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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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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출>
 
부푼 기대와 설렘을 안고 시작한 대학 생활, 스무 살 새내기의 하루하루는 늘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OT, MT, 체육대회 등 굵직한 행사 몇 개를 치르고 나니 어느새 4월이 되었다. 내가 다닌 보건학과는 여성 성비가 매우 높았다. 남중, 남고의 암울한 코스를 묵묵히 지나온 내게 이런 신세계라니. 하나 아직 여자에 대한 무수히 많은 환상이 남아 있던 시기였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여자를 좋아했다. 왠지 신비로워 보인달까. 당시 2학년이었던 K선배가 그런 여자였다.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질끈 묶은 머리, 깔끔하지만 수수한 옷만 고집하던 그녀. 화려하거나 요란한 아이들이 워낙 많았던지라 이목을 끄는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난 이미 첫 MT때부터 그녀를 눈여겨 보았다. 제대로 말 한 번 섞어 본 적 없었는데도 은근히 풍기는 쓸쓸한 분위기에 사로잡혔다. 수업이 끝나면 그녀는 어김없이 도서관에 갔다. 그리고 나도 어김없이 도서관에 갔다. 오직 그녀를 보기 위해.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휴게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는데 그녀가 다가왔다. 자판기 앞에 선 그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미간을 살짝 찡그리고 그냥 가려는 게 아닌가! 이런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 없지!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혹시 ooo선배님 아니세요?”
 
“누... 누구시죠?”
 
“안녕하십니까! oo학번 ooo입니다.”
 
“아... 신입생이군요?”
 
“네! 혹시 음료수 드시러 오신 거 아니세요?
 
“맞아요. 근데 돈을 놓고 왔네요.”
 
“그럼 제가 사드려도 될까요?”
 
“아... 전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정말 제가 사드릴께요!”
 
한사코 거절하는 그녀가 자리를 뜨기 전에 얼른 돈을 넣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콜라를 골랐다. 선선한 봄 밤, 그녀가 음료수를 마시는 동안 우리는 짧은 대화를 나눴다. 정말이지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
 
 
도서관에서 만날 때마다 그녀가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활기차진 않았지만 사려 깊은 목소리. 우리는 자주 휴게실을 향했고 점점 더 소소한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보면 볼수록 그녀는 더욱 더 매력적이었다. 깨끗한 흰색 티셔츠 아래 살짝 비치던 실루엣과 의식하지 않고 몸을 굽힐 때 보이는 가슴골,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서 반짝이던 체리빛 입술까지. 이런 매력을 몰라보는 다른 남자 애들이 안타깝고 동시에 고마웠다.
 
 
어느덧 종강 날, 신나는 마음을 주체 못하고 서둘러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그녀가 보였다.  
 
“누나~!”
 
“응!”
 
“시험 잘 봤어요?”
 
“그럭저럭. 너는?”
 
“저야 뭐... 망쳤어요”
 
“크크 그랬구나. 넌 이제 집에 가려고?”
 
“네! 이제 가야죠.”
 
“넌 친구들이랑 술 한잔 안 해? 아까 1학년 애들 다 같이 가던데?”
 
“전 그냥 집에서 쉬려고요. 누나는요?”
 
“나도 자취방 가서 짐 정리 좀 하고 내일 모레쯤 집에 내려가게.”
 
"그렇구나... 누나 그럼 우리 둘이서 술 한 잔 할래요?“
 
정적. 그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경솔하기 짝이 없는 내 자신의 원망스러웠다.
 
 “그래. 그런데 나 주사가 좀 있는데...”
 
뭐? 주사? 맞는 주사든 뭐든 아무 거나 다 괜찮아요! 그게 뭐 대수라고.
 
“괜찮아요. 술 마시면 다들 주사 있잖아요?”
 
“그래. 하지만 나 주사 부릴 것 같으면 네가 술 못 마시게 말려야 해.”
 
“네. 알았어요.”
 
그길로 학교를 빠져나왔다. 각종 전공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와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그녀는 자기 방에 두고 이따가 찾아가라고 했다. '누나, 이거 혹시?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요! 흐흐...' 기대도 잠시 그녀는 혼자 방에 들어가 짐만 놓고 나왔다.
 
 
-
 
 
시계는 어느덧 여덟시를 가리켰다. 단골 분식집 테이블 위에 깔끔하게 비워진 소주 병은 어느덧 네 개하고 반. 양 볼이 빨갛게 물든 그녀가 말했다.
 
“나가서 한자 더할까? 오늘 너 디게 재미있다.”
 
“콜~”
 
우리는 근처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끝까지 빨아들인 다음 후 하고 연기를 뿜었다.
 
“담배 맛있니?”
 
“응.”
 
“어떤 맛인데?”
 
“글쎄요. 말로는 표현하기가 좀.”
 
그녀는 갑자기 내 담배를 뺏어 물었다. 당황한 내 얼굴에 얼굴에 연기를 뿜더니 전에 보지 못한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누나 담배 피워?”
 
“응. 가끔.”
 
“전혀 몰랐네?”
 
“혼자 있을 때 피우니까.”
 
살짝 감긴 눈으로 담배 연기를 빨아 당기는 그녀. 낯설고 매혹적이었다.
 
 
이미 차가 끊긴 시각, 그녀는 약간 비틀거리며 걸었다. 그렇게 흐트러진 모습은 처음이었다. 지켜주고 싶었다.
 
“누나. 손 잡고 걸을까?”
 
그녀는 갑자기 날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니 난... 누나가 혹시나 넘어질까 해서...”
 
“내가 넘어질 것 같으면 팔짱을 끼워 줘야지.”
하고 말하고는 거리낌 없이 팔짱을 꼈다.
 
그녀의 가슴이 자꾸만 팔에 닿았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몸이 쉽게 달아올랐다. 그녀의 자취방 근처에 다다랐을 때 그녀가 말했다.
 
“우리 한 잔 더 하자.”
 
“어... 근데 어디서 마시지?”
 
“술 사 가지고 우리 집으로 가자.”
 
근처 슈퍼에서 맥주를 샀다. 그녀는 집 앞에서 담배 한 대를 천천히 피웠다. 깜깜한 하늘에 연기가 흩어졌다.
 
그녀의 방은 아담하고 깔끔했다. 그녀가 유리 잔을 꺼내왔고 우리는 별 말도 없이 맥주를 마셨다. 시계를 보니 1시가 넘어 있었다.
 
“누나 나 집에 갈께요.”
 
“왜? 가려고...?”
 
“가야죠. 누나랑 같이 잘 수는 없잖아요.”
 
“왜... 같이 있어주면 안 돼?”
 
이럴수가.
 
“그럼 그럴게요.”
 
“그래. 그럼 술은 그만 마시고 자자.”
 
“네... ”
 
그녀는 나보고 먼저 씻으라고 했다. 술도 깰 겸 샤워를 했고, 그녀가 빌려준 펑퍼짐한 반바지를 입었다. 여성용이라 그런지 무척 타이트했다. 좀 민망했다.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잠이 올 리 없었다. 밤 새우고 그냥 집에서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도 모르게 얕은 잠에 들었던 것 같다. 그녀가 갑자기 뒤에서 날 안았다. 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너무 떨렸다.
 
“누나.”
 
“그냥 가만히 있어... 너 경험 있니?”
 
“아니요...”
 
그녀는 날 자기 쪽으로 돌아눕게 했다. 너무 어두워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이내 입술의 촉감이 느껴졌다. 난 화들짝 놀랐다.
 
“누나 나 좋아하는데... 이렇게는 싫어요. 누나는 나 좋아하지 않잖아요?”
 
난 그때까지 남녀가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섹스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건 ‘사랑없는 섹스는 자위의 쾌감보다 못하다.’고 한 만화 <비트>의 주인공 민이가 여주인공 로미에게 한 대사에 매료됐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첫 경험은 서로 사랑하는 상대와 근사하진 않더라도 아름다운 곳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불이 켜졌다. 커다란 박스티에 팬티만 입은 그녀가 우뚝 서 있었다. 그녀는 눈물 맺힌 눈으로 날 무섭게 노려봤다.
 
“너도 내가 밝힌다고 생각하니?”
 
“아니 그게 아니고 누나...”
 
“시끄러!”
 
그녀는 주저앉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난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난 처음이 아니야. 난 처음이 아니라고...”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이야기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2▶ http://goo.gl/0426co
네오캐슬
난 아직도 배고프다^^
 
· 주요태그 섹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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