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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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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나에게 노래는 대부분이 노스탤지어로 귀결되는 듯하다. 이 가사를 읽으면 그 때가 떠오르고 또 그 곡이 흐르면 어느 때에 잠긴다. 윤도현을 특별하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어릴 적 어떤 시기에 가끔, 그 시절에 자주 길에서 들었던 ‘나는 나비’를 동생과 흥얼거렸던 게 전부.
‘먼 산 언저리마다 너를 남기고 돌아서는 내게 시간은 그만 놓아주라는데…….’ 어느 늦여름에 입가에 맴돌던 노래 가사. 다음 가사를 잘 몰라서 검색하기를 수 번, 결국 다 외우지 못 하고 같은 구간만 반복해서 부르다가 어느 틈엔가 계절이 바뀌어서인지 아니면 마음이 바뀌어서인지,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 스러졌다.


타임라인으로 나열하는 것이 읽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친절한 글이 되겠지만, 글쎄. 나는 그다지 친절한 사람은 아닌데요.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눈물나도록 반가웠다. 그러니까, 반가웠고 그 한참이나 나중에 눈물이 났다.
누군가에게는 미안한 얘기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반대로 그 사람이 나에게 미안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어떻게 됐든 지금 그 사람은 내 옆에 없고 그 사람 옆에도 역시 내가 없다는 것. 결과가 중요한가? 난 과정이 중요한 사람이라. 어찌 됐든 그 사람이 내 곁을 떠나는 모습을 순차적으로 지켜보아야만 함이 통탄스러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매듭을 내 손으로 짓지 못함은 미련스러웠다. 미련스러웠던 마지막 여행이 이별여행이 되었다는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마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영화 같다.”고 하더라. 물론 돌이켜 보면 매일이 영화 같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건 ‘극적’이라는 의미겠지. 근데 나한테 더 극적인 일은 따로 있었다. 다시 없을 계절과도 같은.





‘저는 ㅇㅇ님이 궁금해요. 그래서 만나고 싶어요. 부담 안 가지셨으면 해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섹스는 안 할 텐데 그냥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이고, ㅇㅇ님 마음 속 어딘가에 흑심이 있으리라는 짐작이나 단정은 아니에요. 혹여라도 그렇게 받아들여진다면 죄송해요. 거절도 저는 괜찮으니 편한 마음으로 답장 주시면 기쁠 거예요.’
한참이 지난 지금이야 데이터가 모조리 지워지기도 했고, 어딘가에 적어두거나 캡처해둔 것도 없으니 온전히 내 기억에 의존해서 재구현한 메시지. 당연하게 기억은 편집되고 왜곡된다. 뭐 대충 저런 식으로 얘기했던 것 같다. 그 때의 감정을 다시금 생각해 보면 위와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 부럽다. 사랑하는 마음 얼마나 예뻐요. 글 읽어서 알고 있어요. 궁금하다고 해 주시다니 고마워요. 팬이에요. 근데 저는 쭉정이라서 ㅋㅋ 마주하면 좀 쪼그라들 것 같아요.’
‘음 저 팬이라는 표현 그다지 안 좋아해요 ㅋㅋ 마음은 정말 고마워요. 근데 내가 뭐라고 누굴 거느릴 만한 배포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팬 대신에 친구 어때요?’
‘친구 ㅋㅋ 좋다. 친구해요.’
마찬가지로 기억에 의존한 답장. 네 감정을 내다본 것은 아니고 대충 내가 느꼈던 감정을 역재생한다면 위와 비슷했을 것이다. 전혀 천연덕스럽지 않은 답장이 처연하게 느껴졌다고 말하면, 다 지난 지금에서는 그것이 결례일까.
때문이었을까 너를 처음 봤을 때, 그러니까 너의 눈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것은 다름 아닌 슬픔이었다. 연락의 빈도와 시간대와 주고받았던 말들과 마음의 거리를 차치하더라도 첫 대면, 게다가 첫 마디를 “너는 슬픈 눈을 했네.” 할 수는 없을 노릇이었다.
마침 의도하지 않은ㅡ의도하기에도 어려운ㅡ(좋은)장치도 있었다.
“아가씨, 혹시 담배 하나만 받을 수 있을까?”
너를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길어지면서 잠시동안 웅크렸는데 그 모습이 혹시라도 가출한 비행청소년처럼 비춰졌을까. 어떤 걸인은 나에게 인사를 건넸고, 때 좋게 너는, 백마를 타고 있진 않았지만 저 멀리서 제법 큰 목소리로,
“안녕?” 했다. 아니면 이름을 불렀던가. 네가 입었던 체크 셔츠가 귀여워서 다음날 곧장 체크 셔츠를 샀다. 올해 한 벌 더 사서 옷장에는 이제 두 벌의 체크 셔츠.
담배를 주는 일이야 지금도 어렵지 않다. 마지막 남은 한 개비더라도 그렇다. 줄 수 있어서 줬고 그 일로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삼류 영화 같은 만남의 첫 시작이 나는 우스웠을 뿐이었다.
사실은 무서웠다. 너도 이미 알고 있을 테지만, 그리고 누구라도 그러하겠지만, 낯선 이는 항상 두려웠다. 우리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들으라는 듯 고함을 지르는 모습에서 나는 나를 투영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저 멀리의 누군가.

하루도 빠짐 없이 반가웠다. 네가 보내주는 숙제와 네가 건네는 기우와 나를 살피는 목소리와 나에게 닿는 손 모든 것이 따뜻했고 반가웠다. 넌 절대 부정하던데, 넌 따뜻한 사람이 맞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어떻게 한 번을 거스르지 않고 따뜻하기만 해서 반가웠다. 차가워도 따뜻했다.
그래서 더 투정했다. 종국에는 너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 스스로를 해치기도 했던 것 같다. ㅡ한참을 오래 전부터 해먹었던 케케묵은 내 진득한 관습이지만ㅡ낯 모르던 사람을 만나 마음이 채 다 열리기 전에 몸부터 열었고 그 직후, 버려진 건지 버린 건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의 관계가 되는 것은 일상이었다. 무언가를 잊고 싶다는 명분으로 술독이 되는 일을 자처하기도 했다. 병원에 가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엔 지독하게도 네 생각이 사무쳤다. 병원에 간 첫 날, 집에 돌아오는 길 위에서 내가 검색했던 것은 처방받은 약들의 치사량이었다. 사실 잘 모르겠다. 지금 이 글을 적는 것도 어쩌면 너의 보살핌을 구걸하기 위함은 아닐까.
너 이후에 만나서 섹스한 사람이 몇 명인지 나는 알지 못 한다. 14살, 첫 섹스를 했던 해를 제외하면 섹스한 사람의 수를 헤아리는 일을 그만둔지가 벌써 14년도 더 흘렀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 줄 수 없음을 나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허공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할수록 나는 점점 더 비었다.

사람들을 만나서 할 수 있는 게 과연 섹스뿐이었을까. 만나 웃고 땀흘리고 먹고 마시고 떠들고 춤을 추기도 하고, 울다가 무릎을 베고 누워서는 ‘지금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에 밴 소금기 어린 물이 과연 땀일까 눈물일까.’ 아득해지기도 했다.
술을 끊기로 작심한 것은 주변인들에게 다행인 일이었다. 너에게는 차마 부끄러워 말하지 못 했지만 공식적인 마지막 날에, 그러니까 너에다 대고 울분을 가득 쏟아냈던 그 날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잊고 있던, 묻어두었던 폭력성을 나는 다시 목도했다. 뭐 경찰이 대동되는 정도의 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그에 준하는, 주변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많이 다쳤을지도 모르는. 그래서 금주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몇 안 되는, 내가 아닌 남을 위하는 일이었다.
비공식적으로 나는 때때로 보살핌 속에서 음주를 하는데 그 때마다 옆에 있어 주는 내 친구들이 모두 너에게 한 번 이상씩은 언급한 적이 있었다는 것은 조금 웃기다. 그리고 더 웃긴 건 그 친구들 모두가 너를 안다는 것. 그만큼이나 내 입은 할랑할랑했다.
마지막 섹스가 나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안도하게 되는 이 심술을 나는 어떻게 해야 떨쳐낼 수 있으려나, 간혹의 안부에 주체할 수 없는 반가움은 무엇으로 달래는 게 좋을까, 지가 보내오는 덕담은 괜찮고, 딱 그만큼만 보내려는 내 덕담은 기필코 한사코 밀어내는 너에 대한 아쉬움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전부 찐득하기만 해서 아무것도 내 힘으로는 떨쳐낼 수가 없었다. 나는 그렇게나 무력한 것이었다. 무력한 것이었다. 것이었다.

작년의 겨울은 단 하나도 춥지 않았다. 올해라고 뭐 크게 다르지는 않다만, 아주 조금의 차이가 있다면 작년은 추위를 느낀 날이 단 하루도 없다면, 올해는 벌써 한 닷새 정도 있다는 것. 추워서 몸을 부르르 떤 날이 종종 있었다. 이상하지, 그럴 때마다 너가 생각난다는 건. 그뿐이었을까, 전혀 무관한 누군가가, 네가 숙제로 내 줬던 영화를 이야기하면 그 사람이 달리 보였다. “야, 너 생각에도 남자랑 여자랑 둘이 앉아서 국밥 먹는 게 그렇게 이상해?” 답을 이미 정해둔 채로 질문을 던지게 됐다. 습관처럼 확인하는 날씨 앱에는 네가 사는 도시를 삭제한 적이 없었다. 두어 시간 걸어서 어떤 하천, 오수냄새를 맡으면서 왜가리나 고양이나 청둥오리를 쳐다보거나 쓰다듬을 때에도.

네 말이 맞았다. 때가 달랐음을 이제는 알겠다. 내 힘으로 어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도 나는 이제 알겠다. 한참이나 늦었지만 너도 내 마음을 무겁게 했으니까 복수하자면- 자력으로는 어찌 해 볼 수 없는 영역까지 다 감수하고 싶었던 때가 나에게는 있었다. 우선 이것만 해결하고 나면, 초월 또는 추월은 무리더라도 극복을 향한 동행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함께라면 견뎌지지 않을까. 그런 허무맹랑하고 발칙한 생각을 품었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저항하고 싶었고 순응하고 싶지 않았다. 처연하고 싶지도 초연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응어리진 아집이 너를 괴롭게 했을 것이다. 죄책감은 돌덩이보다도 쇳덩이만큼이나 무거워서 영영 가라앉고 만다. 그런 너를 나는 자꾸 건지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같이 가라앉고 싶었던 걸까.
계절을 더러 ‘돈다’고 표현하는 것은 아마도 지구가 공전하는 탓이려나. 그렇다면 자전에 의해서 ‘하루’도 돌 텐데 우리는 어째서 내일을, 모레를, 글피를 ‘오늘’이라고 칭하지 않는가. 왜 우리는 어제를 반복하려 하지 않는가. 왜 내일을 기다리는가. 작년의 겨울은 지금과 같지 않다. 동명의, 전혀, 다른 계절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올해에는 낙엽을 밟은 일도 없고, 비를 맞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 속으로 콧물 숨기며 우는 날도 근래에는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너랑 했던 섹스를 인생 최고의 섹스로 꼽곤 했는데, 그걸 능가하는 다른 누군가를 만나기도 했고.
너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슬펐는데 이제 슬프지 않은 것도 좀 됐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사용하는 스트리밍 앱의 랜덤 재생 기능은 문자 그대로 ‘무작위’라서, 내 취향을 기반으로 어느 때에는 전혀 처음 듣는 곡들을 뒤섞어 소개하기도 하고 언제는 또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신곡을 차례로 나열하기도 한다. 또 그 언젠가에는 과거의 내가 즐겨들었던 곡들. 그러면 나는 또 순간순간 우수에 잠기고. 그 때에 즐겨 듣던 노래들, 네가 순서 없이 따발총처럼 갈기던 곡들이 큐레이팅되는 날이면 조금 착잡했는데. 지금은 또 따라서 흥얼거리기도 하더라.
꼭 스트리밍 앱을 포함한, 휴대폰을 통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가끔 길에서 아니면 식당이나 술집에서 네가 오래 전에 알려준 노래가 ‘유행가’가 되어 흐르는 날이면 이제는, 그냥 네 선견지명에 감탄하게 됐다. 더 이상 가사를 들여다보지 않게 됐다.
멋대로라 불쾌하다면 많이 미안한 일이겠지만 한동안은 자위할 때에 네 생각을 그렇게나 했었다. 네가 나를 두고 했던 모든 행위들을, 그로 인해 불러일으켜졌던 내 감정들을 복기했다. 참다가 마침내 터뜨렸던 축배와도 같은 거. 스타킹 위로 엉덩이를 쓰다듬었던 거, 옴짝달싹도 못 하게 했던 거, 키스를 갈구하게 했던 거, 너무 조심스러웠던 거, 그만큼이나 천천했던 거, 쓰다듬던 거, 웃었던 거, 타박했던 거, 능청 떨던 거, 안아줬던 거, 핥던 거, 숨을 거칠게 쉬었던 거, 내려다 보던 거, 잡았던 손. 눈. 목소리. 냄새. 몸. 품. 살. 마음. 네가 아닌 나를 향하던 그 모든 것들. 그런데 그것도 대상이 옮겨진지가 꽤 오래다. 너에게 말한 적 있는 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내 외로움 표출의 대상은 이리저리 옮겨다니기도, 분산되기도, 하나로 응집되기도 하는 듯하다. 내 외로움은 흐려지거나 옅어지지 않은 채로.
기실 거짓말이 하나 있다. 여전히 최고다. 당분간 오래도록 그럴 것 같다. 너로 인해서 아주 여러 가지를 배웠는데, 그 중 하나가 살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 마음의 공존. 그런 의미에서 마음을 열기에도 전부터 몸부터 열어 버린 나는, 애초에 닫은 적이 없는 나는, 너는 싫어하는 말이지만 자격이 없다.


버둥치고 부림해도 내 힘만으로는 전혀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만큼 나를 잠식시키는 것이 있던가. 무력함 앞에 나는 무릎을 꿇을 힘도 없었다. 그것들과 반가움이 한 데 뒤엉켜서 한동안은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했다.
살면서 마음처럼 흘러가는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그럼 마음 먹은대로 행할 수 있는 건? 내 마음 하나 건사하지 못 하면서 남의 것을 어찌 해 보겠다는 생각이야말로 오만 아니던가.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 했다. 약속도 계획도 고양이도 내 마음조차도. 이를 과연 무력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는가.
마음을 어찌 해 보겠다는 생각을 멈추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흘렀다. 꽝꽝 굳어 버린 마음이 그제서야 조금씩 녹아 흐물거리는 듯했다. 아마 그쯤이었을 것이다, 내가 흥얼거리던 노래를 멈췄던 것은.
열정은 과연 어디로부터 파생되는가. 호감은 언제부터 생기는가. 사랑하겠다는 다짐은 무엇 때문에 하게 되는가. 영영 풀리지 않을 숙제를 안고서 두 눈을 끔뻑이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없는 듯 보였다.
내일의 나의 마음을 나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알겠다. 다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알 수 있다. 넘실거리던 것은 넘치기도 하고 다시 찰랑거리다가 질척해지기도, 그러다 바싹 마르는 날도 오겠지. 악력이 약하기도 하거니와 붙잡혀 늘어난 네 옷을 원복시킬 능력이 나에게는 없다. 네가 힘든 것도 나는 정말 싫다. 아쉬움은 남겠지만 붙잡지는 않기로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마음을 삼키고 삼키고 또 삼켰다.
시간 앞에 장사 없댔던가. 그런데 누군가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고 하기도 하더라. 모르긴 모르겠다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마도 놓아야 함을 아는 척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너한테 이야기했던 고등학교 생명과학 선생님, 최근의 대화에서 그러시더라. 내 메신저 프로필 영상을 보시고는 “살풀이냐?” 하시길래, “이렇게 해서라도 풀어지는 살이면 좋겠당” 했다. 말씀하시기를, 안 아프고 할 일 있고 생각하면 웃음 지을 수 있으면 된 거라고, 그 추억으로 사는 거라고, 안 풀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계속 풀어지고 있는 거라고. 덧붙이지는 않았지만, 그러니 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꼭 뵈러 갈 테니 보내드린 딸기가 맛있었는지 후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웅크리며 가만히 돌아보니 그간 만나면서 내가 보여준 모습은 순전히 모순뿐 아니었나 싶은데 그래서 그런 걸까.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의 괴리가 너의 앞으로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지 불안하다. 볼품없어 외면 당하던 것들에 항상 눈길을 주던 그 따뜻함에 나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존재감만 부풀었었다. 그 눈을 잊을 수 있을까.
나 역시도 볼품없었음을, 보내고 나서야 인식하지만 그 눈과 마음의 위로를 떠올리면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마음 속에는 작은 안도감이 떠오른다.
안녕을 고하고도 마음 깊이 강녕을 빌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나는 또 앞으로를 잘 살아가게 될 것이고 선물 같은 그 마음에 대한 고마움으로 나 또한 빌어줄 수 있겠다. 그렇게 보탬이 된다 생각하면 쓸쓸하고 불안한 마음도 이내 조금은 편해진다. 그러니 행복하자 꼭.
꼭.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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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 2023-12-28 20:42:30
지금은 괜찮아지는중인가요?
612/ 그랬다가 말았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ㅋㅋ 고마워요
선주/ 행복하시길. 남은 23년 마무리잘하시고 새해복많이받아요
612/ 부비적 ㅋㅋ 새해 복 많이 만들고 만나시기를 바라요
밤소녀 2023-12-27 08:40:37
꼭 행복해지기를 바래요 :)
612/ 전 안녕했으면 해요! ㅋㅋ
봄날은간다7 2023-12-27 01:24:27
오랜만에 보는 글이라 반가움도 잠시..
너무 아프지만 않으면  되요~
사는거 견딜 정도만 되도 행복한 거라고 생각하며 살자구요^^
612/ 견디는 거 언제까지 해야 해!!! ㅋㅋ 가끔 소리도 지르고요~ 반가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착하게생긴남자 2023-12-27 00:40:14
흔들리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담담하게... 한숨 쉬듯 내 뱉은 숨결이 텍스트로 남은 느낌이네요. 계절같은 시간처럼 겨울이 가고 온화했던 봄이 오면 그때는 행복했다 라는 말 듣고 싶습니다. 꼭 행복하세요~
612/ 저는 꽤 낭창낭창해서 이리저리 잘 휘둘리고 흔들리는 걸요~ 저도 궁금하긴 해요 ㅋㅋ 행복할지 행복했는지 ㅎㅎ 고맙습니다 따순 겨울 보내세요
삼킨달 2023-12-27 00:11:14
선물가게의 포장지처럼
612/ ㅋㅋ 그쵸 그럴싸하게 이런저런 남의 표현들 잘 가져다 써요 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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