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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거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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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라서 그런가, 가슴이 말랑말랑해졌네.”
“어젠 딱딱했어?”
“단단했지. 가슴운동 하고 왔어?”
“오!”
가느다란 선 하나만큼의 암막커튼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오면, 선은 곧 하나의 면으로 넓게 펼쳐진다. 부유하는 먼지들이 빛의 장막 그 사이사이를 투과하는 것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오른쪽 가슴에 얹혀 있는 Y의 손을 비집었다. Y는 가슴을 대신해서 이제는 내 손등을 주무른다. Y의 말대로 가슴은 평소보다 말랑했다. 포개지는 깍지손 다음에, 팔 오금을 지나서 등 뒤로 밀착된 몸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견갑에 닿는 가슴과 엉덩이 뒤에 위치한 배, 그리고 그 아래로 자지까지 모두 뜨거웠다.
밤새 이불을 덮었다가 들췄다가를 반복했다. 어릴 때야 잠버릇이 좋지 못 한 탓에 자주 걷어찼다. 그런 이유에서 엄마는 종종 새벽녘, 내 방에 들러 흐트러진 이부자리를 정리해 주곤 했다. 성인이 되고서, 특히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많이 얌전해졌던 것 같다. 깔려 죽을까.
종종 피곤할 때에 코를 골거나 이를 가는 것을 제외하면, 뒤척이는 일이 줄었다.
그 날은 유독 더웠다.


여러모로 반가운 사람이었다. 첫 번째로는 나와 비슷한 수준의 성욕을 가진 사람이었고, 두 번째로 섹스를 비롯한 식이 취향이 비슷했으며, 세 번째로는 비슷하게 바빴다.
우스개로 하나 더 보태 볼까. 잘생겼다. 술에 몹시 취한 날, 오늘은 반드시 용기내어 말하리라 다짐했던 것은 다름 아닌 ‘배우 누구를 닮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얼마나 자주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다음날에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Y에게 질문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 했다.
그 이튿날에 나는 여전하게 헤롱한 채로, “나 혹시 이런 질문했었어?”
“응. ‘많이 취했구나’ 했지. 더 잘래?”
“아, 으응. 음-”
내쉬는 숨에는 여전한 술냄새가. 건네받은 숙취해소제는 다행히 거북스럽지 않았다.
첫 번째, 아쉬움과 부족함을 호소하기에 나는 너무나도 자주 상대에게 전긍했었고 또 두 번째, 오만하게도 ‘너의 모든 취향을 내가 맞춰줄 수 있다‘는 근자감이 어느 한 켠에 침전해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연락의 빈도와 마음의 크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미안함을 가진 일이 잦았다.
“잘생기고 몸 좋은 거, 섹스랑은 너무 무관해.” Y를 처음 만났던 날에 했던 말이었다. ‘중요한 건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라고 중얼거렸을 때, Y는 “어린 왕자!” 하고 맞받아쳤던 것 같다. 비단 섹스에만 국한하는 이야기는 아니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려나. 아님 말고.

누군가가 말하기를 ‘동일자’를 찾는 이유는 곧 관성이랬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낸 동일자는 역시 스스로와 다르지 않은 탓에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그 눈동자에 비치는 본인에게 함빡 빠지는 거라고.
사람은 늘 변한다. 무언가에 따라서 동일자가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달라짐을 인식하면 우리는 그것을 권태로 여기고는 배신감을 느끼며 또 다른 동일자를 찾아 방황하는 거라고 그랬다. 그건 또 다른 배신이겠지. 도토리의 키를 측정하고자 함은 아니다.
노력 없는 관계에 대한 아쉬움을 그는 토로했었다. 나 역시 관성에 젖은 인간에 불과했다. 투쟁할 결심 같은 거 없이 그저 순응하거나 단념했다. 늘 그랬다. 싫다는 기색이 보이면 순순하게 접어 버렸다. 내가 늘상 데리고 다니던 ‘왜?’는, 그러한 관계 앞에서는 무색하기만 했다. 피로를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기실, 나의 피로를 회피하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나.

언어가 한계를 가진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대화였을 것이다. 막 사정을 마치고 축 늘어진 자지를 조물락거리거나 오물거리면서 “나 한 번 더 하고 싶어.”라거나, “이거 먹으러 갈까?” 또는 “여기 재밌겠다.”로 숙박업소 이외의 곳에서 만나는 일 혹은 “나 재밌는 거 사 왔어!”하고 함께 언박싱을 한다거나, “업무에 집중하고 올게.”나 “주말에 뭐해?”하고 묻는 일이 그동안의 나에게는 실로 대단한 일ㅡ투쟁ㅡ처럼 여겨졌다. 그래서인지 그러한 말들을 먼저 건네 오는 일에 대단하게 고마움을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다. 과분했다.
상대가 부담을 가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은 사실 상대를 향하는 마음이 아니라 곧 스스로를 향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니까, ‘부담을 느낀 상대가 나를 홀연히 떠나 내가 다시 쓸쓸해 지는 일’을 나는 염려했던 거지. 지독하게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Y에게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는 것이 조금은 가뿐하게 느껴졌다.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은 여전히 남아 있었으나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함도 공존했다.
어쩌면, ‘그동안 나보다 성욕 강한 사람을 단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던 말이 반가웠던 걸지도. 아니면, 이다음의 만남을 제안하는 일을 어물쩡 고민하고 있을 때마다 “전통주 시음회래. 재밌겠다.” 하거나, “다음주도 운동 화요일에 쉬어?”하는 물음 같은 것들.





“더워.”
“지금?”
“요즘은 맨날. 봄이야, 완전.”
“신기한 몸이네.”
“밥 먹으러 나갈까? 아님 좀 이따가 갈래?”
찌뿌듯한 몸을 위아래로 늘리면서 Y는 대답 대신에 끄응 신음했고, 쭉 뻗은 팔은 그대로 나를 낚아채다가 침대 위로 쓰러뜨렸다.
“으으으으, 이따가.”
엎드린 내 위로 포개지는 Y의 무게감이 포근했다. Y는 항상 머리카락을 치우지도 않고 귓바퀴를 잘근거렸다. 나는 입 안에 이물감이 느껴지면 곧 집중이 깨지던데 말이지.

“나 오늘 그거 했어.”
“코르셋?”
“음, 아니, 응, 코르셋도 입고 오긴 했는데, 이거.”
엉덩이를 들썩여서 매트리스와의 간격을 만들고는 Y의 손을 그 사이로 이끌었다. 귀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한 Y는 곧장 바지 위로 이리저리 매만지다가 버튼을 찾아냈다. ‘우우웅’거리는 작은 소음이 다리 사이에서부터 번졌다. 버튼을 딸깍거릴 때마다 장난감이 움직이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다가 패턴이 바뀌었다. 그 크기나 형태에 따라 몸이 움찔거리거나 들썩거렸다. 어떤 패턴에 멈췄었더라.
Y는 몸을 일으키고는 나를 뒤집어서 눕히더니 그대로 위에 올라탔다. 옷을 전혀 벗기지 않고서도 내 유두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Y의 눈에는 보이는 듯했다. Y는 항상 웃고 있었다. 이 때엔 소리내어 조금 크게 웃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나 쉬 마려워.”
마음에 없는 앙탈은 아니었다. 질 안에 무언가가 들어차 있으면 곧잘 요의를 느끼곤 했다. 평소 마시는 물의 양을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고.
“여기서 싸.” Y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손으로 아랫배를 누르는 통에 장난감의 진동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조금만 긴장을 풀었다면 Y의 바람이 이루어졌을지도. 명령이었나.
언제부터 지퍼가 열려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이로 Y의 자지가 번들거렸다. 어떤 일들은 인과에 의해 순차적으로 벌어진다. 반드시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그렇다. 가령, 종소리가 울리면 파블로프의 개는 침을 흘린다. 그와 같이 번들거리는 자지가 눈 앞에 있으면 내 입은 자연히 벌어진다.





***
반복되는 건 쏘리 ㅋㅋ 두 글을 각각 다른 시점에 적은 터라 같은 내용을 적은 줄을 몰랐는데 비슷한 시기에 마무리해 버렸어요
모두 건강하시고 아주 조금만 아프세요!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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