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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남자들! - 나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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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1994]
 
오랜만이다. 요즘 진짜 바쁘다. 친구들도 못 만나고, 물론 남자도 못 만난다. 일하랴, 공부하랴.. 무지 바쁘다.          
 
오늘은 나의 남자 중심이 아니라 내 중심의 이야기를 써 보려 한다. 뭐 남자와 잔 이야기이니 나의 남자 리스트에 끼는 건 맞고 음.. 주절주절 하려니 편집하실 담당자님의 눈치가 보이네, 각설하고 시작하겠다. 아, 글에 나오는 이름은 전부 가명이다.
 
때는 200*년. 신입생 OT. 2박3일의 짧지만은 않던 행사가 있었다. 막 스무살이 됐던 시절이다.
 
다들 모르는 사이라 방을 배정 받고 서로 탐색하는 정도로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그리고 신입생 오티 음주사고를 방지하고자 학장이 전 학과 음주 금지령을 내린 터라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애가 있었다. 키는 나랑 비슷하고, 파마한 긴 머리를 예쁘게 늘어뜨린 애였다. 화장을 아주 진하게 했다. 화려한 컬러렌즈를 꼈는데 화장까지 진하니 눈이 두 배는 커 보였고, 입술 색까지 발갰다. 속으론 발랑 까진 앤가.. 생각했다.(본인 생각은 안 했다. 유부남(강사. 당시엔 몰랐지만)만나던 주제에)
 
눈 앞에 리모콘을 잡고 TV를 틀었다. 유재석과 "그 녀석"이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침묵이 깨지고 배시시 웃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머리를 긁적이며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하나 입에 물었다. 그때 그 애가 따라 나왔다.
 
"담배 피워요?"
 
"아아뇨!!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요.."
 
화려한 외모 속에 앳된 목소리가 가진 그 애는 나랑 친해지고 싶어 굳이 담배를 피우는데 따라 나왔다고 했다. 담배 두 대를 피우는 동안 동갑이며, 어디 살고, 이름이 뭐고, 아, 잘 부탁한다고 했다. 이름은 유라라고 했다.
 
저녁을 먹고, 숙소 내에 있는 마트에 들렀다. 학교에서 술 안 주면 우리가 사서 먹지 뭐~! 하며 소주, 맥주를 한아름 사서 올라왔다. 근데 안주가 없네! 다시 마트로 내려왔는데, 학생회 옷을 입은 선배들이 앞에서 지키고 서 있었다. 술 사면 안 된다면서. 이미 술은 숙소 베란다에 곱게 숨겨 놨다. 과자 사러 왔다고 해맑게 웃으면서 지나가는 유라가 참 산뜻했다.
 
일정이 끝나고 취침시간이 되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조금씩 취기가 올라오자 옆 방이 궁금하기 시작했다. 방문 앞에 붙은 종이엔 우리 과 남자들이 묵고 있다고 써 있었다. 취하기도 했겠다, 호기로 우리 방에서 나이가 제일 많던 왕 언니가 문을 두드렸다.
 
그 방도 역시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열심히(?) 한잔 두잔 들이키는 우리 신입생들. 보기 좋구나! 둥그렇게 모여 앉아 떠들며 술을 마셨다.
 
내 왼쪽엔 이장우를 닮은 키가 크고 과묵한 재우가, 오른쪽엔 출발 전부터 주목을 끌던 초울트라캡숑그레이트나이스짱(이 말 알면 당신은 아재!)의 연예인급 외모를 가진 태호가 앉았다.
 
사실 내 양 옆에 앉아 있던 이 두 남자는, 신입생 중에서도 외모상으로 큰 이목을 끌던 남자애들이었는데, 왜 내가 이 곳에 철푸덕 앉았냐 하면 –
 
유라가 태호가 맘에 든다며 같이 앉자고 졸라댔기 때문이다. 술자리가 길어질 수록 나는 안절부절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보일러(?)를 짱짱히 틀어놔 더운 방 안에, 술기운까지 올라오니 뜨거워 견딜 수가 없었다. 혈액엔 니코틴 함량마저 떨어졌다. 내 피 안에 니코틴이 돌게 하고 싶었다. 점점 멍해지는 정신줄에 고개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때 재우가 내 손목을 잡고 벌떡 일어났다.
 
"너 얼굴이 너무 빨개."
 
손목을 그대로 잡은 채로 베란다로 나왔다.  찬 공기를 마시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와, 자세히 보니 재우는 정말 잘 생겼다. 나란히 서서 앞쪽에 보이는 야간스키를 타는 사람들(OT장소가 스키장이었다)을 보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다. 무슨 학교를 나왔고, 현재 친해진 사람은 누구고, 좋아하는 음식은 뭐고..뭐 그런 쓸데 없는 얘기.
 
재우가 담배를 꺼내 물길래 나도 하나 달라고 했다. 빤히 나를 쳐다 보더니 내 머리를 잡아 입을 맞추고는 내 입 안에 자신이 머금고 있던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아 이거 뭔지 안다. 순간 너무 당황해서 캑캑대고 눈물이 쏙 빠졌다. 깔깔대며 웃더라. 어 이 새끼 선수네. 하고 생각했다. OT가 끝나고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 내 옆자리엔 재우가 있었고, 유라의 옆자리엔 태호가 있었다.
지나가던 교수님이 보시더니,
 
"하이고마 너거들 벌써 눈 맞았나? 네 들 딱 두고 볼기다"
 
재우와는 듣는 강의가 겹치는 게 거의 없었다. 문자나 메신저, 도서관, 빈 강의실에서 과제나 하는 정도였지 연애가 다 뭐임. 아. 키스는 했다. 담배를 피우다가, 혹은 과제를 하다가.
 
첫 중간고사 무렵, 태호와 유라가 사귀게 됐다. 다들 CC라고 부러워 했다. 당시엔 유라가 내 가장 친한 친구였으니.... 나도 같이 부러워 해줬다. 내가 왜 부러워했냐면,
 
재우와는 사실 사귀는 게 아니었고(당시 남자친구가 있었다.) 맹세코 단 한번도 섹스를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재우의 손이 내 가슴에 온 적도 없었고... 키스는 했는데 섹스는 안 하고. 섹스가 없으니 섹스파트너도 아니고, 키스를 했으니 친구도 아니고, 아 뭐였지? 웃긴 일이었다.
 
내 시간표는 태호와 많이 겹쳤고, 유라의 시간표는 재우와 많이 겹쳤다. 유라를 만나러 가기 위해 내 동선은 항상 태호와 같았고, 태호와도 급격히 친해졌다. 재우랑 유라? 재우는 게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자애와 말을 섞는 걸 못 봤다. 그런데 나는 왜? 나 그때 완전 여자여자 했는데???
 
유라와 태호는 순탄했다. 예쁜 애와 잘생긴 애. 둘이 CC가 됐으니 비주얼이.. 참 보기 좋더라.
 
여름방학이 됐다. 대구에 살던 유라는 대구 집에 간다고 했다. 재우는 군대를 간다며 휴학을 하곤 사라졌다. 뜬금없이 서울엔 나와 태호만 남았다. 심지어 태호는 내 자취방 근처에 살았다.
 
어느 날 태호가 1층이라며 내려오라고 했다. 뭔가 싶어 어슬렁어슬렁 내려갔더니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다. 술을 거의 안 먹는 나에게 술을 한잔 하자니,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역시나 태호는 한숨을 푹 쉬더니 유라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너무 어리광을 부리고 징징대며, 짜증이 심하다고.유라가 칭얼대는 게 많긴 하다며 적당히 받아줬다. 당시 나는 열 세 살이 많던 '그'와 싸운 상태였다. 취한 태호를 데리고 내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태호를 침대에 눕히고, 나도 침대에 걸터앉았다.
 
얼마쯤 지났을까. 어느 새 나도 태호 옆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뭔가가 나를 만지는 느낌에 눈을 떴다. 태호가 내 가슴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 손길이 너무 기분 좋은 거침이라- 얌전히 손길을 느끼고 있었다.
 
- 키스했다. 친구의 남자친구랑 키스했다. 누구보다 거칠었고, 누구보다 부드러웠다.
 
태호는 내가 한 남자 중에 제일 컸다. 아직까지도 태호가 제일 크다.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아픈 상대였다. 그때 나는 겨우 스무살이었다. 섹스에 눈을 뜨기도 전인, 심지어 '그'와는 섹스를 하기 전이었다.
 
태호가 쓴 콘돔을 쓰레기통에 넣는 순간, 둘 다 말이 없었다. 친구 사이가 허물어졌다는 허무함과 당황. 그리고 유라에 대해 밀려오는 죄책감. 어스름하게 날은 밝아오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는 내 옆에 앉아 이마에 뽀뽀를 해 주고는 담에 보자며 태호가 나갔다.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세 통이 와 있었다. '그'가 두 통, 재우의 핸드폰으로 한 통.
 
개강 전, 그러니까 유라가 오기 전에 태호와는 섹스를 몇 번 더 했다. 처음이 힘들지 두 번 세 번이 어렵나. 몇 번 하다보니 죄책감마저 사라졌다.
 
재우가 전화 한 건 입대하는데 같이 가달라길래 태호와 같이 갔다. 태호를 등지고 들어가려는 재우와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 날 태호와 논산에서 1박을 했다.
 
개강 후, 유라가 올라왔다. 나는 '그'와 화해했고, 태호와는 섹스를 중단했다. 2학기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태호와 유라는 헤어졌다. 그리고 도망치듯 태호도 군대를 가 버렸다. 들리는 소문엔 태호가 바람이 났다고 했다.
 
씨바 나 때문인가? 망했다 싶었는데 유라는 평소와 다름없이 나를 대했다. 주변 사람들도 내가 그 바람의 상대라는 건 모르는 듯했다. 당연히지, 연예인도 아니고 집 안에서만 만났는데 들킬 리가. 엉엉 우는 유라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다짐했다.
 
친구 껀 뺏지 말자.         
 
이미 다 한 상태였긴 해도 내 앞에서 속상해하는 유라를 보니 사그라든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 다짐은 내가 스와핑을 하기 전까지 지속된다.
 
현재 유라는 선배와 눈이 맞아 오랜 연애 후 결혼했다. 재우는 요 앞에서 가끔 만난다. 나이가 들 수록 더 훈훈해져만 간다. 태호는 이 여자 저 여자 찌르고 다니는 모양이다. 소문이 안 좋게 났다. 연락이 오긴 하는데 씹는다.
 
아쉬운 건 재우다. 아직 못 먹어 봤다.
여왕
내 꽃 탐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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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흐갖음 2017-01-19 04:18:27
ㅎㅎ 멋쪄
kcj6082 2017-01-18 23:26:5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케웃겨요
대양해군 2016-11-27 15:43:34
아쉬운 건 재우다. 아직 못 먹어 봤다.

이 말에 빵 터짐....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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