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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리_Article > 단편연재
미궁 속에 빠진 그녀의 정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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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픽션]
 
회상
 
"쌤~!"
 
암만 아이라지만 17세 여고생이 뒤에서 달려들어 껴안는 것은 매번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습니다.
 
"야~ 제발 부탁이니까... 앞에서 좀 껴안아 줄래? 놀래 죽겠다"
 
"어.. ㅋ 그럼 정면에서 껴안는 건 돼요? ㅋㅋㅋ 쌤 변태"
 
"말이 그렇다는 거야... 빨리 들어가자."
 
군대를 다녀와서 용돈마련을 위해 과외를 시작했다. 그냥 채석장에서 돌 캐는 기분으로 남자애들 몇 명 앉히고 머리 때려가며 풀라고 시키면 되는 뭐 그런 과외였다.
 
"아유, 선생님. 얘가 기본이 덜된 애라 잘 좀 부탁해요."
 
40대 중반의 아주머니는 과일을 깎아서 놓으며 연신 수다를 떨었습니다.
 
"근데, 아마 과외는 제 방에서 하게 될 것 같은데... 채윤이가, 좀... 그렇지 않을까요?"
 
"괜찮아요. ㅋ 성적만 올려준다면야, 선생님이 알아서 해주세요. 참 인상도 훤하시지..."
 
채윤이는 좀 특이한 아이였습니다. 작달막한 여고생이 아니라, 늘씬하고 키도 거의 저와 비슷하고 교복은 타이트해서, 단추가 터질 정도로 성숙한 아이였습니다.
 
"어, 쌤. 어디 보는 거에요? 변태 아님?"
 
"내가 어딜... 봤다고... 여하튼,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 책 미리 사놓고. 연습장이랑 노트는 내가
줄 테니까..."
 
"알았어요~ 전화번호 번호 불러줘 봐요"
 
채윤이 동생 말로는 성격이 급해서 학교 마치고 봉고차에서 내려서 집에 걸어오는 동안 교복 단추를 하나씩 풀어버려서 매일 집 현관에 올 때쯤이면 윗부분이 잔뜩 벌어진 상태로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채윤이와 같이 공부하기로 했던 친구가, 학원에 다니게 되는 바람에 늦은 밤 제 자취방에는 일주일에 세 번씩 채윤이와 둘이서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마찬가지였죠. 마치 집에 오듯이 단추를 풀어헤친 상태로 왔습니다. 이것까지야 뭐 괜찮았는데 둘이서 수업을 할 때면 이 아이가 매번 제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거나 최대한 제 쪽에 밀착해서 문제를 푸는 겁니다. 괜히 이야기했다가 뭐라 또 변태라는 소리 들을 것 같기도 해서 말은 못하고 정말 힘들더군요.
 
여름이 되니 사정은 더 힘들어졌습니다. 반바지를 입으니까요. 그 아이도 하복 치마를 입는데 무슨 교복이 그리 짧을까요. 남녀의 허벅지끼리 부대끼는 그 느낌. 아, 이 무슨 시련인지... 다리를 한 번씩 들 때마다 거의 허벅지 끝에서 넘실거리는 치마 아래 고문입니다 고문.
 
"너, 좀 옆으로 가면 안되겠니?"
 
"왜요? 떨어져 있으면 불편한데?"
 
"아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보건 말건, 채윤이는 저 멀리서 뛰어와서 항상 백허그를 했습니다. 교복 입은 여학생이 뒤에서 안는 것 자체가 신경 쓰이는데, 그 묵직한 젖가슴의 느낌이란...
 
"쌤, 저 다리에 털 때문에 미치겠어요. 제모할까요?"
 
다리를 들어 올리는 채윤이에게 황급히 말했습니다.
 
"아니, 괜찮아. 제모 안 해도 돼"
 
그러자 그녀는 제 손을 잡고, 자신의 허벅지 안쪽부터 바깥쪽까지 쓸어내렸습니다. 그 한없이 부드러운 느낌이란... 제 것은 나름 부풀기 시작했습니다.
 
"만져봐요. 안쪽이랑 바깥쪽이랑 다르잖아요."
 
"으응...  제모 해야겠네."
 
"뭐래. 아까는 안 해도 된다더니, 무성의하게 대답하지 마요."
 
"..."
 
무심코 그녀의 눈이 제 바지 쪽으로 향했습니다.
 
"헐, 변태. 그거 만졌다고...
 
"그게 아니라 화장실을 못 가서..."
 
"ㅋㅋ 그럼 지금 갔다 오세요. ㅋㅋㅋ"
 
"지금 못 일어나는 거 알잖아... 책이나 펼쳐" 
 
채윤이의 성적이 워낙 바닥이라서 다행히 오르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고, 저는 점점 어머님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다른 시간대에도 과외학생을 소개받을 수 있었습니다. 용돈의 상황도 나름 풍족해지고 있던 무렵 과외하고 있던 봉규(남학생, 별명은 봉구)의 학교 중간고사 기간이었습니다. 일찍 마치고 보충받으러 온 녀석과 함께 분식점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데, 저쪽 테이블에 반가운 얼굴이 보이는 겁니다. 채윤이와 친구들이었습니다. 아직 그 아이는 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해서 아는 척을 하려고 했죠. 그런데 그때 봉구가 말했습니다.
 
"어? 쟤, 걔네.."
 
"응? 누구?"
 
"아... 쌤은 말해도 몰라요/ ㅋ 우리 학교 옆에 xx고에서 되게 유명한 애 있거든요 ㅋㅋㅋ"
 
"유명?"
 
"ㅋㅋㅋ 쌤은 어차피 쟤 모르니까, 그냥 그런 거 있어요"
 
괜한 호기심에 김밥을 추가로 주문하고 꼬셔서 말하게 했죠.
 
"같은 남자니까 말씀드리는 건데요 ㅋㅋ 쟤, 자판기에요."
 
"자판기?"
 
"왜, 돈만 주면 할 수 있는 애들 있잖아요"
 
!!!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 땡~ 하더군요.
 
"쟤, 좀 심하게 밝히는 애래요. 들리는 이야기로는 전에 학교에서 전학 온 것도, 거기 영어선생이랑 한 거 걸려서 난리 났었다던데..."
 
"그래?"
 
태연하게 라면을 먹었으나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더군요. 며칠이 지나, 채윤이의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왔습니다.
 
"쌤, 저 이번 시험 망한 것 같아요."
 
"왜? 열심히 했잖아."
 
"시험지를 받았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되더니 공식이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는 거에요."
 
"이긍... 어쩌냐"
 
수화기 너머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쌤, 그래도 과외 안 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ㅋ"
 
"그게 중요한 건 아닌데..."
 
"저한텐 중요해요. ㅋㅋ 친구들이랑 놀고 수업시간에는 맞춰서 갈게요. ㅋ"
 
'딸깍'
 
괜히 기분이 안 좋더군요.. 채윤이는 한참 기다렸는데, 안 오더군요. 전화도 안 받고 약속장소로 나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30분이 지나도 안 오는 상황. 슬슬 걱정되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쌤~!"
 
등에 와 닿는 이 감촉. 반가워서 고개를 돌리는데, 술 냄새가 확 풍기더군요.
 
"너, 술 마셨니?"
 
"어, 어떻게 알았어요? ㅋ 귀신이네 ㅋㅋ"
 
"이렇게 냄새나는데, 모르면 그게 더 귀신이겠다."
 
얼마나 마신 건지 애가 비틀비틀하더군요. 부축해서 가다가, 얼마 못 가고, 무겁기는 또 얼마나 무거운지 할 수 없이 엎드렸죠.
 
"업혀"
 
"와, 서비스 좋네! ㅋㅋㅋ"
 
"조용히 해라. 집에 가서 보자"
 
치마 입은 여성을 업은 적이 없던 저로서는 이제부터가 시련이었습니다. 심하게 발육된 가슴이 등에 짓뭉개져서 비벼지는 건 그렇다 치고 무릎 위로 업은 팔 사이로 계속 허벅지가 빠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얘가 무거워서 그런지 점점 손 위치가 허벅지 안쪽으로 저절로 이동했습니다. 부들부들 떨면서 겨우 원룸으로 아이를 옮기고 침대에 뉘었습니다. 고민했죠. 집에 어머님께 알려야 하나, 아니면 술 깰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고민할 사이도 없이 얘가 자기 집인 줄 아는지 옷을 벗더군요. 못하게 손을 잡으면 더 이상할 것 같아서 그냥 이불로 덮었습니다. 그 순간 애가 저를 덮쳤습니다.
 
"흡"
 
정확하게 말하자면, 꼭 끌어안고 냅다 키스하더군요. 말랑말랑한 혀가 들어오는데, 확 돌아버리더군요. 저도 온몸이 굳어진 채로 천천히 키스하다 천천히 제 손이 가슴으로 내려갔습니다.
 
"쌤..., 저랑 할래요?"
 
이 말에 모든 환각에서 깨어나 버리는 것 같더군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목이 타더군요.
 
"술 깼으면 집에 가자. 선생님이 데려다줄게"
 
"나, 싫어해요?"
 
"좋아하지... 하지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야."
 
꿈에서 깨어난 것 같더군요. 내가 뭘 하려 했던 건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왔습니다. 집에 올 때까지 말 한마디도 없더군요. 미안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아직 흥분은 가라앉지도 않고... 걸어가면서 나지막이 입을 열었습니다.
 
"채윤아..."
 
"..."
 
"곧 네가 어른이 되면..."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라는 거죠."
 
"...!"
 
그 아인 저를 돌아보며 말하더군요.
 
"알아요,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제가 뒤에서 어떻게 불리고 있는지, 저도 알아요..."
 
그 목소리에 울음이 섞여 들리더군요.
 
"하지만 쌤은... 더 몰라요... 내가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쌤.."
 
그 아이가 돌아서서 빠른 속도로 뒤돌아 가는 것을 그저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그 뒤 수업시간부터 채윤이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계속 전화할 수도 없었습니다. 뭔가 애타게 수화기를 들다가도 내려놓는 것은 두려움과 함께...
 
 
현재 
 
"몇 년 만이네... 네가 우리 학교에 입학한 줄은 몰랐어."
 
"그렇게 되었네요. 선생님."
 
"그땐 미안했어. 내가 알고 있던 소녀가 이렇게 바뀌어 있을 줄은 몰랐지"
 
"화장의 힘이에요 ㅋ"
 
세나, 아니 채윤이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웃었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아직 학교에 계신 줄은 몰랐어요."
 
"그러게 ㅋ 이제 슬슬 나갈 때가 되었는데 성적 안 좋다고 안 보내주네... ㅎ"
 
어색한 대화가 흐른 후. 뭔가 다른 주제로 대화해야 할 필요성에 입을 열려고 하는데 채윤이가 말을 꺼냈습니다.
 
"여자친구 있으세요?"
 
"나?.... 지금은 없지.. ㅎ 채윤이.. 아니, 세나는 남자친구 있어? ㅋ"
 
"있어요. 사귄 지 1년 다 되어가요. 지금은 어학연수 중이죠."
 
"그렇구나. 잘 되었네."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
 
"하지만 아직 선생님이 더 커요. 저에게는"
 
"...!"
 
"죽어라 공부해서 이 학교 온 것도, 언젠가는 만날 거라 생각해서였어요. 물론 그때는 많이 섭섭했지만"
 
"잘했구나..."
 
저는 점점 할 말을 잃어갔습니다. 회상의 끝에서 끄집어낸 옛 이야기. 어떤 부끄러운 기억. 정문 앞을 바라보며 그녀가 말했습니다.
 
"아직 이 자리는 여전히 그대로네요. 선생님과 있었던 많은 이야기가 생각나요"
 
"그래. 그때는 참 좋았지. 서로가..."
 
그 아이, 아니 이젠 그녀가 저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술 한잔 사주세요. 이제는 술 많이 늘었어요."
 
"ㅋ 그거야 어렵지 않은데... 내가 술이 많이 약해졌거든 ㅎ"
 
입을 삐죽거리며 그녀가 말하더군요.
 
"취해도 괜찮아요. ㅎ 확 덮쳐버릴 테니까 ㅋ"
 
손잡고 걸어가는 그 길에서 우리는 대학생 선생님과 여고생 제자가 되어 길을 걸어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글쓴이ㅣ이태리장인
원문보기http://goo.gl/p1Ax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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