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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매뉴얼] 유부남 앞에서 사랑타령하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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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간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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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중에 외모에 성격에 조건까지 좋은 애들이 유부남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생각보다 많다. '가정이 있는 남자를 만나다니!'하며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잠시 접어두자. 그렇게 손쉽게 '불륜녀'라 낙인 찍으면 잠시 내가 고매해진 듯한 기분이 들 수는 있다. 허나 '불륜'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만약 누군가 나는 아니라며 고래고래 소리친다면, 스스로를 얼마나 억압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되묻겠다. 깨끗하기만 해서야 되겠는가, 행복하려고 사는 삶인데.
 
그녀들은 그것이 '사랑'이라 말한다. 불륜이 아니라 사랑. 덧붙여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사랑하는 그가 마침 유부남인 거야. 불륜 뭐 이런 거랑은 다른 거지." 하는 수 없이 옛말 인용,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이다." 진부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들은 자신을 '내연녀'라고 규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상대방도 같은 생각일까? 글쎄올시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다. 하지만 아닌 경우를 훨씬 더 많이 봤는 걸.
 
참 이상한 건, 잘나고 똑똑한 애들이 너무 뻔한 술수에 넘어간다는 것이다. 내 나름의 분석 결과, 그녀들이 넘어가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틋함. 거기에 끌리는 거다. 미혼 여자가 미혼 남자와 사귀는 건, 더군다나 그녀들처럼 소위 잘나가는 경우에는, 어려울 게 없다. 어쩌면 평범한 만남은 시시하게 지는 걸지도. 무미건조한 삶에서는 아픔도 자극이 되는 걸지도.
 
 
2
 
단순히 즐기는 거라면 난 반대할 생각 없다. 평생 한 사람하고만 섹스를 하는 건 아무래도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다. 그쪽도 즐기고 이쪽도 즐기면 오케이. 문제는 그쪽은 부담 없이 즐기는데 이 쪽에서는 사랑타령을 하고 있을 때다. 이런 관계에서는 서로 배려의 차원이 다르다. 그가 집에 있는 시간에는 전화나 문자하지 않기. 집에 가봐야 한다면 군말 없이 보내주기. 사랑의 파수꾼은 상대의 가정까지 도맡아 지켜준다. 그동안 상대는 느긋하게 원할 때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성실한 그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신 때문에 그의 가정이 깨질 거라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다. 그들은 절대 여자 때문에 가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즐기려고 만나는데 미쳤다고 가정을 깨겠는가? 그걸 감당하는 게 얼마나 복잡하고도 힘든 일인데. 아내에게 어느 정도 불만이 있더라도 참고 살만 하니까 이혼을 안 하는 거다. 그들의 말처럼 아내가 그토록 싫었다면 매일 밤 어떻게 함께 잠을 잘까?
 
 
3
 
그들이 하는 말은 너무나 뻔하다. "외롭다" "아내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사랑 없이 결혼해서 정 없이 살고 있다" 어디서 '불륜 매뉴얼'이라도 배포하나 싶을 정도다. 그들의 변명이 순전히 거짓말이라는 게 아니다. 상대가 즐기려고 만나는 만큼 이쪽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임해야 나중에 '속았다'고 대성통곡하는 걸 막을 수 없다. 언뜻 가정 있는 유부남이 더 큰 위험부담을 지는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상처 받는 건 십중팔구 여자 쪽이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배려하니까. 그 진심을 지키기 위해서 상대의 변명들을 이해하고 강화해주니까.
 
 
언젠가 유부남을 만나던 친구가 말했다. "그 사람이 가정에 충실한 모습이 보기 좋아." 나는 이게 개뿔 같은 소리인가 했다. 그야말로 된통 걸렸구나. 그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보자. 얼마나 이기적인가? 재미는 재미대로 보면서 충실한 남편이자 아빠인 그는 세상 더 바랄 게 없을 거였다. 차라리 너도 즐기고 나도 즐기자고 말하는 남자가 백 번 낫다. 다시 태어나면 꼭 너와 결혼하고 싶다느니, 너를 만나고부터는 아내와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느니 하는 사람이 있다면 1초도 함께 해서는 안 된다.
 
 
4
 
다시 말하지만 나는 유부남을 만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결혼 부담 없이, 유부남을 만나서 잠깐 즐기는 것도 나름 괜찮은 놀이다. 제발 놀이를 사랑이라 착각하지 말자. 사랑은 절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달콤한 몇 마디 말과 이어지는 섹스. 그리고 다시 자신의 가정을 지켜야 한다며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나가는 뒷통수를 보면서 왜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을 하는지.
 
나는 여태까지 바람 피우는 유부남들이 심각하게 얘기하는 꼴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말한다. "요즘 들어 너무 질척거려. 아무래도 끝내야겠어." 한번이라도 이혼을 생각해봤다는 남자가 없었다. 이제 애틋한, 혹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직시하라. 즐길 건 즐기고 취할 건 취하라.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그럴 리 없다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당신은 그들은 여태까지 쌓아온 혹은 익숙하게 해온 것들을 쉽게 버릴 수 있는가. 그럴 필요 없이 이미 원하는 걸 다 가졌는데.
 
 
글쓴이ㅣ남로당 칼럼니스트 블루버닝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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