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닫힌 너의 문 바깥쪽에 서성이다  
35
착하게생긴남자 조회수 : 2335 좋아요 : 1 클리핑 : 0
숨을 쉬면 멀리 바람이 실어온 너의 슬픔이 느껴질 때가 있다...
너의 절망과 너의 상실과 너의 분노와 그 모든 것을 안고 이대로 시간이 데려다 주는 곳을 향해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을 너에게 나는 애초에 우리가 완벽한 무였던 것처럼 무능하다...
단단하게 닫아 걸어 채운 너의 문 앞에서 서성이지만, 너에게 이르지 못하게 하는 장벽은 단지 서울과 지방이라는 물리적 거리가 아님을 알고 있다.
억겁의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씻기지 않을 슬픔을 견디는 상처난 너의 모습을 확인하려는 제스처가 되는 것이 두려워 그저 시간에게만 너를 맡겨둔다...
그러나 안다. 시간이 고통을 씻어가진 않을 거란 걸.

오래 전 나는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삶에서 선택은 항상 무섭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하나를 완전히 포기해야 하므로, 거기에는 회복될 수 없는 자아의 손상이 뒤따르기도 했다. 나는 나의 결정을 패배로 인식했다.

당시 내게 이런 말을 했지.

“너 끝낼거니? 무슨 대단한 영화를 누리겠다고..”

나는 그녀를 오랫동안 용서하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건 대단한 영화가 아니었다.

우리의 꿈은 똑똑한 청년들의 꿈만큼이나 소박했던 거잖아.
둘 중 하나가 무얼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이 세상이므로 순순히 물러난 것이 아니라, 이제껏 버텨왔음을, 그 숱한 실패 뭉치들을 안고 웃으며 내려가는 길 위에서 한없이 눈물흘렸음을 네가 알고 있음을 나도 알고 있었다.

닫힌 너의 문 바깥쪽에 서성이다, 바람을 타고 전해져오는 너의 싸늘한 망실감에 추위를 느낀다.
문틈 새로 빠져 나온 너의 거대한 슬픔이 광자들의 움직임을 타고 아련히 전해질 때 떠난 아이의 흔적을 훑는다,
혹독한 추위 속 너만의 동굴에서 홀로 버티고 있을 너의 그림자가 아른거려 눈시울에 젖는다.

우리는 1세기만 지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완전한 분자와 원자들로 이 티끌들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많은 생들은 계속되고 있음을 생각하자.

내 마음 한 자락이 너에게로 가 닿기를, 그리하여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진 너의 마음을 조금 녹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시간이 흘렀다는게 하루가 지나서야 와닿는 아직도 미련한 동물이었을...
자고 일어나기 무척 센치한 기분을 숨길수가 없네...


 
착하게생긴남자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더블유 2024-01-03 04:25:54
제목이 야하다고 생각해서 왔는데...혹쉬 올 해 음란마귀의 해 인가요?
착하게생긴남자/ 제가 가끔 센치해져서 쓴글인데요. 야한글이 낫겠죠?? 다음 글은 아주 야하게 써볼께요. 그냥 야한글은 좀... 스토리가 탄탄한 야한글 쓰고 싶네요. 혹시 썰 있으시면 저에게 소재라도 던져주시면 제가 각색하여 써볼께요 ㅠ,ㅠ
더블유/ 아주야하게라니...♡ 기대하겠습니다 썰은....저도 요즘 궁핍한지라...
1


Total : 35955 (27/1798)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5435 전국모텔프로리뷰어...명품무인텔 [13] Perdone 2024-01-18 2321
35434 썸남이 썸녀와 자고 싶은 이유 [6] 착하게생긴남자 2024-01-18 2722
35433 연유 [6] 섹종이 2024-01-18 1068
35432 앞집나리 완결ㅠㅠ [2] Perdone 2024-01-18 1090
35431 후) 만들고 나니까 개야하네. [8] seattlesbest 2024-01-18 2360
35430 나른하다.. [85] 밤소녀 2024-01-18 4240
35429 (후)오운완 쁘이V [25] 울근불근 2024-01-17 2824
35428 다들 심심해보여서 얼공 [47] 집냥이 2024-01-17 3218
35427 일하기 싫은 사람 받아요 [9] 누비스트 2024-01-17 1143
35426 월루 중 드디어… [26] 랍스터 2024-01-17 1775
35425 퇴근시켜주세요 [8] 체리페티쉬 2024-01-17 1098
35424 섹스도 유행 [15] Orougetouto 2024-01-17 2231
35423 여수 여명 [9] 방탄소년 2024-01-17 1236
35422 (후방) 카우걸 [6] love1004 2024-01-17 2786
35421 프로출장러 #혼텔 [5] Perdone 2024-01-16 1201
35420 맛 점 [4] dukeet 2024-01-16 1045
35419 한국갑니다. [2] JasonLee 2024-01-16 1221
35418 [남자왁싱] 6개월? 만입니다 [31] 홍제동섹시가이 2024-01-15 2910
35417 음악 좋아하세요? [18] 20161031 2024-01-15 1792
35416 즐거운 한주가 시작되었네요! [14] 미시차유리 2024-01-15 1811
[처음]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