 몸매 빵빵하고 섹스를 끝내주게 잘하는 여자를 그릴지는 몰라도 현실에서 그런 여자를 찾는 남자는 없을 것 같다. 또 설사 그런 여자를 찾아서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런 관계가 그다지 오래 지속하지는 못할 것이고 말이다.
 
내 생각에는 섹스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그 커뮤니케이션은 오직 몸으로만 하는 것이 아닌, 다른 다양한 요소들이 알게 모르게 작용한다. 말도 통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다른 모든 일에는 불만족스러운 애인이 단지 밤에만 황제 혹은 여왕이 된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기는 힘들다. 이미 결혼을 했고, 결혼 상대자와의 불만족스런 섹스 때문에 어린 애인을 찾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6
 
우리는 이제 애인의 사정 횟수에 따라서 정력을 평가하던 이십 대 시절을 지나오게 되었었다. 그동안 애인이건 혹은 원나잇 스텐드건 수많은 섹스를 경험했고 그 파트너들 또한 다양했다. 섹스하면 할수록 느끼게 되는 것은 마음이 담긴 진실한 섹스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비록 순간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상대의 몸도 마음도 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섹스를 꿈꾼다. 물론 가끔은 이름도 알지 못하고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그러나 몸 하나는 끝내주고 섹스 기술은 더 끝내주는 남자와의 블라인드 섹스 같은 판타지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단발성이다. 매번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으며 또 현실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진지한 섹스 파트너가 생기는 것. 그리고 그 섹스 파트너와 나누는 섹스뿐 아니라 섹스를 하지 않는 순간까지도 다 사랑할 수 있는 걸 꿈꾸는 나는 이제 서서히 늙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10대 혹은 20대에게 고리타분한 어른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일까?
 
S다이어리를 쓰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바라는 정말로 원하는 섹스와 또 섹스 파트너에 대해 나는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어쩌면 서른이 된 지금에도 나는 그 정답은커녕 답의 근처에도 다다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건 평생을 두고 알아가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글쓴이ㅣ남로당 칼럼니스트 블루버닝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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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사랑 2016-06-08 23:05:04
30대가 넘어가면 양보다는 질의 만족도에
더욱 관심을 가질수밖에 없는거 같아요
1번을 하던 3번을하던 그순간 만큼은 진실되고
집중하며 열정적으로 몰입하는게 좋아집니다
폰데라이언 2015-11-20 02:49:27
그렇게 많이 하면 여자도 남자도 아프지 않나....;;;
홍야홍야/ 아프기도하고 지쳐쓰러질듯ㅋㅋㅋ전7번까지해봤는데 그것도 죽겠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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