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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레이디와 눈치 없는 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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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케치]
 
찌질한 이야기를 하자니... 참… 왜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는지 알 수 없다. 싱거운 금요일 밤 누군가의 체온과 체중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런 기억이라도 들춰보는 거겠지.
 
취미로 살사를 췄었다. 지금도 추고 있기는 하지만 예전만큼 열정적이지는 못하다. 초급자에 눈에는 별것도 아닌 것들이 신기하고 멋있어 보이지 않던가? 하지만 그것도 몇 년 추다 보면 그 나물에 그 반찬. 신선한 뭔가가 그리워져서 또 다른 말초적인 걸 찾아 떠나게 되지. 아무튼, 오랜만에 살사 동호회에 놀러 갔다. 반가운 얼굴들.
 
“오랜만이에요 형~”
 
오래 쉬어서 그런지 한 곡 췄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보통 살사동호회 정모는 밤 11시까지 춤을 추고, 그 이후에는 단체로 들어갈 수 있는 술집으로 이동해서 술을 마신다. 그런데 아까 춤출 때부터 다크해 보이는 어떤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키는 작은 편인데 이거 뭔가 섹시하다.  검정 민소매 셔츠에 미니스커트. 드러낸 어깨에 가로 방향으로 3cm 정도로 보이는 칼자국 흉터들이 여러 개 있었다. 
 
‘뭐야 이 여자는?’ 
 
테이블 건너 건너에 있는 다크레이디에게 시선이 자꾸 끌렸다. 그때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로 누군가 날 불렀다.
 
“안녕, 오랜만이네~”
 
“오! 누나 안녕? 잘 지냈어?” 
 
이 누나와는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아서 밤늦게 집에 갈 때 같이 가곤 했다. 나와 인사를 나누고 누나가 그녀 옆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은근슬쩍 그쪽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서 합석했다. 둘 사이는 회사 동료였고 누나가 그녀 를 동호회에 데려왔다고 했다. 자리 합석은 했으나 찌질한 나는 별다른 매력 발산은 못 하고 싱거운 헛소리만 좀 하다가 이내 포기했다.
 
술자리는 새벽 1시를 넘겨서 끝났고 집에 가려고 일어나면서 누나에게 같은 방향이니까 택시비도 아낄 겸 오늘도 같이 가자고 했다. 그녀도 나와 같은 방향이라고 했다. 이때부터 뭔가 쎄~한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셋이서 함께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나는 기사님 옆자리에 앉았고, 누나와 그녀는 뒷자리에 앉았다. 택시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그녀는 내일 오후12시쯤 출근을 한다고 했다. 나는 내일 쉬는 날이라고 했다. 그녀가 허공에 대고 말한다.
 
“아~ 술 한잔 하고 싶다.”
 
누나가 말했다.
 
“그럼 둘이서 한잔해.”
 
나는 약간 우물쭈물거렸다. 누나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적극적으로 나와 둘이서 술 한잔 하라고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그녀의 집 근처에서 그녀와 나는 술집으로 가기로 했다. 술집으로 안내한 건 그녀였다. 술을 시킨 것도 그녀였고. 그때 예거밤이라는 술을 처음 마셔봤다.
 
술 마시면서 나눈 대화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아무튼 알딸딸하고 기분이 좋았다. 역시 술이 한잔 들어가야 한다. 예거마이스터 반병 정도 마시고 포장마차로 이동했다. 좋았다. 내 광대는 승천하고 있었고, 적당히 습하고, 바람도 솔솔 불고, 처음 보는 섹시한 여자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인생에 영화 한 편 같은 순간이랄까? 포장마차에서도 한잔 하다가 그녀가 의자에서 땅 바닥으로 픽 하고 쓰러졌다. 쓰려진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이제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아서 부축하고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집이 어딘지 알려주지 않았다. 바로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정말 눈치가 없다. 엉뚱한 골목으로 헤매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그건가? 오늘 나 하는 건가?’
 
꼴릿한 기분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우리 집으로 왔다. 우리 집 빌라 3층. 술 취한 여자는 그렇게 무겁더라. 그녀를 업고 3층 계단을 기어 올라왔다.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려고 하는데 깃털같이 가볍게 착지한 그녀는 어느새 신고 있던 구두를 벗어 던지고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엄청 당황했다. 거기가 화장실인 거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는 씻지도 않고 바로 침대로 들어갔다. 방금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나온 그녀가 내게 말했다.
 
“빨아 줘.”

난 그녀의 노예가 되고 싶었다. 그 순간만큼은. 땀과 소변과 뭐 이런저런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섞여있는 맛과 향이었다. 그래서 더 흥분되고 나의 애송이는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오늘밤 모든 것을 불태울 각오를 한 눈치였다. 내가 살면서 그렇게 딱딱한 적이 있었던가? 이런 딱한 녀석. 이 정도라면 땅굴도 팔 수 있겠다 싶었다. 나는 영원히 장전된 기관총처럼 달려들어 그녀를 파고들었다.
 
그녀의 몸매는 작은 체구였지만 탱탱한 몸이었다. 그 엉덩이, 그 가슴, 그 여름 밤의 맛. 그녀는 나에게 여름 휴가였다. 뜨거운 바다가 거기 있었다. 우리 사이에는 콘돔도 없었다.
 
“멈추지마.  계속 움직여.”
 
“쌀 거 같은데...” 
 
나는 말을 흐렸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천천히 움직여봐. 그럼.”
 
나는 숫자를 거꾸로 세면서 진정시켰다. X발 남자들은 사정을 지연시키려고 이런 똥 같은 상상을 해야 한다. 한 시간 정도 섹스 한 것 같았다.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우린 술에 취하고, 여름 밤에 취하고, 서로의 맛에 취해있었다. 시간 따위 기억할 리가 없다. 잠이 들었다.
 
나는 아침 7시쯤 잠에서 깼다. 그녀는 내 팔을 베고 잠들어있었다. 난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에 본 그녀의 얼굴. 묘했다. 아기 얼굴 같은데 어디서 그런 섹시함이 풍기는 거지? 어지럽게 거실에 벗어 놓은 그녀의 옷을 집어 들었다.
 
무슨 정신이었을까? 그녀의 옷을 다림질했다.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놈 참 센스 없다. 그녀를 깨워서 씻으라고 했다. 부스스한 그녀. 키스했다. 혀를 대면 녹아 버리는 솜사탕처럼 느껴졌다. 싱거운 대화를 나누고 그녀의 출근길을 배웅했다.
 
‘내 집에 조금 전까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거지?’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일이었다.
 
 
글쓴이ㅣ리넥
원문보기▶ http://goo.gl/AiNY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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